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과연 공약대로 만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을 지급할 수 있을까. '일정액'은 대선공약과 인수위방안에 따르면 최소 월 10만원 정도.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보장하는 9만7000원 이상은 주겠다는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 공약은 등장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재벌회장에게도 월 10만원을 줘야 하느냐", "그 돈을 아껴 빈곤층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 운영한다는 당초 구상은 국민연금이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일지 모른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박 대통령과 새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약속 이행이 곧 정치개혁"이라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수 조 원에 이르는 재원 마련 방안이 발등의 불이다. 기초연금 말고도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세수 확보가 만만치 않다. 최근 국세청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증세 없는 지하경제 양성화 기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당국이 무리한 세수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재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원칙은 원칙대로 지키되 유연성을 발휘하는 묘안은 없을까. 기초연금 지급안을 결정할 국민행복연금위원회(위원장 김상균)는 격론 끝에 소득 상위 30%를 배제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 기준은 소득인정액으로 부부합산 월 130만원, 1인가구 83만원 정도다. 박 대통령 공약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본 방향은 변함없겠지만 구체적 방법에서 그 정도 유연성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잡음은 피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이참에 다양한 이해집단이 도출한 대안이라면 믿고 따르는 풍토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신뢰'는 국가 시스템을 움직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연금위원회 논의와 함께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지 국민을 설득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박 대통령 트레이드마크인 '신뢰 정치'가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선거공약을 집권 후에 당연하다는 듯 뒤집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