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캠프 조직 서둘렀는데…" 불출마 선언으로 애물단지된 선거 사무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떠났지만 캠프사무실 두 곳은 여전히 남아있다.
반 전총장 측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새로운 캠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 전총장은 이날 오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측근들도 몰랐던 전격적인 불출마 발표였다.
반 전총장 측은 대하빌딩 5층에 662㎡(약 200평) 규모의 캠프사무실을 계약하고 빠르면 3일쯤 개소식을 할 예정이었다. 반 전총장이 아무도 몰래 불출마 결심을 굳혀가는 가운데서도 캠프는 대선을 위한 준비를 착착 실행하고 있었다는 거다.
대하빌딩은 정치권에서 '선거 명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선캠프가 있던 곳이며 1997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경선 후보 사무실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
2년 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는 김무성 의원이 2층, 서청원 의원이 같은 건물 7층, 홍문종 의원은 8층에 캠프를 차려 경쟁자들이 같은 출입구로 드나드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마포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던 반 전총장이 여의도에 선거캠프를 새로 꾸리고, 그 둥지로 대하빌딩을 정한 것은 본격적인 정계진출의 신호탄이었다.

반 전총장은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만들었던 '안국포럼'처럼 본격 대선레이스가 시작되기 전까지 물밑으로 조용한 준비를 하고자 했다.
이 전대통령은 시장 퇴임 직후인 2006년 6월 종로구 견지동에 개인 사무실 '안국포럼'을 열었다. 대선레이스가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 200㎡(약 60평) 규모로 이 전대통령을 보좌하는 6~7명의 실무진만 상주했다.
이도운 반 전총장 대변인도 "정치적으로 얘기하는 선거캠프는 아니고, 반 전총장의 국내 활동을 보좌하는 실무팀이 머무는 곳"이라고 마포 캠프의 성격을 설명했다.
반 전총장 측 캠프 관계자는 "만약 탄핵인용이 된다면 그 후로 한 달간 각 당에서 경선레이스를 시작할 것이고 반 전총장도 그때가 (공식 대선출마) 적기라고 보고 있었다"며 "실제 대선을 치러본 인물이 필요한데 '친박' '친이' 프레임으로 일찍부터 공격당할 수 있어 전면에 나설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전총장이 귀국한 후 반 전총장을 중심으로 대선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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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에서 정치적으로 '네거티브' 공격을 받자 이에 대응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선거캠프 조직을 서둘렀다.
반 전총장 캠프 측 관계자는 "실무진 사이에서는 ‘정치교체’라는 구호가 국민들 가슴속에 파고들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권의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문재인 검증팀도 꾸릴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전총장의 갑작스러운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여의도사무실과 마포사무실의 용도가 애매해졌다.
여의도 대하빌딩의 사무실 보증금은 3.3㎡당 43만원(기준층), 월 임대료는 3.3㎡당 4만3000원 정도로 알려졌다. 662㎡ 규모기 때문에 보증금 약 8600만원, 월임대료 86만원 수준이다.
대하빌딩에 계약한 사무실은 이미 집기를 철거하고 정리수순에 돌입했다. 마포의 사무실은 계약기간이 2~3달 남아있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반 전총장 캠프 측 관계자는 "여의도사무실은 계약금만 걸어둔 상태여서 정리될 것으로 안다"며 "마포사무실은 단기계약을 했지만 계약기간이 남아서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