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외통수]외교부의 파에톤 콤플렉스

[오세중의 외통수]외교부의 파에톤 콤플렉스

오세중 기자
2015.04.07 14:32

[the300]우리 처지 현실 직시하는 것도 외교 전략의 일환

[편집자주] 외통수는 외교통일의 한 수를 줄인 말입니다. 외교·통일·안보 현안을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 문제점을 집어내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공정한 시각이라는 이름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외교·통일안보· 이야기를 주로 다루면서 제 주관에 따라 형식의 구애 없이 할 말 다해보려고 합니다.
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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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톤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다. 미켈란젤로나 루벤스의 그림 '파에톤의 추락'으로도 유명한 파에톤에서 비롯된 것이다.

파에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론 이전의 태양신인 헬리오스의 아들로 혼외자식이다. 제우스와 이오의 아들인 에파포스에게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이라고 했다가 거짓말쟁이라는 모욕을 당한 뒤에 태양신의 아들임을 증명하기 위해 태양마차를 몰다가 추락하게 된다. 파에톤 콤플렉스란 이 신화에서 나온 것으로 어린 시절 겪은 애정 결핍에 의해 지나치게 타인(또는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강박증을 말한다.

외교부는 파에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로라 인재들이 모인 곳 중 하나지만 외교부가 하는 일은 좀처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교부를 출입하면서 만나는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의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원래 '외교라는 게 잘하면 본전, 맘에 안들면 비난이 쏟아지는 곳'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특히 한일 간 문제처럼 국민 정서적으로 민감한 부분에서는 '조용한 외교'를 진행하다 '외교부가 하는 것이 뭐냐'며 두들겨 맞기 일쑤다. 너무 조용해도 문제지만 경우에 따라 '조용한 외교'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언론도 여론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외교부는 종종 여론의 뭇매를 맞고, 온 국민의 욕을 받아야 하는 '힐링캠프'가 되기도 한다. 그들에게서 늘 '자신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 누구에게나 인정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강한 욕구가 읽힌다.

그들에게는 '인정'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나가도 너무 나간 이번 윤 장관의 발언을 감싸기는 쉽지 않다.

윤병세 장관은 지난달 30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문제와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 등에서 외교부가 전략이 없어 신속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 "고차방정식을 1차원이나 2차원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 "패배주의적, 자기 비하적, 심지어 사대주의적 시각"이라는 등의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언론, 정치인, 전문가들의 비판을 '너희가 무엇을 아느냐'식의 투로 일축한 파장은 컸다. 윤 장관의 '인정'을 위한 직원 사기 부추기기 발언은 '자화자찬'이라는 비난 속에 역풍을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외교부를 바라보는 내외의 곱지않는 시선에 윤 장관의 발언이 빌미를 준 셈이다.

비난의 화살은 외교부 전체로 향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외교부가 언제 칭찬 받은 적이 있었던가.

외교부에게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북돋음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인정이 목마른 그들에게 토닥거림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윤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있었음에도 '자부심'을 불어넣기 위한 그의 과도한 표현이 일견 이해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외교부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색한 손도 때로는 박수를 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그들이 과도하게 '자화자찬'으로 위로 삼지 않아도 스스로 인정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의 박수가 더 필요하다면 지나친 배려일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장관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를 벗어난 것이다.

고래 사이에 있는 새우가 새우가 아니라고 외친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사대주의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가 높아졌다고 G2(미국과 중국)를 우리나라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기 힘든 과잉 자신감이다.

'눈치보지 않는다', '샌드위치 신세가 아니다'로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우리가 눈치를 봐야 한다면 눈치를 보고 때로는 약게 전략적인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한 외교의 일환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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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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