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와 사람들=안철수②]IT·벤처업계 인재풀 '호출'

"초기 모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떻게 사람을 모으느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느냐다." 안철수 대선 후보(50)가 지난 21일 청년 기업가들과 만나 벤처 기업의 인력난 문제에 대해 한 말이다.
정치 초년생이지만 단번에 대선에 출마한 '벤처 정치인' 안 후보도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고 있지만 즉시 가용한 인재풀이 넉넉지 않다.
안 후보는 그동안 의사와 교수, 그리고 벤처 기업가로 일했다. 의료계와 학계가 안 후보의 뿌리라면 정보기술(IT)·벤처 업계는 안 후보가 가진 사회적 관계망의 토대다.
당시 작성한 '인맥 파일'이 잘 '백업'돼 있다면 대선전에 뛰어든 안 후보에게는 천금 같은 인재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가깝게 지냈던 벤처 1세대 기업가들은 안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이재웅·이찬진·김홍선, 든든한 조력자=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 에스오피오오엔지 대표(44)는 안 후보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 직후 SNS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캐치프레이즈와 출마선언문 전문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표적인 벤처 1세대 기업가인 이 대표는 안 후보의 오랜 지인으로 향후 안 후보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되고 있다. 일단 지난 23일 열린 안 후보의 싱크탱크 '내일'의 첫 포럼에 참석하면서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할 것임을 암시했다. 앞서 지난 6월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이었던 안 후보는 이 대표의 강연 자리에 깜짝 등장해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47)는 안 후보와 같은 서울대 출신의 벤처 기업가로 IT 산업 태동기를 함께 열었다. 이 대표는 과거 한글과컴퓨터 대표 시절 안철수연구소(안랩) 운영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안랩 설립 초기 보안 프로그램 'V3'의 독점 판매권을 보유했던 곳이 한글과컴퓨터이기도 했다. 그런 깊은 인연이 중요 국면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될 지 주목된다.
안 후보는 자신이 '호출'을 당했다고 하지만 결국 대선에 출마하면서 그의 IT·벤처업계 인사들도 '호출'을 받게 됐다. 동업자 정신이 정치적 동지 관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안 후보의 싱크탱크 '내일'의 구성원은 IT·벤처업계 인물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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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42·관동의대 교수)은 안 후보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장에 이어 포럼 회의장에도 등장했다. 또 소셜 벤처 기업 씨즈의 이은애 이사장(46)과 온라인 TV 비키의 호창성 대표(38)도 포럼 멤버다. 이들은 각각 사회적 기업과 청년 창업에 대한 정책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영화 혁신기업가센터(OEC) 대표(40·변호사)는 포럼의 간사를 맡았다.
업계와 정치권이 동시에 안 후보 사람으로 지목한 이들은 현재 벤처기업협회 공동회장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53)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50), 변대규 휴맥스 대표(52) 등이다. 이들은 안 후보가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맡았던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함께 협회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가깝게 교류했다. 박창기 전 팍스넷 대표(57)와 이홍선 나래텔레콤 대표(51)도 업계에 가까운 지인이다.
사실 업계에서 '진짜' 안 후보의 사람은 안랩 출신들이다. 서울대 출신의 김홍선 안랩 대표(52)를 비롯해 안랩의 원년멤버이자 현재 안철수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상무(46), 캠프 부대변인으로 기용된 이숙현 전 커뮤니케이션팀 부장(35) 등이 대표적이다. 안랩 홍보팀장 출신인 박근우 박근우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45)도 안랩 출신 인재풀에 들어 있다.
◇스탠퍼드·펜실베니아·카이스트 인맥=2005년 3월 안랩 대표직을 그만 둔 안 후보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 벤처비즈니스과정에 들어갔다.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도 당시 스탠퍼드대 법대 생명과학 연구과정 중이었다. 이어 안 후보는 2008년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안 후보는 유학 기간 중에는 공부에만 몰두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안랩 이사회 의장직도 병행해야 했고, 또 가족이 함께 살아 한국 유학생들과 많은 친분을 쌓지는 못했다. 다만 스탠퍼드대와 펜실베니아대를 나온 이들의 이름이 안 후보와 연관돼 거론되고 있다.
스탠퍼드대 출신은 주로 재계 인사들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60),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60), 이희국 LG 사장(60), 유용석 한국정보공학 대표(54), 허세홍 GS칼텍스 전무(43·허동수 회장 장남), 구광모 LG전자 차장(34·구본무 회장 장남) 등이 있다.
또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 출신은 김신배 SK 부회장(58),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55),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45),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56),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50), 이상웅 세방그룹 부회장(54),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53), 김대기 청와대 정책실장(56) 등이 있다.
안 후보는 유학을 마치고 2008년 귀국, 카이스트(KAIST) 교수로 기업가 정신을 강의했다. 안 후보의 카이스트 인맥은 대표적으로 정재승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정 교수는 지난 2010년 안 후보와 함께 리더십 강좌를 진행하는 등 가깝게 교류했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전에 정 교수를 만나 조언을 듣기도 했다.
정 교수는 포럼 '내일'의 첫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안 후보의) 혁신에 대한 개념이 명확했고, 우리 사회 문제점에 대한 원인분석도 나와 비슷한 공감을 이루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안 후보 캠프에서의 역할이 주목되지만 일단 캠프의 지지모임 참여 요청은 거절했다. 정 교수는 "(안 후보에게) 다른 형식으로 도움을 드리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 카이스트 초빙교수를 지내고 있는 이민화 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59)은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벤처 1세대로 지금도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직을 갖고 있다. 지난해 이 이사장이 진행자로, 안 후보가 게스트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서로 교류가 있다. 아울러 주대준 카이스트 대외부총장은 지난 7월 안 후보 지지모임인 씨에스코리아(CSKorea) 주최 포럼에서 축사를 하면서 안 후보와의 인연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