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靑, 취임 닷새만에 이례적 '호소문'

절박한 靑, 취임 닷새만에 이례적 '호소문'

김익태 기자, 김경환
2013.03.01 16:18

'국정공백' 장기화 따른 새정부 조속 출범 '절박'…野 "국민협박, 원안사수 朴 정부 탓"

청와대가 1일 야당인 민주통합당에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것은 새 정부 출범 지연에 따른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며칠 후 사실상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느끼는 절박감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행 대변인의 표현에서 그대로 읽힌다. 김 대변인은 "간절" "소망" "간곡" "화끈하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새 정부가 일을 할 수 있게 꼭 좀 도와 달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특히 "호소"라는 말을 세 차례나 언급했고, 기자회견문을 "호소문"이라고 칭하며 "얼마나 간절하면 이렇게 호소문을 발표하겠나. 그 진정성을 잘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 내용이 대통령과 얘기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전체적인 뜻이고 현재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나흘째인 지난달 28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고,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두문불출했다. 대통령이 취임 초 하나의 일정도 잡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인사청문회가 문제다. 후보자 17명 중 5명의 청문회 일정은 잡히지도 않았다. 야당은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다. 임시국회 시한인 5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꼬일 대로 꼬인 여야 간 협상은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5일이 지나면 언제 임시국회가 열릴지 불투명하다. 김 대변인 말대로 장관 임명이 안 되니 정부와 청와대가 "손발이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하지만 쟁점이 되고 있는 신설 미래창조과학부를 두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PP(프로그램 공급자)·SO(종합유선방송국) 등 보도기능이 없는 방송매체의 소관 부서를 현행 방통위에서 미래부로 이관하는 것을 두고서다. 방통위는 협의체 기구인 반면 독임제 기구인 미래부로 넘어갈 경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변인은 '호소문'의 대부분을 이에 대한 반박에 할애했다. "미래부를 만들면서 대통령은 사심이 전혀 없다"거나 "방송장악 기도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언론의 공공성, 공익성에 대한 훼손은 결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19대 총선,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ICT 전담 부서 신설 공약을 언급했다. 미래부 취지와 일치하다는 것으로 민주당의 논리를 조목조목 따졌다.

한편으론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을 상의하겠다"고 말했고, 개편안 추진 과정에 "예를 갖추지 못한 점이 있으면 보완 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며 "화끈하게 한번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읍소'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방점은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에 찍힌 분위기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전화 호소, 공개석상에서의 수차례 협조 부탁 등을 언급했다. "9가지 정도를 여당이 양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는 여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구체적 관련 내용을 밝히진 않았다. 나아가 미래부가 "민주당이 말한 민생정치와도 일치 한다"거나 야당에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협상", "애국심에 찬 큰 결단" 등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미래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소모적 대립을 민생과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고, 양보와 협조 요청 등 '우리는 할 만큼은 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지연에 따른 '국정공백'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을 등에 업고 청와대가 협상 막판 야당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이 "적반하장"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윤관석 대변인은 "개편안 처리가 공전을 거듭하는 것은 야당이 99%까지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사수하려는 박근혜 정부 때문"이라며 "이는 부탁이나 호소가 아니라 국회와 야당, 문제제기를 한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미 박기춘 원내대표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마지막 양보안을 제시했고 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3·1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국회에) 재량권을 주시면 금방 해결된다. 바로 오늘이라도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하는 다가오는데 양측 모두 상대방의 결단만을 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의 고심에도 불구하고 개편안이 협상시한인 5일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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