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스마트워크 시대가 도래했다. 시공의 제약 없이 업무가 가능해졌다. 기업들은 앞 다퉈 인트라넷과 그룹웨어, 메신저를 도입하고 개인 스마트폰은 어느새 필수불가결한 업무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부장님의 "저녁 먹고 합시다"로 대표되는 비효율적 노동문화는 사라지지 않았고 '단톡방'의 형태로 살아남았다. 시공을 무시하고 떨어지는 스마트폰 업무지시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카톡감옥', '카톡지옥'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70.3%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기기로 업무 지시를 받거나 일한다. 이전보다 하루 평균 1.44시간, 주당 11.3시간 더 일한다고 한다. 한 취업포탈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2명은 업무시간 외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관련 연락을 받는다고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자의 항상적 '온라인(online) 상태'는 좋은 일일 수 있겠으나, 근로자들은 초과근로가 만연해져 근로여건만 더욱 악화됐다. 장시간의 근로가 노동생산성으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114일이나 더 일했다.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34개국 중 25위로 하위권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사생활의 자유 보장', '인간 존엄에 반하지 않는 근로조건의 보장',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퇴근 후 업무 카톡방지법'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근로기준법을 우회하는 새로운 형태의 연장근로가 근로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자에게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 그 특징을 반영한 노사합의나 규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초과근로를 피할 수 없다면 그에 걸맞는 정당한 보상 방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미 2년 전에 프랑스는 근무시간외 업무 이메일 발송을 금지하는 노사협정을 체결했다. 독일은 유사한 취지의 '안티-스트레스법'이 발의된 상태이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작업이 추진 중이다. '퇴근 후 업무 카톡방지법' 발의 후 우리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달 '퇴근 후 전화, 문자 등을 제한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사용자·노동자 모두 스마트기기를 통한 퇴근 후 업무지시의 폐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법안의 발의 취지는 이미 절반 이상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눈치가 보여 연차와 출산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고. 장시간 초과근로의 합법 수단이 된 '포괄임금제' 등 정당한 근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도 사회에 깊숙히 남아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탄력근무제', '원격근무제' 역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행복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효율과 자본의 논리가 헌법상의 기본권에 앞설 수는 없다. 상식선에서 지켜져야 할 것들이 법안으로까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다. '퇴근 후 업무 카톡방지법'은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고용과 근로의 윤리를 바로세우자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 기업에서 이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대의 변화와 발전이 행복을 늘릴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늘릴 것인가. 현재와 미래까지를 염두에 두고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