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조금 허전하군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출범 이후 첫 시정연설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비어있는 국민의힘 좌석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여당 의원 쪽에서는 긴장하지 말라는 취지의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고 이 대통령은 "네"라고 답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약 30분 동안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설명에 나섰다. 지난 2월 민주당 당대표 시절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연설을 했을 때와 비교하면 다소 차분하면서도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였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여야 분위기는 대비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통령을 향해 기립 박수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 한명 한명 악수를 하고 눈인사를 하면서 연단 위로 올라갔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이 대통령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전원 불참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야당 탄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하는 등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 대통령 연설 과정에서 약 33차례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이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모든 국민들께 깊이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자 여당 의원쪽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 대통령이 한중정상회담의 성과를 언급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말하자 함성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1분기 마이너스였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 △주가지수가 4000선을 돌파한 점 등을 언급할 때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은 내년 총지출의 경우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다"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 3조3000억원 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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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취약계층의 생활을 두텁게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굳건히 지키겠다"며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 기반 마련을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해 생계 급여를 4인 가구 기준 매월 200만원 이상 지원하도록 하겠다.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에 전년 대비 1조8000억원을 증액한 총 5조5000억원을 편성했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생애주기별 촘촘한 지원과 함께 균형발전에도 적극 나서겠다"며 "출생률 반등을 위해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2026년 만 8세 이하까지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 이하까지 늘려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 도중 정면을 응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우리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나" 등을 말하며 앞을 쳐다봤다. 그는 두 손을 들어올리며 "비록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이날 연설이 끝난 뒤 여당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이재명" 이름을 연호했다. 이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 미소를 지으며 약 4분 가량 인사를 나눴다. 일부 의원들은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며 "화이팅"을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