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정부가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을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정부와는 별개로 우리 정부 차원에서 개최했다. 행사에는 정부 대표인 이혁 주일본대사와 정부 관계자, 유가족 11명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21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을 거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유가족 대표 이철규 씨가 추도사를 낭독하며 고인의 아픔을 되새겼다. 그는 "부친이 강제 동원돼 고통을 겪은 사도광산을 직접 찾게 되자 부친의 슬픔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사는 정부를 대표하는 추도사를 통해 "먼저 모든 노동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 이 곳 사도 섬에는 조선총독부의 관여 하에 모집, 관알선 및 징용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강제로 노역해야 했던 많은 한국인 노동자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노동자들이 느꼈을 부상에 대한 두려움, 외부와 단절된 삶 속에서 비롯된 고립감, 기약 없는 미래가 주는 막막함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유가족의 마음에도 깊은 아픔과 슬픔으로 남았다"고 했다.
이 대사는 "한국인 노동자분들이 더 위험하고 어려운 업무를 맡아야 했지만, 사도광산에서 일하신 모든 분들이 혹독한 노동과 열악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양국 국민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때로는 손을 내밀어 돕는 모습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고 추모의 뜻을 나누는 것은 이러한 공감과 치유의 마음을 더욱 깊게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일 양국이 고통과 아픔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며 협력과 연대의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후 유가족들은 지난해 추도식이 열렸던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를 방문해 헌화하고, 사도광산 내 관련 장소들을 찾아 이동하며 고인들을 기리는 시간을 이어갔다.
독자들의 PICK!
한국 정부 차원의 추모식은 일본 측이 지난 9월 개최한 추모식과 별도로 열린 것이다. 2년 연속 일본 측 행사에 한국 정부와 유족들이 불참하며 별도로 추도식이 치러지고 있다.
한일 간 공동 추도식 추진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은 일본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데 동의하는 대신, 일본이 현지 유적지에 강제동원 역사를 제대로 표기하고 양국이 매년 7~8월 공동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추도식은 양국 정부 간 행사 명칭, 추도사 내용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한국 측 불참으로 파행했다. 올해도 정부는 일본 측과 추도사 표현을 두고 논의하다 강제성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판단해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