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靑 주도 개헌론 반발 움직임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개헌카드를 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셈법이 분주하다. 크게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3가지 방안을 두고 비전 검증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이 선호했던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사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다. 5년 단임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8년 동안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같은 당 출신 대선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세균 국회의장도 그동안 여러차례 4년 중임제 개헌 지지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최근 대학 강연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려면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가장 안 좋은 구조"로 꼽았다. 새누리당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4년 중임제와 함께 정·부통령제 도입을 제안했다. 대통령 후보가 영남 출신이면 부통령은 호남 출신 등으로 지역안배를 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제의 반대편에 있는 내각제 추진파의 선두주자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7월 말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여야를 아우르는 비(非)패권지대 개헌연대 카드를 던졌다. 평생 지론인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내각제가 필수관문이라는 신념이 깔려있다. 당내에서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는 진영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과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는 순수 내각제로 가는 데 대한 국민의 우려가 적잖다는 점에서 두 제도를 혼합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사도 많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아 내치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 분권형 대통령제 입장에 서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두고 새누리당 친박계(친박근혜계)가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로 재집권을 노리는 시나리오라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야권에서도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분권형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에는 비문(비문재인) 그룹의 김부겸 의원부터 범친노(친노무현) 중도성향의 원혜영 의원, 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문희상 의원까지 분권형 대통령제 찬성파가 두루 포진해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와 천정배 전 공동대표 역시 분권형 대통령제 지지세력이다. 2년 2개월의 칩거를 끝내고 지난 21일 정계복귀와 함께 개헌론을 들고 나온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지한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과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준비하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한다.
독자들의 PICK!
야권의 또다른 유력 대선잠룡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당체제에 유리한 선거제도는 그대로 두고 권력구조만 개편하는 것은 양당이 나눠먹자는 것"이라며 "선거제도를 개편해 다당제와 권력분산이 가능한 형태를 만든 다음 개헌으로 넘어가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일부 주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개헌 논의가 청와대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유승민 의원은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지사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며 "헌법 개정 논의를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지 말고 협조자의 위치에 서달라"고 요청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논평을 내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개헌 논의의 물꼬를 터 준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과 함께하는 '상향식 개헌'이 될 수 있도록 개헌특위 구성 등에 대해 여야가 협력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