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성대통령론', 4년 전과 비교해보니

박근혜 '여성대통령론', 4년 전과 비교해보니

양정민 기자
2012.11.10 07:00

[위클리이슈①] "남녀 구분 자체가 후진적"→"여성대통령이 가장 큰 쇄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7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학생누리관 소극장에서 열린 걸투(Girl Two) 콘서트를 마친 후 학생들과 어울려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news1.kr)=이종덕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7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학생누리관 소극장에서 열린 걸투(Girl Two) 콘서트를 마친 후 학생들과 어울려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news1.kr)=이종덕 기자

"여성대통령을 거부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ㆍ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진영은 수구세력이고 쇄신대상(지난 4일,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

"지금 후보 중에 여성대통령에 맞는 여성후보가 있다면 그건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 정도(지난 7일,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야권 후보 단일화,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여성대통령론'이 대선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달 27일 박 후보가 '여성혁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행사에 참석해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와 쇄신"이라고 밝힌 것이 시발점이었다.

다음소프트의 SNS분석서비스 '소셜메트릭스'에 따르면 이날 SNS상에서 '여성대통령' 키워드의 언급횟수는 전날 182건에서 3542건으로 20배 가까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지난 2일에는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생식기'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이 "대선 후보에 대한 인격 말살이자 여성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날 '여성대통령' 키워드 언급횟수는 854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다음소프트의 SNS분석서비스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집계한 10월9일~11월9일 사이 '여성대통령' 키워드의 트위터 언급량(하늘색 그래프)
다음소프트의 SNS분석서비스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집계한 10월9일~11월9일 사이 '여성대통령' 키워드의 트위터 언급량(하늘색 그래프)

4년 전과 비교해보니… '철의 여인'에서 '어머니 리더십'으로 모델 변경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위드베이비 유모차 걷기대회'에 참석해 유모차에 탄 아기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스1(news1.kr)=한재호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위드베이비 유모차 걷기대회'에 참석해 유모차에 탄 아기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스1(news1.kr)=한재호 기자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에도 박 후보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여성 지도자가 많이 생기면 부패 지수가 내려간다(2006년 12월, 부산 기자간담회)"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뚜렷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지난 대선정국에서 박 후보의 '롤 모델'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였다. 지난 2007년 1월 새해 인사회에서 박 후보는 "대처 총리가 영국병을 치유해 새 도약을 했듯 나도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중병을 고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두 달 뒤 친박계 이혜훈 의원(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주관한 대처리즘 토론회에서도 박 후보는 "대처의 원칙은 작은 정부와 감세, 법치와 엄정한 공권력 확립이었다. (중략) 지금 우리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려면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또다른 전략은 '여성성 감추기'였다. 같은 해 1월 박 후보는 자유시민연대 창립 6주년 기념 초청강연 자리에서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우리 자신을 후진국의 틀에 가두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의 애국심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국가관을 가지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새누리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발표한 후보수락연설에서도 여성성을 드러내거나 여성정책을 강조하는 표현은 없었다. 대신 부패, 안보 문제 등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선 정국에서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이제 어머니 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며 '가정행복지킴이 박근혜'를 자임하고 나섰다. 지난 7일에는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걸투(Girl Two)쇼'를 열어 여대생들과 토크콘서트를 갖는 등 여성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여심 잡기'에 나섰다.

복지, 경제민주화 등이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당 차원에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2일 오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일랜드 등 북유럽 4개 나라는 훌륭한 여성 지도자들을 통해 선진 복지국가를 만들었다"라며 박 후보가 복지정책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여성 표 결집효과 vs 파괴력 미약…당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스1(news1.kr)=양동욱 기자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스1(news1.kr)=양동욱 기자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이 지지율 상승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자체여론조사에서는 '여성대통령론'이 전면화된 이후 30~40대 여성 유권자층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은 "야권 단일화 카드를 돌파할 수 있는 파괴적인 카드라고 보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박 후보가 지난 2004년 천막당사 시절을 극복하는 과정 등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주로 '나를 따르라'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었다"며 "유권자들이 박 후보에게서 소수자·약자의 이미지나 여성성을 떠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성대통령론'의 지지율 상승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권 역시 "박 후보를 여성 대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후보는 여성 대통령의 덕목인 평등, 평화지향성, 반부패, 탈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도 9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 후보는 그 동안 기득권의 중심에 있던 분이고 여성의 권리와 인권을 대변하지 않았다"라고 여성대통령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에 새누리당은 박 후보가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사에 보육시설을 설치한 점 △ 호주제 폐지(민법 중 개정법률안, 2003년 이미경 의원 외 52인 공동발의), 성범죄자 전자팔찌 도입 논의(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2005년 박세환 의원 외 95인 공동발의)에 기여한 점 등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한편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박 후보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지난 1998년 이후 14년간 국회에 총 9개의 여성 관련 법안을 공동발의했으며 대표 발의한 법안은 없었다. 또 국회 회의록시스템 검색 결과 박 후보는 14년간 '여성'이라는 단어를 총 120차례(본회의 1건, 상임위 26건, 특별위 19건, 국감 74건) 발언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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