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오늘…'反美운동' 부산서 불타오르다

34년 전 오늘…'反美운동' 부산서 불타오르다

박성대 기자
2016.03.18 05:58

[역사 속 오늘]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1982년 3월 18일 부산 미국 문화원에 화재가 발생했다./출처=당시 방송보도 화면 캡쳐
1982년 3월 18일 부산 미국 문화원에 화재가 발생했다./출처=당시 방송보도 화면 캡쳐

34년 전 오늘(3월18일) 오후 2시, 부산 대청동 미국 문화원 건물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고신대학생 문부식·김은숙·이미옥 등이 함께 미 문화원에 들어가 수위의 제지를 뿌리치고,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이고 달아난 것.

비슷한 시간, 국도극장과 유나백화점 앞에선 '미국과 일본은 더이상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지 말고 이 땅에서 물러가라', '살인마 전두환 북침 준비 완료' 등의 내용이 적힌 '반미투쟁을 끊임없이 전개하자'는 제목의 유인물이 뿌려졌다.

강풍 탓에 미 문화원에 붙은 불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약 2시간이나 타올랐다. 이 사건으로 미 문화원 도서관 내에서 책을 보던 동아대학생 한 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으로 인한 중경상을 입었다.

대학생들이 미 문화원에 불을 낸 주된 이유는 미국이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을 묵인함으로써 사실상 전두환 군사정권을 지지한 것에 대한 반감때문이었다. 다수의 언론에선 다음날 사회면에 '불순분자들의 소행'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전두환 정권은 이 사건을 고정간첩의 사주나 좌경 불순분자의 소행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화재 발생 2주일 후 함세웅 신부의 주선으로 문부식·김은숙이 자수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특히 여학생들까지 가세해 미국을 상대로 방화했다는 소식에 당시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수배자 은닉혐의로 최기식 신부와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관련자들까지 체포하면서 전두환 정권과 종교계 간의 싸움으로도 번졌다.

대학생들이 방화라는 방식을 썼다는 점, 그 과정에서 무고한 학생이 숨진 점과 다수 언론의 편향된 보도 탓에 일반 대중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현장·문부식은 사형, 김은숙·이미옥은 무기징역, 기타 관련자들은 징역 3년에서 15년까지 선고받았지만 이후 모두 감형됐다.

이 사건은 반미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이전까지는 미미하게 일어났던 반미 운동이 이를 계기로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광주, 대구 등에서도 미 문화원 방화 사건이 잇따랐고, 1985년엔 73명의 대학생이 서울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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