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소통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인터뷰 "세계가 지켜보는 건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 작동 여부...정치가 국민에 또 빚졌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정이 적어도 경제와 외교·안보, 이 두 가지 분야에서 일종의 비상회의체제를 운영해 두 분야만큼은 별도로 집중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게 지혜로운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사무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통한다. 3선 의원을 지냈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강원도지사, 국회 사무총장 등 정치 경험을 두루 갖춘 그는 이번 12.3 계엄 사태를 두고 "낡은 제도와 무능한 대통령이 만나 벌어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 개혁을 위한 진심 어린 목표가 있었다면 참고 견디며 야당과 대화했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검사와 피의자 구도로 모든 것을 바라봤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는 어찌보면 개인, 국내에 관련된 문제였다면 이번 계엄 선포는 전세계가 지켜봤고 헌법 유린 장면이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 직후 한국 증시에서 (나흘간) 140조원이 증발했다. 또 한미 동맹을 취약하게 만들었다"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가 있는 상황에서 국지전을 일으키면서까지 정권을 유지하려 했다는 건 민주주의, 경제, 외교·안보 이 세 가지를 총체적으로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인데 (윤 대통령 측이)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금의 국정 혼란 종식은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데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봤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서는 "국민에 대한 두 번의 배신 행위를 한 것"이라며 "한 번은 총리로서 계엄을 막지 못한 것이고 또 한 번은 헌법재판소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인터뷰 이후인 지난 27일 탄핵소추돼 직무 정지됐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총리 직무대행을 모두 맡게 됐다.
이 전 사무총장은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고 그 결론을 내는 건 정부의 몫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최소한 탄핵심판 프로세스(절차)는 정상적으로 밟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시스템조차 작동되지 못하게 막는 건 국정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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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사무총장은 인터뷰 시간 내내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풀어갈 해법을 이야기하는 데 집중했다.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을 가동시키고 국정조사에 속도를 내는 한편, 여야정 회의체를 구성해 현안을 풀어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전세계가 계엄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한 트랙에선 탄핵과 수사 절차가 제대로 가야하는데 이게 안 되면 외부에서는 우리나라 내전 상태가 지속중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트랙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등을 포함한 여야정 비상회의체를 구성해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함께 헤쳐나간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비상회의체를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전 수상이 운영한 전시내각에 비유하기도 했다.
여야가 현재 반목하고 있어 회의체 구성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 전 사무총장은 "그러기엔 엄중한 시간이 빨리 올 것"이라며 "다음달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당장 관세와 국방비 인상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누가 대응을 하겠나. 이건 여야를 떠나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이라면 훨씬 더 큰 책임을 갖고 국민들에게 더 큰 봉사를 해야지 않겠나"라며 "국민들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는데 민생과 한미동맹과 안보를 망가뜨린다면 국민들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하루가 다르게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전 총장은 '트럼프 집권 2기'에 맞춰 여야정 회의체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와 같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 주요 인맥과 이야기가 될 사람이 포함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경제, 안보, 통상 논의를 위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나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현종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한미 FTA 뿐만 아니라 한·유럽연합(EU) FTA 협상도 이끈 경험이 있으면서 보수 인사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는 곧 날아올 것"이라며 "그가 비즈니스맨임을 인지하고 그 때 우리는 더 큰 빅딜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더 큰 빅딜이란 기술, 경제, 안보, 평화 이것을 하나의 패키지로 해 딜(거래)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미국 알래스카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자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수송경로상 북한 앞 바다를 지나와야 할텐데 이를 계기로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 수 있다"며 "5G(5세대 이동통신) 등 통신 기술에 강한 우리나라로서는 머스크와 손잡고 저궤도 위성 사업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AI(인공지능) 시대 데이터센터 사업 관련해서도 미국과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 "가깝게는 2025년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여야가 대통령 탄핵 국면을 뛰어넘어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기 위해 APEC 성공을 지원하는 결의안을 낼 수도 있겠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단을 발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이번 대통령 탄핵 국면을 지나면서 정치인으로서 느낀 소회에 대해 "정치가 국민들에게 또 한번 빚을 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규모 장외 집회에 당원들과 모두 참석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그 자리에서 응원봉 세대와 (2016~2017년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 세대가 하나가 된 것을 확인했다"며 "87년 6월 항쟁, 97년 외환위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가 국민들에게 또 한 번 빚을 졌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우린 지도자가 약하고 국민이 강한 나라임을 또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가 원하는 세상이 뭔지 생각해봤다. 그것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나아가는 나라라 생각된다"며 "무엇보다 중산층, 중간층, 중견중소기업, 중소도시 등 '허리'가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정치적 분열 상황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