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朴대통령, 野 지도부 직접 설득 땐 강한 여론 압박 효과"…긴급재정경제명령은 '무리수'

정의화 국회의장이 경제활성화 법안 등 핵심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함에 따라 청와대의 다음 수순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는 정 의장의 결단에 대한 희망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무거운 정치적 부담 탓에 현재로선 우선 고려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 "朴대통령, 野 지도부 직접 설득 땐 강한 여론 압박 효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에 대해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비정상적 국회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있다"며 핵심법안 처리를 거듭 압박했다. 현재 청와대는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제정안 등 핵심법안의 연내 처리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청와대 대변인이 압박한다든지, 삼권분립 민주국가임을 의심하게 하는 일은 안 된다"며 직권상정 거부의사를 재확인했다. 이어 "각자가 제자리에서 제대로 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국회압박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 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 동의할 수 없다"며 여권의 직권상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현행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국회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관련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는 만큼 직권상정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정 의장의 입장이다.
정 의장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남은 방법은 여야 합의 뿐이다. 이를 압박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꺼내 들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카드가 대국민담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국회 상황을 지켜보자"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박 대통령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야당 지도부를 직접 설득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국회 관계자는 "만약 박 대통령이 문 대표를 직접 만나 합의를 요청하는 등의 성의를 보인다면 야당으로선 여론의 강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유보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2차례, 올들어 2차례 등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주 야당 지도부와 만났다"고 말했다.
◇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무리수'
독자들의 PICK!
새누리당 일각에선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도 최후의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처음 거론한 뒤 이인제 최고위원에 이어 김무성 대표까지 언급하면서 빠르게 화두로 떠올랐다.
헌법 제7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법률의 효력을 갖는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은 다소 무리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현행 법상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의 요건을 만족해야 하고 명령의 범위도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로 한정돼야 한다. 게다가 국회의 사후 승인도 얻어야 한다. 만약 국회에서 과반수 의결로 승인되지 않으면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험 부담이 크다.
정 대변인이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16일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금이 (경제)위기라는 건 결코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