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정권마다 국정원강화 법안, 여야 불문 천정배·원희룡 등 소신파 반대

테러방지법은 현재의 새누리당처럼 보수 집권 정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8일 제16~18대 국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은 테러방지법을 만들고자 한 것이 확인됐다. 지금의 새누리당 진영인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긴 하지만 김대중·노무현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비대해지는 걸 용인하고 국정원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부딪쳐 번번이 국회 문턱에 막혔다. 테러방지법을 '국정원 강화법'으로 보는 신중론엔 여야 가리지 않고 당대의 소장파들이 나섰다.
테러방지법 제정안이 최초 제출된 건 김대중정부인 2001년 11월. 그해 9.11 테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후 대규모 테러가 국경을 가리지 않고 터지고 한국인 피해도 발생하면서 참여정부도 테러방지법을 냈다.
2005년엔 군 출신인 조성태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대표발의였다. 이에 앞서 김선일씨가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피랍·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당시 참여정부 외교부장관이었다.
보수진영에선 야당시절인 2005~2006년 공성진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이명박정부로 정권을 잡은 뒤에도 송영선 의원 등이 테러방지 관련법을 냈다. 이 법안들은 번번이 4년 임기동안 처리되지 않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19대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내용도 14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국가정보원에 두기로 하는 테러대응 실무기구의 명칭이 테러통합대응센터(2015년 이병석안), 대테러위협통합센터(2006년 정형근안) 대테러센터(2001년 김대중정부안)로 거의 같다.
해묵은 논란의 핵심은 국가정보원 비대화와 인권침해 우려다. 꼭 10년 전인 2005년 테러방지법 공청회는 2015년으로 옮겨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동일한 논란을 반복하고 있다.
국회정보위원장 직무대리였던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5년 12월6일 공청회에서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매우 모호해서, 심하게 말하면 테러센터장이 아무나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할 우려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공청회 진술인으로 나온 이대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테러업무가 국방부로 가면 국방부가, 경찰청으로 가면 경찰청이 비대해진다"며 "왜 그쪽으로 가면 비대해지지 않고 이 쪽(국정원)으로 가면 비대해진다고 보는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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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앞서 2001년 DJ정부의 테러방지법도 여권 내부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이 법안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년 11월 국회정보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였다. 이 법안을 강하게 반대한 이는 갓 창당했던 열린우리당 소속 천정배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현 제주도지사) 등이다.
천 의원은 당시 "흔히 치안으로 표현하는 이른바 대내적 안전 문제는 경찰이 중심인 것이 서구 선진국가에서는 일반적"이라며 "(국정원이) 경찰의 활동을 관리․조정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의 규정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현재의 국정원법에 의해서도 테러에 대한 정보수집, 기타 대테러 활동을 할 수 있고 과거 국정원이 보안업무의 조정 명목으로 다른 국가기관들의 기능을 사찰했던 허물이 있다"며 "이런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 역시 테러대응 명분만 갖고 제쳐놓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 소신파들이 당적을 뛰어넘어 신중론을 펴면서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특히 사실상 여당 의원이 반대하자 함승희 민주당 의원(현 강원랜드 사장)은 "대통령은 이런 법이 필요하다 하고 이른바 정신적 여당 의원들은 반대하면 대통령의 정책은 누가 서포트할 수 있는 거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근혜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 전 의원이 당시 법사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를 진행했을 뿐 특별한 찬반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
현재 새누리당이 추진중인 테러방지법에 야당이 국정원 강화를 우려하는 것도 오랜 국정원 불신의 연장선에 있다. 게다가 야당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강력한 정보기관의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고 의구심을 보낸다.
정보위 야당간사인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the300과 통화에서 "지휘 통제, 컨트롤시스템을 청와대가 하던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없애버렸다"며 "이것을 국정원으로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국정원 행태를 보면 잘 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정원에 대한 신뢰를 단시간에 회복하거나, 관련 조치를 병행하지 않는 한 테러방지법을 추진하려는 정부여당과 반대하는 야당은 이번에도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