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1. 1919년 9월6일 상하이, 한성, 블라디보스토크 3곳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통합됐다. 초대 대통령으론 이승만이 추대됐다. 그가 미국에서 활동하며 쌓은 인맥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특히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우드로 윌슨과의 프린스턴대 학연이 주효했다. 이승만은 1910년 프린스턴대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 프린스턴대 총장이 윌슨이었다. 이승만이 프린스턴대 출신에 정치학 교수였던 윌슨과 각별한 관계였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1919년이면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영국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패권국 자리에 오른 시점이다. 그런 미국의 대통령과 연이 닿는다니. 대한독립을 꿈꾸는 임시정부 입장에선 최적의 대통령 감이었을 터다.
100여년이 흐른 지금은 다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다. 트럼프와의 통화 한 번으로 나라를 구할 수도, 망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우리가 관세폭탄과 미군 재배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를 잘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은 차기 대통령에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의 기술 소개를 듣고 있다. 2025.04.14. photo@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4/2025041415322634137_2.jpg)
#2. 국가 간 협상은 기본적으로 '이중협상'(dual-level negotiation)이다. 상대국과의 협상 뿐 아니라 국내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가 고율관세처럼 자국내 물가인상을 초래하는 극단적 정책을 펼 수 있는 건 그의 뒤에 든든한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강력한 팬덤은 국제협상에서 유리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국내 여론에서 우위를 점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늘려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트럼프를 상대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트럼프까진 아니라도 그의 핵심 참모들과의 학연만 있어도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이끌고 있는 백악관의 스티븐 미란 경제자문위원장, 피터 나바로 통상·제조업 선임고문은 둘 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놓고 대선 후보 추대론이 나온 건 그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4.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4/2025041415322634137_3.jpg)
#3.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트럼프로부터 최소한 2가지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첫째는 상호관세, 둘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다.
여기에 2가지 요구가 추가될 수 있다. 첫째는 원화가치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 둘째는 최장 100년의 초장기 미 국채 매입이다. 스티븐 미란이 미국 경상수지 개선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해 제시한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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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최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를 미뤄준 시간은 90일이다. 앞으로도 석 달마다 70여개국으로부터 뭔가를 받아내면 관세를 미루고, 그렇지 않으면 부과하는 패턴이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90일마다 조금씩 잘라서 내어주는 '살라미 전술'이 필요하다.

#4. 우리 입장에서 상호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따로 다룰 수 없는 '패키지 딜'이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원스톱 쇼핑'이다. 방위비 문제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트럼프도 반길만한 조건을 제시하고, 그 대가로 상호관세를 막는 게 최선이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 대신 국방예산을 늘리겠다고 역제안해보자. 주한미군 축소는 피할 수 없다. 국방예산 증액은 자주국방력 확보 차원에서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국방예산 증액을 압박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카드다.
둘째, 그럼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분담금을 늘리되 증액분의 용처에 조건을 붙이면 어떨까. 예컨대 분담금 증액분을 반드시 군함 등 한국산 무기 구매 비용으로 쓰도록 못박을 수 있다. 우리 방위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다음 대통령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