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측과 야권 대선 후보 측이 1일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가 사퇴할 경우, 국고 보조금을 환수하는 내용의 이른바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은 별개의 문제인데, 야권이 선동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맹폭을 퍼부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을 연계 처리하자는 이정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며 공세를 펴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과 이른바 '먹튀방지법' 개정을 연계하자는 것이 아니었다고 밝힌 데 대해 "정치가 무슨 장난입니까"라며 강력 비판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도 "새누리당이 갑자기 오리발을 내기 시작했다"고 가세했다.
◆與 "투표시간 연장 왜곡 선동"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정당에게 국고보조금을 주는 것은 부당이득의 성격이 있다"며 "법으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서로 성격이 다른 것을 연계하자는 것은 정치적으로 악용하자는 의미 밖에 없다"고 야권의 연계처리 요구를 반박했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대선을 포함해 총선, 지방선거에서 투표율 하락과 대표성 시비가 제기된 지는 이미 오래"라며 "그럼에도 2007년 대선 이후 적극적 주장을 하지 않던 민주당이 대선을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 측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겉으로는 국민참정권을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철저한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둔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두 법안의 연계처리를 제안했던 이정현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투표시간 연장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의 아이디어인 반면 먹튀방지법은 152억원이라는 국고보조금을 사퇴한 후보에게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기에 환수하는 것이 필연이고 당연한 것"이라며 "문 후보가 동의하고 말고에 관계없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당연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된 투표시간을 왜 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숨넘어가게 고치려고 하냐"며 "이는 실제 현실 정치에 참여한지 한 달밖에 안 된 안 후보, 10여 개월 밖에 안 된 문 후보의 부족한 콘텐츠를 감추기 위한 불 지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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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사무총장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정치적 야합으로 후보를 사퇴시키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반납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마치 (문 후보가) 희생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투표율을 높이는 것에 반대할 리는 없지만 투표시간 연장을 선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참정권 보장처럼 왜곡하고 선동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초래하고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문 후보가 먹튀방지법 입법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힌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문 후보가 조건을 거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고 비꼬았다.
그는 "돈 빌린 사람이 돈을 갚으면서 조건을 거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면서 권리를 포기한 것 마냥 과장하고 양보하는 척하는 것은 후보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치가 무슨 장난이냐" 맹비난= 문 후보는 "정치가 무슨 장난입니까"라며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 연계 처리를 부인한 새누리당을 맹비난했다.
문 후보는 이날 강원도 고성군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새누리당은 (연계 주장이) 이정현 공보단장의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입장을 바꾼 것 같다'는 질문에 "우리로서는 정말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심 끝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서, 그 제안을 우리가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뭐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그건 뭡니까"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국정감사 상황 점검회의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쇄신을 주장하고 있지만, 투표시간을 연장해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쇄신"이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과 시민단체를 비롯해 많은 국민이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치 쇄신을 말하려면 투표시간 연장에 동참해야 한다"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안 후보 캠프의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오전 서울 공평동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앙선관위 자체 조사에서도 2010년 지방선거의 경우 정말 바빠서 투표를 못했다는 응답이 55.8%에 달했고, 530억원을 들여 재외동포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선거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새누리당 측이 갑자기 오리발을 내기 시작했는데, 새누리당은 사실상 이제는 정치쇄신을 기대하기 어렵고, 1인이 좌우하는 사당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사실들은 투표시간 연장이 국민주권의 온전한 발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있다"며 "처음에 국가 보조금 문제와 연계하다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새누리당의 행태야말로 낡은 정치 행태이며, 국민 주권의 문제를 돈으로 따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