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본래부터 간절히 바란다) 아니겠습니까."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활동과 관련해서 정부 부처 공무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각 부처 분위기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윤 당선인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우고 있다. '대수술'이 예고된 셈이다. 이 같은 대대적인 개편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4년 만이다.
'초미니 부서'인 여성가족부(여가부)의 해체가 그중 가장 큰 관심사다. 여가부의 올해 예산 규모(1조4600억원)는 정부 전체 예산의 0.24% 수준이다. 그럼에도 설립 22년 만에 여가부는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부처 기능이 개편되거나 이관되는 등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 여가부에 대한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명칭 변동만 봐도 알 수 있다. 2001년 각 정부 부처로 분산돼있던 여성 관련 업무를 총괄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여성부'가 신설됐다. 이후 2005년 '여성가족부'로, 2008년엔 다시 '여성부'로 돌아갔다. 2010년에 또다시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후엔 같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는 명확한데 다양한 기대와 많은 비판을 한 몸에 받아내며 몸살을 앓은 흔적들이다.
올해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메시지를 띄운 윤 당선인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공약인데 그럼"이라며 추진 의사를 재차 밝혔다.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 등 입법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있겠지만 여가부 폐지 공약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여가부의 역사적 소명이 다했다"는 게 윤 당선인의 판단이다. 여가부 폐지론자들도 2018년 '미투 운동',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2020년 '권력형 성범죄' 사건 등에서 여가부가 여성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최근 연구에서도 '제한적 권한과 위상, 성차별 시정기능의 부재' 등이 여가부 한계로 지적됐다.
여가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은 필요하다. 여가부 스스로도 알고 있다. 가족·청소년·돌봄 분야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여성'에 매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가부 장관도 부처 명칭을 '성평등부'나 '양성평등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표심 확보가 아닌 부처 본연의 역할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여가부'라는 이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여가부가 갖고 있던 순기능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여가부의 실질적 재편 방향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 25일 여가부의 업무보고 이후 윤석열 정부가 제시할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소명'에 명확한 해답이 담기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