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감염병에 구멍 뚫린 현실…국민건강 기본부터

"연간 6만명 외국인 환자 유치로 1116억원 진료수입이 기대됩니다."
새누리당의 2014년 홍보물 일부다. 이 홍보물 앞면은 그해 처리한 입법성과를, 뒷면은 2015년에 추진할 남은 과제를 담았다.
추진과제의 하나인 의료법 카테고리에 '국내보험사 외국인환자 유치'가 있다. 새누리당은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게 되면 1000억 넘는 진료수입이 생길 걸로 봤다.
이 홍보물 의료법 영역엔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과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도입'도 있다. 새누리당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우리나라 의료에 대한 홍보를 확대하고 외국인환자 유치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두 박근혜정부의 중점 추진정책이고 '민생경제법안'으로 규정됐다.
원격의료는 '민생'으로 볼 여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8일 발언은 일리가 있다. 원격의료가 의료영리화의 출발이 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효용성이 있다면 검토해볼 만하다.
하지만 지금 이 홍보물을 보고 있자면 낯이 뜨거워진다. 메르스가 발발한 중동은 외국인환자 집중 유치 대상 지역이다. 국내 최초 확진자는 중동 바레인을 다녀왔다.
메르스 확산 사태 앞에 우왕좌왕 하는 한국의료 현실이 세계 각국에 실시간 알려지고 있는데 외국어 의료광고가 허용돼 본들, '홍보'할게 뭐가 있을까.
우리나라엔 '성장'과 '일자리'가 절실하다. 이들 의료법 개정안도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분야든 새 성장동력을 찾아보자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 노력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법도 경제성장 차원에서 의료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진짜 중요한 건 놓치고 있었단 사실이 메르스 확산사태를 맞고서야 드러났다. 중심을 잡고 대응을 주도했어야 할 정부의 존재감은 없었다. 최경환 총리대행이 콘트롤타워의 수장으로 등장한 뒤에야 조직적인 면모를 갖춘 듯 보였지만 그나마도 7일 발표한 24개 발병 병원 명단 가운데 4곳은 잘못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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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8일 메르스 대책특위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신경외과 의사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그동안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 안전만 신경쓰고, 위급하고 돌발적인 전염병(감염병) 같은 문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점이 여실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지금까지 우리 정부 대응은 낙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역구가 평택으로, 본인이 격리대상 아니냐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관련기사 (평택 유의동 의원, '능동감시대상자'…"격리 대상 아냐")
외국인환자 유치가 아무리 긴요해도 국민건강이란 의료의 본질을 제대로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바이러스 한류', '메르스 수출국'이란 비아냥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건당국은 우선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