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것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출범 한 달간의 성적을 이렇게 매겼다. 과거 중앙부처에서 자문 등의 경험이 있는 그는 인수위가 왜 '카페·음식점 일회용 컵 규제 유예' 등을 제안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과거 인수위는 '지방화 구상'(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실용정부 구축'(이명박 전 대통령) 등 청사진을 토대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세우고 이에 맞춰 핵심 국정과제 선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화 구상'을 발표해 지방분권 시대를 선포했다.
지금 인수위에서는 이런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비롯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관련 각종 의혹,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정무적 이슈에 묻혔다고만 보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한국노총을 찾았지만 인수위에서 내놓은 노동개혁 방안은 사실상 없다. 대선 때 실종된 연금개혁도 사회적 대통합기구 설치만 발표했을 뿐 방향성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정권 교체의 단초였던 부동산 정책은 "상당히 늦춰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당선인이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산업은 인수위 분과별로 내용이 중복되는 등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최근 내놓은 '반도체 기술경쟁력 강화' 자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조사한 수치를 그대로 붙였다.
국정과제 확정에 앞서 아젠다를 던지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는 탓에 지엽적 수준의 정책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이 표방한 '일 잘하는 정부'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인수위 현판식에서 "인수위의 매순간이 국민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통의동과 삼청동에서는 '용산 입성'이 인수위 인사들의 최우선 목표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까지는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인수위가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한 마지막 기회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되짚어 보고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것 밖에 안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