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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약 5개월 반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핵·미사일 보유국'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 등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경주 아시아태평양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깜짝 회동' 제안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10분쯤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러발 발사했다. SRBM은 약 350㎞를 비행한 뒤 동해상이 아닌 함경북도 산악지형에 떨어졌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았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29~30일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PEC 등 아시아 순방 기간 미북 정상회담 필요성 등을 비공개로 논의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북한으로선 미사일로 관심을 끌어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논의 없는 대화를 제안할 경우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만났는데 당시에도 방한 계기로 미북 대화를 제안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화답하며 정상회담은 전격 성사됐다. 당시 '대화 제안' 트윗부터 판문점에서 악수하기까지 단 32시간만 걸렸다. 두 정상은 2018년 6월부터 3차례 만났지만 비핵화 등에 이견을 보였다. 이 때문에 추후 있을지 모르는 대화에선 비핵화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시점이 갖는 정치적 파급력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진행된다"며 "APEC 정상회의 개최 일주일 전 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집권 초기 한미·한중·미중 양자회담 및 다자회의 등을 전후로 17회 정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황북 중화에서 발사한 전례를 볼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SRBM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미중 정상회담 등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의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포석, 비핵화가 불가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분쟁해결사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관심끌기 차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기대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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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해 9월18일 쐈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종과 사거리 등을 분석 중이다. 화성포-11다-4.5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탄두를 키워 4.5t짜리 고중량으로 개량한 탄도미사일이다. 이스칸데르는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전술 탄도미사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