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곤혹’…"진보는 부패의 크기가 아니라 부패 자체로 비판 받아"

박찬욱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 중 세 번째 극 ‘컷’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인기 영화감독 집에 침입한 괴한은 그의 아내를 피아노 줄로 꽁꽁 묶어 놓은 채, 선택을 강요한다. 길거리에서 데려온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아내의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작은 ‘선’을 위해 큰 ‘악’을 저질러야 하는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은 선과 악의 공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과 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어떤 경우엔 작은 악 때문에 큰 선이 빛을 잃기도 하고, 때론 작은 선이 도화선이 돼 큰 악을 물리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시절, 아내 김정숙 여사가 줄기차게 요구하던 ‘에어컨 구매’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모든 국민이 에어컨을 소유할 때까지 사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에어컨 구매가 개인의 영역인데도, 그는 공적 분배 개념으로 더 가난한 이들을 살폈다. 이런 자잘한 사례들이 방증하듯,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덕분에 그는 먼지 한 톨 없는 청렴의 대명사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문 대통령이 최근 지명한 내각 후보자들이 도덕성 문제에 부딪히면서 개혁의 설득력이 도마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 고위공직자 임용배제 5대 원칙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통령 자신이 이와 관련된 문제에서 누구보다 깨끗하다는 안팎의 평가 때문에 이 원칙들은 단단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도덕적 기준은 ‘누구나’의 그것과 늘 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선의 출발이 100%라고, 그와 비슷한 철학을 지닌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이다. 이 강력한 믿음 때문에, 문 대통령은 지금 ‘큰 선’(청렴결백에 의거한 인사원칙)을 위해 ‘작은 악’(후보자 배제)을 행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티끌 같은 작은 악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원칙을 실제 적용하는 데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이 지시한 ‘악 속에 제2의 선’을 구축하는 모양새 역시 논쟁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무결점의 선은 조금만 실수해도 악으로 비치고, 충만된 악은 조금만 잘해도 그 정체성에서 쉽게 벗어나는 게 현실이다. 선과 평등 논리에 집착하는 진보는 부패의 크기가 아니라 부패 자체로 비판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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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감독은 아내의 손가락보다 아이의 살해에 끌릴 심리적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입장을 고려하면 악(아이)의 실행보다 선(아내)의 희생에서 더 큰 위안을 얻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여서 자신의 원칙(선)을 희생함으로써, 지명인사(악)를 살리는 쪽으로 최근 가닥을 잡았다.
보수는 앞으로 진보 논리의 작은 모순성을 쉴 새 없이 찾아 공격하고, 진보는 작은 악에도 깊은 죄책감에 시달릴 게 뻔하다. 도덕의 잣대를 달리 보는 ‘상식적 도덕의 비극’은 순도 100% 선(善)에 몰입할수록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은 100%로 시작했을지라도 그 무결점 태도가 다른 이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타인의 시선에서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