"원칙 훼손, 심각히 우려"..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담도 적잖아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안(이하 저축은행 특별법)에 대한 청와대 내 반대 기류가 강경하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할 경우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특별법이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법"이라며 법안을 처리한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저축은행 특별법은 지난 2008년 9월 이후 영업 정지된 18개 저축은행과 거래하던 고객의 5000만 원 초과 예금과 후순위채 투자금의 55% 가량을 보상해주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법에 규정된 보호 대상이 아닌 예금까지 보상해줘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대표적인 '총선용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보고를 별도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와 금융단체, 금융회사 등도 맹비난 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축은행 특별법은 금융 기본원칙과 채권자 공동책임 원칙에 어긋나는 '편법'으로 정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의 강경 기류가 확인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거부권 행사 외에는 딱히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거부권은 최종적인 수단"이라며 "국회 법사위 논의와 본회의 등이 남아 있는 만큼 논의를 좀 더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분명하지만 거부권 행사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청와대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회와의 정면충돌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대 국회 관계와 퇴임 후 정치권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임기 말 대통령으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거부권 검토까지 가기 전에 국회 차원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쏟아지는 비판이 워낙이 전방위적인 탓이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구제 법안의 발의와 의결을 주도한 정무위 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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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웬만한 사람들은 특별법이 지역구 민심을 고려한 여야 의원들이 야합한 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여론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논의과정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