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정부, 야당 수정안 수용불가 입장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른바 원샷법,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에 급제동이 걸렸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추가논의를 위해 잡은 24일 법안소위 일정도 돌연 취소했다.
산업위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기업의 합병·분할 등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내용의 원샷법을 심사했다. 쟁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법 적용에 포함할지 여부. 그간 정부여당은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기업 다수가 포진한 만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하면 법 실효성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기업지배구조 강화에 법이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기업 적용 제외를 고수했다.
공전을 거듭하던 법안에 협상 물꼬를 튼 것은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이날 발언이었다. 법안소위원인 백 의원은 회의에서 "원샷법을 과잉공급업종에 적용하되, 야당이 반대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해선 정부가 문제로 꼽는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만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법안소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조선·철강·석유화학, 이 분야는 산업부가 시급하다고 한 분야이기 때문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더라도 일단 해주는 쪽으로 양보하겠다"고 말해 법안 통과 기대감을 높였다.
여당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여당 간사인 이진복 의원은 "정부가 그간 조선·철강·석유화학만 힘들다고 얘기하고 다른 업종은 홍보를 안해 야당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이라며 "야당이 양보해서 이런 부분을 받아주겠다고 하면, 정부가 절대 안 된다고 드러눕지 말고 방법을 더 연구해보고 의견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법안발의자인 같은당 이현재 의원 역시 "정부에서 야당이 제안한 안을 리뷰해 (수용할)여지가 없는지 검토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산업위 여야는 정부 입장을 추후 듣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이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외 다른 조항에 대한 심사를 절반가량 마쳤다. 홍 의원은 오후 회의를 정회하면서 "나머지 조항에 대한 쟁점은 많은 것 같지 않다"며 "적용범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고 간사 간 정부 간 협의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점심 약속 장소로 가서 얘기하고 회의일정을 잡자"고 산업위 의원들에 제안했다.
순풍이 부는 듯 했던 분위기는 그러나 오후 늦게부터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산업위가 24일 법안소위를 예고한 때는 오후 3시, 이 법안소위를 취소하겠다고 재통보한 시점은 오후 5시경이다. 급작스러운 취소와 관련 산업위 복수 관계자는 "정부가 야당의 수정안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전하면서 법안소위 일정이 긴급하게 취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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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데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소위원인 홍익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부가 원안통과만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지침이 내려온 것 같다"며 "오전만 해도 소위에서 여당의원들은 야당의 수정안에 대해 탄력적으로 얘기했고 정부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정부가 법안에 대한 시급성을 고민하는 건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밀어붙여 통과되길 바라는 것이거나 아니면 총선용"이라며 "원안 이외에도 아무것도 안된다고 하는 것은 청와대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업종으로 적용범위를 한정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어긋날 우려가 있고 경제 상황에 맞는 탄력적 운영도 어렵다”며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고려했을 때 조선, 철강, 석유화학 이외 어느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요인이 생길 수 있어 사전적으로 어떤 업종을 미리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이는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며, 정부는 법안소위에서 이를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대통령은 이날 오전 '법안 빅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핵심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간 협상의 여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원샷법을 비롯 노동개혁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9개 핵심법안의 임시국회 처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