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 등 관련법 다수
지난해 대선기간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국회에 대거 발의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법'을 처리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여야가 공통 대선공약 관련 83개 법안을 6월까지 처리하기로 하면서 일부 법안 논의는 4월 임시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양당이 대선기간 경쟁하듯 경제민주화를 외친 탓에 이 가운데 경제민주화 법안이 상당수다. 우선 대기업 내부거래를 부당행위로 보는 기준을 대폭 낮추고 그 처벌은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재계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지난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세 가지 예외를 빼면 원칙적으로 부당 내부거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위원회 대안) 등을 점검했다. △계열사 외에는 필요한 상품(부품)을 만들지 않을 때 △비계열사와 거래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 △경쟁입찰 결과 계열사의 조건이 가장 좋을 때 등을 제외하고는 계열사간 거래를 대부분 부당행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일감을 몰아준 기업은 물론, 일감을 받은 기업에게도 관련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물린다. 또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경우, 총수의 지시·관여 증거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일단 논의가 본격화하면 지금의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만우·이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김기식·민병두 민주당 의원 등 여야가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고 정무위 내부 반대 의견도 소수에 그친다.
다만 정무위는 상정 순서에서 앞선 하도급법·가맹사업법·자본시장법 등을 처리하느라 이 개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한 상태다. 정무위는 오는 17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롯, 계류 중인 법안들을 다수 검토한다. 하지만 이날 또 다른 쟁점법안에 많은 시간을 들이면 공정거래법 토론은 착수조차 못한 채 소위가 끝날 수 있다. 일례로 가맹사업주, 즉 프랜차이즈 모회사에게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아직 여야 이견이 크다.
각 의원별로 비슷비슷한 개정안을 봇물처럼 쏟아내면서 이를 정리하고 걸러내는 작업에도 적잖은 시간이 들고 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길고 복잡해지는 한 이유다. 19대 국회 들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30건 넘게 발의됐다. 야당 정무위원 측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경우, 여러 법안을 기술적으로 합쳐 대안(병합법안)을 만들었을 뿐 본격적 논의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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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험사에도 적용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관심사다. 심사를 통해 대주주가 적격이 아니라고 금융위원회가 판단하면 해당 금융사에 대한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6개월 내에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 역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밖에 이미 정무위 차원 논의를 마치고 법사위로 회부된 안건은 △5억원 이상 임원 보수를 공개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부당 단가인하 등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늘린 하도급법 개정안 등이다. 일각에선 '부당행위 근절'을 내건 이 법안들이 경제민주화 입법의 1라운드라면 금산분리, 신규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더 큰 진통이 예상되는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막연한 목표 정도로 여겨지던 경제민주화가 속속 법률 개정으로 현실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도 선거 때는 이해가 되지만 아직도 대기업 등이 무조건 문제가 큰 것처럼 해서 기업의욕을 자꾸 꺾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위 법안 소위 멤버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는 경제 살리기의 보조적 수단이지,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도그마'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이는 우리 스스로 한국 경제에 자살골을 넣는 꼴"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