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생각 다른느낌]법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보통사람이 알 수 있어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위반으로 두 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첫 사례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고소사건을 맡은 경찰관에게 시가 4만5000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낸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난 7일 폭행사건으로 경찰서에 체포된 사람이 현금 1만원을 두고 간 경우였다.
경찰에게 떡을 선물한 사람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개인사정을 고려해 시간을 조정해 준 감사의 표시로 보냈다고 하고, 경찰서에 1만원을 두고 사람은 경찰조사를 마친 후 경찰에게 “친절히 조사해줘 고맙다”며 1만원을 건넸으나 받지 않자 사무실 바닥에 몰래 떨어뜨리고 갔다고 알려졌다.
두 건의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사람들이 도무지 뭐가 위반인지 모른 채 '청탁금지법' 위반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조정해 준 감사의 표시로 보낸 떡 선물이나 친절하게 조사해줘 고맙다며 건넨 1만원이 부정청탁을 금지한 법 5조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한 법 8조의 어느 조항에 해당되는지 사람들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언론조차도 위반사항이 부정청탁인지 금품수수에 따른 직무관련성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청탁금지법은 크게 법 2장에 부정청탁 금지, 3장에 금품 등의 수수 금지를 위반행위로 규정한다. 다만 법 8조3항 규정에 의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인 때에는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 허용했다. 이 정도는 사회상규상 허용된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부정청탁이 아니라면 ‘직무관련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3,5,10만원까지 문제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단 한 푼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큰 혼란을 주고 있다. 권익위의 지나치게 엄격한 유권해석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뭐가 위반인지도 모른 채 부지불식간에 위법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지인은 "학부형이 5000원짜리 커피를 선생님에게 드리면 ‘직무관련성’이 있어 청탁금지법 위반이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변호사들이 “아직 판례가 나오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답변을 하고 있다.
모두다 누군가 먼저 위반행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판례가 쌓이기를 기다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이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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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을 만든 목적은 공직자, 사립교원, 언론인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공정한 업무수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용대상은 공직자 뿐 아니라 일반인도 포함돼 있어 사회상규에 대해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위반내용을 쉽게 알고 지킬 수 있어야 제대로 법이 준수되고 집행될 수 있다.
그런데 금품수수의 경우 권익위가 법규정에도 없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오히려 가벌성을 확대해 예측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법 집행자의 권한만 늘려놓았다.
그 결과 공직자 등은 혹시나 시범케이스로 찍힐까 하는 두려움에 민원인을 만나기조차 꺼려하고, 따로 청탁금지법 교육을 받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범법자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졌다.
법무법인 중부로 민경철 변호사는 “금품제공의 경우 3,5,10만원 한도에서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을 넓게 해석하여 허용하거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범위'로 개정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처벌범위를 넓혀 해석할 경우 본래의 입법취지와 무관한 행위까지 처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선한 법이다. 그러나 권익위가 지금처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게 되면 사회상규에 대해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일반 사람들을 모두 범법자로 만드는 악법(惡法)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모두 다 지키지 못하는 죽은 법(死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