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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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는 취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응급실)에 물(환자) 붓기'란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응급환자를 수용할 응급의료기관을 빠르게 정해 이송하는 것'이다. 이송할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때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가 수용기관을 지정하고, 지정받은 의료기관은 환자를 수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응급실에 실려 온 응급환자를 병원이 거부할 수 없게 만든 건데, 의료계에선 응급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는 병원에서 이송된 환자를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 강제 수용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개정안엔 이송 전에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절차가 없다. 그러면서 병원이 전화 받기 위해 전용회선과 담당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는 그대로 뒀다. 전화를 거는 쪽의 의무는 없애고, 받는 쪽의 의무만 남긴 셈이다. 환자 상태가 경증인지 중증인지를 가르는 1차 판단을 현장 구급대원이 하게 된다는 것도 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낙마했다. 김 의원은 판사와 재선 국회의원을 거친 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여권에서는 법무부를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으나 인사청문 과정에서 식약처 로비 의혹이 불거지고 전 보좌관의 '투서'가 나오면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뒤 후보 자리를 내놓게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김 의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5명이다. 이들 중 현역 의원만 3명째다. 현역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이미 한차례 검증을 받았고 오랜 기간 언론에 노출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증이 용이한 인사로 꼽힌다. 여야 관계를 고려하는 정치적 관행때문에 이재명 정부 이전까지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할 때 낙마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현역 불패' 공식은 이재명 정부에서 처음 깨진 뒤 이젠 아예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역 의원의 낙마를 여야의 극한 갈등 탓으로 몰기는 어렵다. 낙마한 정치인 장관 후보자들의 흠결이 컸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업시간을 늘린다고 가게 매출이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문 여는 시간이 길어져도 손님이 찾아올 이유가 없으면 불 켜진 빈 가게일 뿐이다. 손님을 끌어들일 상품이 있어야 하고, 들어온 손님이 머물며 지갑을 열 만한 환경도 갖춰야 한다. 한국거래소(KRX·이하 거래소)가 지난 14일 애프터마켓을 열었다. 정규시장이 끝난 뒤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상장사 전체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다. 목적은 단순히 퇴근한 직장인에게 주식 거래 기회를 더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외 투자자의 유동성을 우리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더 큰 그림이 있다. 다른 가게를 찾으려는 단골을 붙잡는 동시에 다른 가게의 손님까지 데려오겠다는 것이다. 때마침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자국의 낮에도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면 시차라는 물리적 장벽은 그만큼 낮아진다. 전 세계 거래소들도 이미 투자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습니까.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전세제도 관련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의 정정은 맞다. 과거 발언은 전세가 '사라져야 한다'가 아니라 '사라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질문에는 전셋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화라는 현재 상황도 함께 담겨 있었다. 대통령은 과거 발언에 대한 인용이 잘못됐다며 이를 바로 잡은 뒤 전셋값 상승과 월세화에 대해서는 별도로 답하지 않았다. 말의 정확성은 중요하다. '사라져야 한다'는 정책적 당위이고 '사라질 것'은 시장에 대한 전망이니 둘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했던 것은 문법이 아니었다. 전세 매물이 줄고 보증금과 월세가 오르는 현실을 정부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였다. 전제는 정정됐지만 전월세시장의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서울 집값에 대한 '평탄화' 발언도 마찬가지다. 강남권은 내리고 강북과 외곽은 오르는 가격 흐름을 설명한 표현이라고 청와대는 해명했다. 그러나 강북과 외곽의 중저가 주택을 마지막 선택지로 여겼던 무주택자에게 가격 상승은 평탄화가 아니다.
"바이오는 언제쯤 살아날까요?" 최근 만난 많은 바이오산업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주가를 걱정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9000을 돌파했지만,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구성한 'KRX헬스케어지수'는 연초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단기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바이오는 다르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면서 길면 10년 이상 신약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사업 특성상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주가 부진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다. 최근엔 초기 단계 바이오 벤처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며 산업 생태계의 하단이 붕괴하는 게 아니냔 우려가 커진다.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리스크(위험)가 상대적으로 큰 비상장 신약 개발 기업은 투자받기 더 어려워졌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창업 3년 이내 초기 기업 투자 비중은 2002년 63. 5%에서 지난해 14. 1%로 하락했다. K-바이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느냐 마느냐 갈림길에 섰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최근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임직원 10여명이 글로벌 제약사 기술이전 계약 체결 사실이 공시되기 전 자사 주식을 매수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 운용역들이 ETF(상장지수펀드) 종목 편입 전 선행매매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돌입했다. 최근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적발 사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산다. 정부가 계좌 동결부터 원스트라이크 아웃까지 꺼내 들며 주가조작과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내각 후보자마저 의혹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 진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21년 지인 양모씨로부터 제약사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관련 청탁을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제넨셀 최대주주가 된 코스닥 상장사 세종메디칼 주가가 급등락하며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봤다.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를 받았지만 지인 양모씨는 로비 청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은 길거리로 나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노동자들을 만났고 이듬해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다. '을(乙)을 지키는 길'이라는 이름처럼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해결책을 찾는 조직이다. 당시 민주당의 처지는 녹록지 않았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2008년 총선에서 크게 졌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잇따라 집권에 실패했다. 을지로위원회 하나가 민주당을 다시 집권시켰다고 할 순 없다. 다만 패배한 정당이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생정당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지난 14일 임이자 정책위원회 의장 주도로 새로운 민생정책 플랫폼 '당근위원회'를 내놨다. '당신이 원하는 것, 국민의힘이 해결한다'는 뜻이다. 현장을 직접 찾는 패트롤(Patrol), 현장의 요구를 제도화하는 입법(Legislation), 정책이 실제 효과를 냈는지 확인하는 사후관리(Aftercare)를 하나로 묶었다. 기대해볼 만하다.
'억대 연봉'은 직장인의 꿈이었다. 쉽게 닿을 수 없었기에 꿈으로 불렸다. 꿈에 이른 사람들에겐 더 많은 근로소득세를 내도록 했다. 그 경계점 중 하나가 과세표준(과표) 8800만원이다. 88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부터 세율이 24%에서 35%로 뛴다. 연봉 1억원을 받으면 각종 공제를 거쳐 과표는 대략 8000만원대가 된다. 억대 연봉이라는 꿈의 문턱에 세금의 경계선도 놓여 있다. 8800만원이라는 기준은 2008년 이후 큰 틀에서 바뀌지 않았다. 그사이 꿈을 이룬 사람은 많아졌다. 2009년 19만6539명이던 억대 연봉자는 2024년 154만5725명으로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1. 4%에서 7. 3%로 높아졌다. 2008년의 1억원과 지금의 1억원은 같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화폐가치 계산기'에 따르면 2008년 1억원의 가치는 올해 기준 약 1억4850만원이다. 물가가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그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과표구간이 그대로인 탓에 과거에는 소수의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던 세율 구간에 지금은 훨씬 많은 근로자가 들어온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소속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창업했다면 이는 혁신 활동인가, 이해 충돌인가. 오랫동안 답은 '둘 다'였다. 출연연은 지난 50여 년간 국가 R&D(연구·개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연구성과를 민간으로 이전·사업화하고 실험실 창업으로 잇는 것까지 핵심 임무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저성장 속에서 연구성과를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해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연구자가 실험실 문을 나서 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국가가 앞장서 권장해온 길이다. 그런데 그 길 위에 또 다른 법이 놓여 있었다. 2022년 5월 시행한 '이해충돌방지법'이다. 이 법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사적인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이를 미리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이를테면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창업해 그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면, 해당 기업과 연구자 사이에 사적인 이해관계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증시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일으킨 주범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지목되지만, 많은 시장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주식 매도) 유예'를 진짜 이유로 꼽는다. 국내 주식 비중이 턱밑까지 차올랐는데도 국민연금은 올해 1월 리밸런싱을 유예했다가 7월에야 비로소 재개했다. '큰 손 ' 투자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서 코스피는 9000선을 돌파했다가 두 달 만에 6000선으로 고꾸라졌다. 리밸런싱 유예가 증시의 숨고르기 기회를 빼앗고 인위적인 급등락을 자초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인위적으로 매도를 멈췄던 게 아닌지 시장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동원한 '관치금융' 이라는 의혹이다.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싸고 국민연금 역할론이 다시 부각되면서 똑같은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부패한 이너써클"이라고 직격한 이후, 당정은 장기 연임을 막을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삭족적리(削足適履). 신발 사이즈에 맞춰 발을 잘라낸다는 뜻이다. 비현실적인 제도에 맞춰 현실을 억지로 욱여넣는 삭족적리 사례는 왕왕 발생한다. 17세기 영국에서 창문 개수로 주택세를 매기자 사람들은 창문만 벽돌로 막았다. 구소련에서는 못 생산 성과를 무게로만 측정하니 산업 현장에서 써먹지도 못할 거대한 못만 만들었다. 때로는 지침과 성과측정 지표가 결과를 만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 중인 '모두의 창업'은 1기 1차 합격자 5000명에게 각 200만원씩의 창업활동자금을 줬다. 재료구입, 외주용역비, 문헌구입, 지급수수료, 여비·회의비 등에 폭넓게 쓰라고 열어줬다. 일시불로 50만원만 넘기지 않으면 멘토 기관의 승인 없이도 자유롭게 지출이 가능하다. 정작 자금을 받은 1차 합격자들은 사용 지침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아우성이다. 한 참가자는 지역 멘토기관에 찾아가기 위해 KTX나 고속버스를 타야 하는데 '취소 시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이유로 결제를 못했다. 50만원 미만의 노트북을 사려던 이는 '재산성 물품'이라는 이유로 가로 막혔다.
"로펌(law firm)이 완전 특수에요. " 중앙부처 차관 출신 한 로펌 관계자의 말이다. 국정감사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는 정치권과 정부가 기업을 세게 규제할수록 수임이 늘어난다고 했다. 조사에 대응하고, 과징금에 불복하고, 새 규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감이 다가올수록 로펌 입법조사부서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대기업들이 수임료를 싸들고 와 국감 예상질문과 답변을 요구하고 총수나 CEO(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채택되면 빼내 줄 것을 종용한다. 기업이 돈과 사람을 생산보다 행정 방어에 쓰면서 생긴 특수다. 이 관계자는 이걸 '방어의 경제'라고 불렀다. 방어의 경제와 짝을 이루는 게 '징벌의 정치'다. 정치권에 만연한 엄벌주의의 다른 말이다. 담합하고,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산업재해를 방치했다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벌의 크기가 곧 정책의 성과를 결정짓는 지점에서 방어의 경제가 움트기 시작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1~7월 부과한 행정상 과징금은 1조3528억원(93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