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 이어 '클래시 오브 클랜'…핀란드의 힘은?

앵그리버드 이어 '클래시 오브 클랜'…핀란드의 힘은?

김성휘 기자
2015.02.23 06:06

[the300]의회·정부·대학 힘모아 혁신장려…ICT산업·벤처생태계 토대

핀란드 국가미래전략 조정모델/국회사무처 제공 자료 재구성
핀란드 국가미래전략 조정모델/국회사무처 제공 자료 재구성

‘노키아의 나라’는 잊어라.

세계를 휩쓴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제작사 로비오)의 뒤를 이은 ‘클래시오브클랜’.

2012년 출시돼 무서운 기세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이 게임 역시 앵그리버드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대표상품이다. 제작사 슈퍼셀은 노키아 출신 인력들이 만들었다

벤처기업과 인터넷 대국인 미국도 아니고 인구 520만명의 핀란드에서 어떻게 세계를 강타하는 히트작이 연달아 나오는 걸까.

지난달 14~16일 핀란드를 찾은 국회 방문단은 핀란드의 독특한 '국가 미래전략 조정모델'에서 경쟁력의 근원을 발견했다. 핀란드는 정부와 의회,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국가미래 전략을 도출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국회의 핀란드 방문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의 '국가미래전략 조정모델'은 핀란드 국가혁신기금(SITRA), 정부, 의회 미래위원회(Committee for the Future)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현실진단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선거 등 각종 변수를 대입해 20년 이상의 안목으로 국가비전과 전략을 수립한다. 이어 10~20년 단위 전략목표를 도출하고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를 고려해 단기 목표를 세운다. 각 목표에 따라 구체적 정책들이 집행된다.

핀란드의 정보통신기술(ICT) 육성 방안도 이런 시스템 아래 일찌감치 탄생했다. 핀란드 정부가 2001년 작성, 미래위가 2002년 검토한 보고서 제목은 '핀란드2015: 균형잡힌 발전'이다. 2001년에 이미 15년 뒤를 예상한 정책제안서를 정부와 의회가 주고받은 것이다. 여기서 의회는 정부에 대해 △갈수록 많은 벤처캐피털이 SITRA 등을 통해 창업기업 또는 성장단계인 중소기업에 흘러 들어야 하며 △기업가 정신을 지원하기 위한 인센티브나 혁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등을 제안하고 관련 정책을 요구했다.

혁신에 유리한 환경을 사회에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래위원회는 1993년 설립됐다. 위원장 포함 여야 위원 17명으로 구성된다. 다른 상임위처럼 법안·예산안을 다루지 않지만 정부가 제출하는 분야별 미래보고서를 심의하므로 사실상 모든 정책영역을 관장한다. 미래위에서 중장기적인 국가 어젠다를 선정하고 논의하면 그 결과가 정부나 각 상임위로 퍼져 구체적인 정책과 단기 전략으로 파생된다.

미래위의 정부보고서 평가에 구속력은 없지만 핀란드의 정치구조 덕에 미래위는 막강한 위상을 지닌다. 핀란드 방문단을 이끈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은 the300 인터뷰에서 "핀란드 국회의원이 미래위를 거치지 않고선 총리나 장관이 되기 어렵다"며 "미래위 소속 의원들은 자신이 각료가 될 때를 대비, 특정분야를 연구해 전문성을 키우므로 미래위가 다루는 이슈가 자연히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내각제라는 정치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핀란드 미래연구 주요기관과 역할/국회사무처 제공 자료 재구성
핀란드 미래연구 주요기관과 역할/국회사무처 제공 자료 재구성

우리나라 국회도 핀란드 모델을 적극 검토, 국회 자체 싱크탱크 격인 미래연구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기관이 핀란드의 SITRA다.

SITRA는 50여년 전인 1967년 설립됐다. 당시 핀란드 독립 50주년을 기념, 중앙은행이 재정을 지원해 국가미래를 연구하고 관련사업에 투자하는 기금으로 탄생했다. 해마다 예산이 투입되는 게 아니라 비축했거나 투자로 수익을 낸 자금으로 독립경영을 한다. 이 때문에 초당파·중립적 연구를 수행한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는 하지 않고 기업에 투자하는 기금(펀드)에 투자한다. 1991년 의회 관할이 됐다.

정부가 벤처 육성을 명목으로 '톱-다운' 방식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혁신 아이디어와 상품을 키워낼 토양을 시장에 마련, 아래로부터 벤처가 성장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핀란드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로비오, 슈퍼셀도 직접적인 정부투자를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려는 핀란드 정치권의 노력과 연결돼 있다.

로비오 창업자들은 헬싱키기술대 출신이다. 핀란드는 이 대학을 포함, 3곳을 합쳐 알토대학교를 세웠다. 알토대는 총리실-의회 미래위-SITRA로 이어지는 핀란드 미래연구 싱크넷(싱크탱크+네트워크)의 한 축이다. 알토대는 비영리 벤처지원 프로그램이자 업무공간인 '스타트업 사우나'를 운영중인데 북유럽에선 대표적 벤처 육성 사례로 꼽힌다.

핀란드를 방문했던 의원들은 정치권이 대화와 협업으로 국가미래를 준비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기반을 갖춰 성공사례를 키워내는 핀란드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나 정치권이 선거에 급급해 무리한 장밋빛 공약을 내고 이 때문에 재정난 등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현실과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핀란드 미래위 소속 하리 야스카리 의원은 국회 방문단에게 "미국은 지속적으로 실패해도 이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는 등 각 나라마다 가치체계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창조적 인재들이 한 번 실패를 이유로 더 이상 창조적 활동을 못하게 되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손실"이라고 조언했다.

핀란드 알토대 '스타트업사우나'를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맨 오른쪽이 박형준 국회사무총장./국회사무처 제공
핀란드 알토대 '스타트업사우나'를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맨 오른쪽이 박형준 국회사무총장./국회사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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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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