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외통수]김정은 '공포정치', 선대와 다른 이유

[오세중의 외통수]김정은 '공포정치', 선대와 다른 이유

오세중 기자
2015.05.17 14:38

[the300]

오세중 기자
오세중 기자

국정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수백 명의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항공기나 헬기를 요격하는데 쓰는 고사총을 처형도구로 사용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군의 핵심간부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12월에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면서도 주저함이 없었고 총살 후 화형을 했다는 설도 나돌면서 그의 잔혹함에 세계가 경악했다.

장성택의 사형에 앞서 형식적으로 치러졌던 특별군사재판도 없이 현영택이 죽음을 맞았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설명이다.

이로써 김정은은 지난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본인과 함께 인민군 대장에 임명된 5명의 후견인을 실권에서 밀어버린 셈이다.

5인방 김경희, 현영철, 최룡해, 김경옥, 최부일 이들 중 영향력을 행세할 만한 이들은 없다.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경우는 남편 장성택의 처형 이후 설만 남무한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오래됐고, 북한의 2인자로 불리는 최룡해 당 비서도 군 지위에서 물러났다.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역시 강등됐고, 김경옥 제1부부장장도 일선에서 물러났다.

무분별한 숙청 작업과 보직 박탈 등이 김정은 집권 후 계속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아직 군과 대중들 모두에게 스스로를 각인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영철의 총살 등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김정은 체제가 동요될 것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무차별한 제거 작업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며 북한 내부 동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다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체제 변화때마다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한 숙청은 반복됐지만 이전과는 지금의 숙청 행진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른 김정은의 '한계'가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신동혁씨의 탈북과 북한에서의 삶을 그린 블레인 하든의 저서 '14호 수용소 탈출'에도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신씨는 "김정은이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같이 강력한 통치권을 손에 넣으려면 군의 굳건한 지원과 대중의 지지를 받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김정일은 적어도 20여년전부터 연장자들 위에서 군림하는 법을 배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김정은은 권력 조종법을 익히기 시작한지 3년도 되지 않아 그런 이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대중 지지를 위해) 껴안고 싶은 가족 같은 이미지를 부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김정은은 집권 이후 부인 리설주를 등장시키고 각종 매체를 동원해 대중속에서 함께 악수하고 박수받는 이미지를 꾸준히 연출해오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한 고위 당국자는 과거 사석에서 "김정일의 경우 김일성이 다른 국가 순방시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을 시켰다"면서 "중국에서는 김정일이 갑자기 차려진 상에서 자기 식사를 빼 아래로 내려가더니 '어떻게 제가 어른들과 겸상하겠냐'며 말해 중국 고위간부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에게는 그런 일화조차 없다. 인민이나 이른바 자기의 사람들을 챙기는 일화는커녕 오히려 후견인까지 쳐내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가 무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정원이 북쪽 간부들 사이에서 그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도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다른 반발을 불러올 지 성공적인 진압을 통한 체제 안정화를 이끌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리 정부와 정보 당국이 북한을 더 면밀히 살피고 정확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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