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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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단에 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약 16분간의 연설로 장내를 사로잡았다. 카니의 메시지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패권국의 강압에 맞서 중견국들은 연대해야 한다. " 미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연설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숨죽여온 중견국들에게 울림이 컸다.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우리가 메뉴가 된다"는 경고는 트럼프 재집권 후 관세·공급망·방위비 인상 등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려온 서방 지도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당성, 신뢰, 규칙이 가진 힘은 우리가 함께 행사하기로 한다면 여전히 강력할 것"이라는 발언은 어둠 속 한 줄기 희망의 빛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터다.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는 "모든 중견국이 해야 할 연설"이라 극찬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카니가 의기양양하게 알프스를 떠났다"고 묘사할 만큼 카니의 어깨에 힘이 실리는 듯 보였다.
"세계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 많이 받고 있어요. " 지난 12~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다녀온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의 소회다. 이 행사에서 바이오협회가 주관한 국내외 바이오사 기업설명회인 'Global IR @JPM'에 참여한 글로벌 VC(벤처캐피탈) 수의 증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행사에선 주로 국내 바이오 기업이 회사를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데, 올해 참여한 VC 17개사 중 15개사가 해외 VC였다. 이는 2024년(8개사) 대비 87. 5%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도 최근 한국과 아시아의 바이오제약 산업 도약을 주요 이슈로 다뤘다. 맥킨지는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서 "아시아는 글로벌 혁신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8%에서 43%로 확대돼 미국과 유럽을 모두 능가했다"며 "2024년 기준 아시아는 글로벌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성장에 85% 이상 기여했으며 그 중심에는 중국과 한국이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 사태가 통상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국무총리의 단독 방미 일정의 뉴스 헤드라인도 쿠팡이 장식했다. 김민석 총리와 회담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첫 질문도 쿠팡 문제였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 되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간단하지만 뼈가 담긴 질문이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 2곳이 한국 정부의 과도한 조치로 손해를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 조치가 차별적이라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도 SOS를 쳤다. 미국 연방 의원들도 "정치적 마녀사냥"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 등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한 쿠팡의 전방위적 로비가 먹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스스로 '국민 밉상기업'의 길을 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노출'로 윤색하는가 하면 해킹으로 인한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약관에 넣었다.
"쉰다고요? 이제 시작입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실용외교' 시험대인 한중·한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이제 한숨 돌리고 좀 쉴 수 있겠다"고 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이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새로운 협력 과제를 검토하고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기초·광역단체장을 지낸 행정가 출신인 이 대통령은 측근들 사이에서 '일벌레'로 통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 과제가) 얼마나 이행됐는지 각 수석이 진척 상황을 수시로 챙겨 대통령께 직접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한 목소리로 "이재명 정부에서 일을 묵혀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지난 20일 국무회의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한 실시간 자막서비스다. 국민들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 이재명 정부가 처음 시작한 국무회의 생중계에 이은 또 다른 첫 시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마지막 국무회의 종료 후 실시간 자막 서비스 검토를 지시했다.
#올해 CES(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에서 현대자동차는 로봇 기업으로의 변신을 세계에 알렸다. 2년 뒤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될 '아틀라스' 등 로보틱스 기술에 시선이 집중됐고 현대차 주가는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총괄 지휘하는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승계가 끝나지 않았다. 해묵은 최대 골칫거리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도 상속세를 아직 내는 중이다. 최대 60% 세율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는 기업인들에게 큰 짐이다. 정책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사석에서 "상속세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소신을 밝혀왔다. 세수 전체로 따지면 고작 1~2% 수준인 상속세지만 당사자에게는 기업 승계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세율이 높기 때문에 그간 온갖 편법과 탈법이 동원됐다는 얘기다. 기업 지배구조는 뒤틀렸고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친 폐해와 사회적 비용은 측정조차 힘든데 이 역시 과도한 상속세가 원인이라는 인식이다. #기업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흑백요리사2)에서 우승한 최강록 셰프의 요리는 화려하지 않다. 최강록은 스스로 특출난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소개한다. 맛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그는 본인을 "전국에 숨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요리사분들,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는 분들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흑백요리사2 마지막 대결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였다. 최강록은 대중적인 입맛, 유행하는 플레이팅, 심사위원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았다. 그는 깨두부를 주재료로 표고·송이버섯, 호박잎에 싼 우니(성게알), 대파, 다시마 등 평소 좋아하는 재료를 넣은 국물요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빨간 뚜껑의 소주 한병을 '노동주'로 곁들였다. 자신만 아는 맛을 통해 보여준 그의 요리는 직업(요리사)을 가진 한 인간이 보여준 서사였다. 요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한 최강록의 서사를 따라가면 이세돌 전 프로바둑기사가 보인다. 2016년 봄, 인간 이세돌과 AI(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펼쳐질때다.
정부가 주도하는 제2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입찰 경쟁을 보면 아슬아슬해 보인다. 실제로 배터리 업계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3사간 경쟁 심화가 '제 살 깎아먹기'식 수주전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러 평가 지표가 있지만 결국 '기-승-전-가격'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수주전이 각 사의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일단 사업부터 따내고 보자는 가격 중심의 입찰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저가수주 경쟁은 산업의 아편과 다름없다. 지금 당장은 모두 기분이 좋다. 낙찰자는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발주자는 싼 가격에 제품을 제공받는다. 문제는 결국 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갉아먹는 독이 된다는 점이다. 가격 경쟁에만 집착하다 보면 기술 개발과 품질 혁신, 안전성 강화와 같은 본질적인 경쟁력이 뒷전이 된다. 산업 생태계 자체를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이미 2010년대 조선업에서 전례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수수료' 만큼 반감을 사는 비용도 드물다. 미국에선 당연한 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는 2017년 한국씨티은행이 도입했다가 거센 반발에 유명무실해졌다. 배달앱의 중개 수수료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는 매번 정치권의 가장 손쉬운 표적이 된다. 낮추거나 없앤다는 말만 나와도 환호가 쏟아진다. 비용을 누가, 왜 부담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고 '낮추거나 없앨수록 좋다'는 단순한 인식만 남았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이후 3년마다 개편이 이뤄지는데 매번 인하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연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 기준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 5%에서 2024년 개편 시 0. 4%로 '반의반 토막'이 났다. 2억원 초과 매출 가맹점의 경우 2. 12%에서 매출액에 따라 1. 0~1. 45%로 낮췄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신용카드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카드사가 감당한 수수료 절감액은 약 3조4000억원이다. 카드업계 1위를 오랜 기간 지켜온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6750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역성장해 2024년 5721억원까지 내려왔다.
"저희 요양원에는 100세를 넘긴 어르신이 네 분 계십니다. 그동안 나이 구분을 80세 이상, 90세 이상으로 해왔는데 앞으로는 100세 이상도 세분화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 서울시립남부노인전문요양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요양원 이용자 현황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100세 시대'는 관용어가 아닌 현실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는 2020년 5624명에서 지난해 8726명으로 5년간 55%가 급증했다. 지난해 99세 인구도 4617명에 달해 올해는 100세 인구가 1만명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빠르게 100세 주민 챙기기에 나선다. 서울 구로구, 서울 금천구, 서울 노원구, 경기도 의정부시, 제주도 등은 100세를 맞이한 어르신에 현금 또는 지역 화폐 100만원을 지급한다. 충남 부여군, 충북 영동군, 경기 성남시 등은 현금성 50만원을 광주시 북구, 충남 천안시, 충남 아산시, 부산시 중구 등은 온수매트, 한우·과일세트 등 50만원 상당의 물품을 선물한다.
같은 도 내 인접한 A시와 B시는 육상풍력발전을 하기에 우호적인 입지를 보유해 개발사들의 탐색이 잦은 곳이다. 차이가 있다면 A시는 적극적으로 풍력발전단지 유치에 나서 왔던 반면, B시는 적극적으로 인허가를 막아 왔다는 점이다. B시는 시 조례로 지정할 수 있는 이격거리 지침을 갑작스럽게 변경해 사업자가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복수의 개발사 관계자들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민원 발생 자체를 차단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꽤 많은 지자체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인구 유입과 농가 소득 증가를 위한 방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 인허가의 벽은 사업 속도를 지연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반대는 하지 않더라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을 모두 사업자에게만 맡기는 경우도 다수다. 지자체의 이런 부정적·수동적 태도는 사업 지연으로 이어진다. 사업이 미뤄지면 사업 비용이 상승하고, 이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하면 사업자들은 이를 접을 수밖에 없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 부문에서 출발한 홈플러스는 30년간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최대 호황기였던 2010~2012년엔 연 매출이 8조원에 육박했고 연간 영업이익이 7000억원을 넘었다. 노사 양측이 연말 성과급 수준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연봉의 최대 200%까지 지급할 만큼 직원들의 사기도 높았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 같았던 회사의 위상은 이때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됐고 편리함과 빠른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면서다. 2015년 홈플러스의 새주인이 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뛰어난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가였다. 당시 M&A 시장 최대가인 7조2000억원에 산 홈플러스도 이전 성공사례처럼 4~5년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팔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회사 실적은 점점 악화했고 2020년 이후로는 적자가 이어졌다.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서울 종묘(宗廟)는 말 그대로 도심 한복판의 성역이다. 종로3가에서 종묘 광장과 외대문을 지나 망묘루·향대청, 정전과 영녕전으로 이어진다.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우리 건축유산 중 하나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아쉽게도 종로 일대 난개발과 부실한 관리, 지연된 복원은 종묘를 한동안 시민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렇게 단절된 공간으로 존재했던 종묘는 수년간의 정비와 복원을 거쳐서야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최근 종묘 맞은편 세운지구 재개발이 논란이다. 종묘 바로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세운4구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 규제를 기존 71. 9m에서 141. 9m로 완화한 게 발단이 됐다. 시는 높이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이 개선돼야 세운지구 일대 정비와 도심 녹지축 조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 2022년 수립한 녹지 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라 세운지구 자리에 약 5만㎡의 대규모 도심공원을 조성,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을 잇는 도심 녹지축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