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법정 전염병 아니라 데이터 부족…백신개발은 걸음마 수준

국내에선 이름도 생소한 E형간염 항체 양성률이 1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E형간염은 현행법상 전염병에 포함되지 않는다. 질병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본부에서 입수한 '국내 간염관리대책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 2016년 정책연구용역(대한간학회 주관)사업 최종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형간염 항체 양성률은 10% 이상이다.
1995년 2개 병원에서 모은 한국인 96명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양성률은 17.7%에 달했다. 2003~2004년 단일 건강검진센터·병원에서 모은 한국인 361명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양성률은 11.9%였다. 법정전염병이 아니라 학문적 보고 수준이지만, 연이은 조사에서 10%대 양성률을 기록한 것은 의미있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돼 전수조사 대상인 B형간염 양성률은 약 4.5% 수준으로 알려졌다. E형간염 양성률이 이보다 더 높지만 '법적 간염'이 아니라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급성 A형간염과 중증도에 큰 차이가 없는 질병이지만 정부의 공식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E형간염 검사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시기 이후에 이뤄진다. 혈청 진단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도 진단 정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E형간염은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수나 음식을 통해 전염된다. 특히 돼지나 굴이 위험하다. E형간염 양성률은 △국내 3개월령 이상 돼지 50~60% △고양이 8.1% △굴 8.7% 등으로 조사됐다.
또 2012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도축장 종사자들의 E형간염 항체 양성률은 32.8%에 달했다. 도축장에서 익히지 않은 고기를 섭취하는 습관이 있을 경우, 근무기간이 더 길수록 양성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형간염은 면역체계가 건강한 사람에겐 만성간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산부가 E형간염에 걸릴 경우 치사율이 2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게다가 무증상이 특징이라, 모르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병이다. 합병증으로 더 큰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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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내 백신개발은 걸음마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들어서야 E형간염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백신개발을 위해서는 백신후보주 선별을 위한 기초연구(2~3년)와 비임상(2~3년)·임상(8~12년) 단계까지 통상 15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학회는 보고서에서 △법정전염병 포함 △정확한 진단을 위한 혈청 검사법 개발 △항체 보유율 역학조사 △인지도 향상을 위한 국가적 노력 △백신개발 연구와 투자 △질병관리본부의 관리부서 조정 및 타 정부기관과 협력 등을 E형간염 대책으로 제시했다.
김현권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E형간염의 심각성을 알고도 덮기에 급급했다"며 "최소한 유병률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E형간염을 법정전염병에 포함시키는 '감염법예방법 개정안'을 지난 2월28일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