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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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는 중소기업보다 나은 국수집이 있다. 국수도 유명하지만 김치 맛이 일품이다. 자고로 국수집은 김치 맛이 좋아야 성공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 듯 이 집은 불황을 모른다. 그런데 김치는 공짜다. 영국의 컨설팅사가 한국에서 컨설팅 비용을 제대로 받기 어려웠던 걸 회상하며 자국으로 돌아가 쓴 컬럼 내용이 바로 '김치 비즈니스'다. 컨설팅 잘해주는 곳을 찾지만 정작 컨설팅에 대한 수수료는 내기 싫어하는 성향을 빗댄 말이다. 증권사 IB(투자은행)부서에서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때 수개월 또는 1~2년동안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김치 비즈니스’에 해당한다. IPO가 성공해야 공모금액의 1~3% 정도를 상장수수료로 챙길 수 있는데 기업측서 상장을 철회할 경우 한푼도 건지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WM(웰스매니지먼트)사업을 확대하며 PB(프라이빗뱅커) 강화에 나섰지만 PB역시 자산관리에 따른 수수료를 별도로 받고 있진 않다. 회사에 '큰 손'
최근 점심에 지인을 만나 낙지볶음을 먹었다. 그런데 평상시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계란말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접시에 5000원. 주위를 보니 대부분 낙지볶음과 계란말이를 함께 시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각 테이블에 놓인 계란말이 접시는 평소보다 많았다. 계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계란이 귀하다는 뉴스를 접한 터라 괜히 계란말이가 더 먹고 싶어졌다. 그날따라 계란말이는 더 맛있었다. 반면 계란말이 주문을 받는 가게 주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살처분 가금류가 2600만마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계란 수급 문제와 직결되는 산란계는 전체 사육 대비 26.9%에 해당하는 1879만 마리가 도살됐다. 그나마 생산된 계란마저 AI여파로 지역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계란 공급량은 평소 대비 60~7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계란 가격은 '금값'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
"그때는 치킨을 먹으면 사람한테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염된다는 괴소문이 파다했지. 몇 달이나 장사를 망쳤는지 몰라. AI 사태가 힘겹게 진정돼도 연례행사처럼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것이 지겨워 결국 치킨집을 접은 거고." 치킨집을 운영했던 절친 A의 부모님이 분식집으로 업종을 변경한 스토리다.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했던 2003년 당시엔 닭·오리 등 가금류의 소비절벽 문제가 심각했다. A 부모님처럼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치킨집이 속출했다. 75℃ 이상에서 5분만 조리하면 AI 바이러스가 사멸돼 음식섭취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건 최근 수년 사이의 변화다. AI가 재앙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 농가에서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한 달여 만에 가금류 2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역대 최단기간 발생한 최악의 피해다. H5N8형 고병원성 AI 여파로 669일간 1937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4~2015년의 종전 최대 피해 기록도 단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공공기관장 인사권 행사를 놓고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황 권한대행이 최근 공석중인 20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기로 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대통령 행세가 도를 넘었다”며 반발한 게 단적인 예다. 황 권한대행의 인사는 지난주말 한국마사회장과 농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이 시작이었다. 민주당은 “급하지도 않은 마사회장 자리에 대해 대통령 인사권부터 행사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역시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총리본분을 넘었다”며 “국회와 협의 없이 대통령 인사권 행사는 안 된다”고 했다. 여소야대 정국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야권이 요구하는 인사를 뽑든가 아니면 새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인사를 보류하라는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어차피 바뀔 인사를 해서 뭐하느냐는 야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 고유권한이자 권한대행에 위임된 인사권마저 자신들이 행사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다. 여기에는 공공
올해 은행권에는 임기가 끝나는 행장이 많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27일로 임기가 끝나고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박인규 대구은행장, 손교덕 경남은행장, 이동대 제주은행장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새 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차기 기업은행장은 내부 출신이 유력하다. 김규태 전 전무, 김도진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권선주 행장이 연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장은 이광구 행장 연임이 유력하지만 내부에서 다른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광구 행장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이라는 '흠집내기'다. 이종휘 전 행장과 이광구 행장이 모두 상업은행 출신이어서 한일은행 출신 행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만들어졌다. 조용병 행장은 유력한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 후보자로 꼽힌다. 조 행장이 차기
"국민들이 교육정책에 불신을 갖지 않도록 수능 오류를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과의 만남에서 수없이 되뇌었던 말이다. 그러나 그의 다짐은 허언이 됐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출제오류가 2건이나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는 답이 2개인 문항이, 과학탐구 물리Ⅱ에선 답 없는 문항이 나오면서 평가원의 공신력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수능이 첫 도입된 1994년 이후 평가원이 출제오류를 공식 인정한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현 정부 들어서만 세 차례나 발생했다. 김 평가원장은 출제 오류가 반복된 데 대해 사과한 뒤 교육부와 협의해 수능 출제·검토 시스템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고 개선방안을 발표하길 반복
“잘못은 즈그들이 하고, 와 수습은 국민들이 해야 하노!” 영화 ‘판도라’에서 지진으로 폭발한 원전을 수습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드는 하청근로자 재혁(김남길)이 무능력한 대통령과 무책임한 정부를 원망하며 던진 말이다. 영화는 원전 폭발이라는 픽션(이 아닐 수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적폐들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원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 전문성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 재난 앞에서도 작동하지 않는 안전불감증 등등.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거슬리는 것은 나사 빠진 컨트롤타워다. 지진으로 ‘멜트다운(Meltdown 원자로용해)’이 발생했는데도 “별일 아니다”며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각료와 청와대 비서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초기대응에 나서지 않는 대통령은 강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주요 소재를 여객선 사고로, 주요 인물을 민간 잠수사들로 대치하면 세월호 다큐멘터리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영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77일이 지났다. 법 취지대로 ‘클린 대한민국’ 혁명이라 할만하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향한 새로운 실험에 국민들의 기대가 크지만, 한편에선 적용 기관과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방식도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과학계도 김영란법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과학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다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적의 국가혁신체제는 각 분야 주체들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지식탐색, 상호학습 등이 활발할 때 구축된다. 우리 과학계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주체간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이 주체들간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고 있다고 과학계는 하소연한다. 왜일까? 이 법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전문연구인력이 학위심사, 학회지 등의 논문심사, 연구업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풍파 속에서 기업들은 "사업할 맛이 안 난다"고 한다. 국민들도 세금낼 맛 안 나는건 마찬가지다. '촛불'을 든 국민의 목소리대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이 가결됐지만, 아직 입맛은 쓰다. 주말 촛불집회를 보며 문득 지난달 방문했던 두바이가 떠올랐다. 왕정국가인 두바이는 사실 대한민국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몇 가지가 있었다. 두바이에 도착하자 첫 눈에 들어온 것은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의 대형 초상화. 왕정국가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현지에서 그의 얼굴 말고도 자주 접하게 된 것은 생뚱맞게도 '말' 그림이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이번 게이트에서 '말'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세이크 무하마드는 소문난 '승마광'이다. 스스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10여 차례 우승했고, 세계 최고 승마대회인 '두바이 월드컵'를 주최하고 있다. 그의 둘째 부인이자 실질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요르단 공주
"지금 집 사도 될까? 전셋값에 조금 더 보태면 될 것 같은데…." 내년 초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온다는 친구 A가 불쑥 말을 꺼낸다. 비록 전세지만 학군 좋은 동네, 작지 않은 아파트에서 사는 데다 벌이도 나쁘지 않아 먹고 살만 한가보다 여겼던 친구다. 이 친구도 집 고민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던가 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45개월간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그 배로 뛰었다. 상승률이 무려 50%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4년간 2억원짜리 전셋집이 3억원으로 뛴 셈이다. 연봉이 매년 두자릿수 이상 오른다면 모를까 도저히 소득 증가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가구소득 증가율은 5.3%에 그친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줄기차게 '빚 내서 집 사라'고 얘기하는 동안 '빚 내서 세 사는' 사람들만 늘어났을 뿐이다. 가계부채 1300조원 얘기가 괜히
"마음이 무겁다." 조붕구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코막중공업 대표)은 최근 "밀양교도소에 면회를 다녀오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일성 창업주인 장세일 회장을 면회했다. 조 회장이 평소 회사경영의 '롤모델'로 삼았던 인물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고령의 장 회장은 왜 교도소에 수감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일성은 한때 임직원 470여명에 연매출이 3000억원에 달하는 석유화학플랜트분야 수출주도형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7년 환헤지를 위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일성은 키코에 가입한 후 예상과 달리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2년여 동안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그 여파로 대외신인도도 크게 하락하면서 해외 수주도 차질을 빚었다. ㈜일성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내의 저가 발주 공사를 수행했지만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결국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장 회장은 투자자들
“최순실씨가 이곳저곳 개입한 곳이 많은데 주식시장에서는 왜 그 흔적이 발견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또 다시 최순실씨 얘기가 나왔다. 이날의 주제는 ‘왜 최씨는 증권가에 출몰하지 않았는가’로 흘러갔다. 대통령 연설문부터 재계 교육 문화 등 여러 곳에 손을 댄 정황이 포착된 최씨다. 그에 비해 증권가는 조용한 편이다. 이유가 뭘까.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애널리스트의 추측이 눈길을 끌었다. 가설이지만 그의 분석은 이렇다. 주식시장에서 한방을 노리던 최씨. 그러나 어느날 주가조작 작전주에 휘말리면서 투자한 돈을 모두 잃고 만다. 그 다음부터는 증권하면 사기꾼이 난무하는, 시장 잡배들이 가득한 곳으로 인식하게 되고 주식시장에 발을 끊는다. 그가 이런 분석을 내놓은 데에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여의도에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불었던 것과 맞물린다. 당시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전문수사팀인 증권범죄합수단을 조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