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2015국감]산은 내부자료 단독입수…강기정 "정권 눈치보다 관리감독 실패"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회가 2010년 중동 오만 선상호텔 건설프로젝트 등 일부 문제 사업에서 사실상 내부통제가 와해됐었다는 사실을 적발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 역시 당시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정황이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수차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내부보고서를 받고 나서야 외부 경영 컨설팅을 추진하고 감사위원회를 독립하는 등 후속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작 특혜 의혹의 대상이 되는 인사들에 대한 조치에서는 미흡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銀 내부문건 곳곳서 "대우조선 이사회 관련 문제" 지적
3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0~2014년도 '경영관리에 대한 협력도 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해당 자료는 산업은행 기업금융4실이 대우조선 경영평가의 일환으로 매년 작성, 보고한 것이다.
2010년도 협력도 평가 자료에 따르면 기업금융4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이사회와 관련해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안건 상정 및 관련 자료의 지연제공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당행(산업은행)의 업무수행 및 의사결정에 지연 초래"라고 평가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2011년도 자료에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됐다. 자료에는 "효율적인 경영관리 차원에서 당행과 사전협의가 필요한 신규 사업계획 등 각종 경영현안 자료 제공에 대해 형식적 자세 견지"라고 표현돼 있다. 또 "일부 주요 이사회 안건의 지연 제출 및 당행 경영관리 지장 초래"라는 문구가 담겼다.
두 문구는 오만 선상호텔 프로젝트 등 일부 문제 사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우조선 감사위원회가 지난 9일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 등장하는 내부 통제 와해 상황과 유사한 점을 지적한 것이라 주목된다.
2010년은 오만 선상호텔 사업 투자 승인을 위한 1차 이사회가, 2011년은 호텔 업그레이드 등을 사유로 추가 공사비를 투입할 것을 승인해준 3차 이사회가 개최된 시점이다. 감사위는 진정서에서 1차 이사회와 3차 이사회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사실이 이사회에 보고됐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뒤늦은 경영컨설팅…정작 책임 추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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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에 문제가 있다는 연이은 내부보고에 산업은행이 조치에 나선 것은 2012년이다. 머니투데이 더300이 강기정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2년 1월 '대우조선해양 경영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1년 11월 대우조선 내부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하고 "사실상 감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산업은행은 2008년 이후 감사위원회가 감사요구나 조사 실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산은은 "내부감사조직인 윤리팀은 사장(CEO)-기업윤리경영실장(부사장)-윤리팀(이사) 라인상의 편재로 사장의 지휘·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어 사장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를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남상태 당시 대우조선 사장이 2008년 조직 개편을 통해 당초 감사위원회 산하에 있던 감사실을 사장 직할의 감사팀으로 재편한 것이 사실상의 내부 통제 와해 상태를 가져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은 이에 따라 2013년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한다.
오만 선상호텔 프로젝트 같은 자회사들에 대한 감사 강화 조치도 내려진다. 산은은 컨설팅 보고서에서 "최근 자회사 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자회사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 발생 등에 따른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일반 감사와 같이 (자회사에 대한 감사도) 정례화해 매년 감사 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은 그러나 내부 통제가 붕괴된 와중에 진행된 방만 경영이나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의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협력도 평가 자료에 따르면 오만 선상호텔 사업을 담당하는 등 특혜의혹이 제기된 디에스온에 대해 거래관계를 단절하고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뿐이다.
또 사장 퇴임 후 거제대학 이사장으로 있던 남상태 전 사장에 대해서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향후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 CFO(최고 재무책임자)의 경영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정례화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강기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수용한 소극적 수준이다.
◇검찰로 넘어간 공…강기정 "정권 눈치 본 산업銀 탓"
대우조선은 내부적으로 풀지 못한 숙제를 검찰로 떠넘겼다. 감사위원회는 정성립 신임 사장 취임 이후 지난 7월부터 내부 감사를 진행, 2007년~2011년 추진됐던 사업 가운데 오만 선상호텔 사업 등 5가지 사업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며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2007년 6월 계열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을 통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지상 12층 지하 4층 복합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건축가 이창하씨가 대표로 있는 인테리어 업체 이창하홈을 불필요하게 시행사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건축가 이창하씨는 오만 선상호텔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디에스온의 대표였다. 남상태 전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돼 오만 프로젝트에 이어 특혜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진정서에는 대우조선 경영진이 당산동 복합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200억 원 이하 규모로 분할 매수해 이사회 결의를 회피했다는 의혹도 담고 있다.
진정서에는 또 대우조선이 2010년 4월 삼우중공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77%의 지분을 확보하고도 불필요하게 남은 23%를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과 2010~2011년 기존 운송업체들과 계약을 종료한 뒤 물류 비용을 아낀다며 '부산국제물류'를 인수했지만 기존보다 10% 인상된 수십억원의 초과 운임을 매년 지급한 부분 등에 대한 의혹이 담겼다.
강기정 의원은 "각종 산업은행 내부문건을 보면 오만 선상호텔 프로젝트 등 문제사업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내부통제가 와해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산업은행 역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 이는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