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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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농협 고위 관계자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야기를 꺼냈다. 역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훌륭한 회장을 꼽으라면 무조건 '임종룡'이란다. 임 회장은 10년 전 농협금융 회장이었다.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골이 깊은 시점 취임한 임 회장은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을 안정시켰다. 특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농협금융을 단숨에 4위로 올렸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을 떠나면서 "증권사 경영에 10년간 간섭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중앙회 출신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로 내려가는 관행이 있었지만 10년은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는 당부였고, 농협은 이 약속을 지켰다. 임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그를 지근거리에 모신 관료들은 "훌륭하고 유능한 행정가"라고 칭송한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도맡아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언론사도 현장기자뿐 아니라 데스크(부장)까지 모아 간담회를 열고 직접 구조조정 필요성을 설득할 정
지난달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1회 고향사랑기부제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멸해가는 지방과 고향을 살리겠다는 지역 공무원들의 의지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하는 발표가 처음이었는지 목소리가 떨리는 발표자부터, 미리 준비한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참석자들을 사로잡은 발표자들까지 각양각색이었으나 내용도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기부모집 성과와 사업 계획들을 꼼꼼하게 살핀 심사위원들은 최종 우승 지역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고향사랑기부는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주고 기부금을 모집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현장에선 마땅한 답례품이 없는 지역들의 고민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이런 경우 담당 공무원의 개인기에 온전히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어느 지역 발표자의 하소연이 인상적이었다. 여건이 좋건, 나쁘건 그렇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금액을 모은 지역들이 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인구소
최근 늘어난 무인점포 때문에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초부터 도난 사고에 취약한 점포 형태인 만큼, 점주도 보안 강화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점주는 경찰에 '순찰차를 매장 앞에 세워두라'거나 '더 자주 순찰해달라'고 요구한다. 경찰이 절도 방지를 위해 '신분증 인식기를 설치해 보라'고 제안하면, '손님 떨어져서 싫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경찰이 도난 사고의 배상액 흥정까지 떠안는 경우도 있다. 미성년자 절도범을 붙잡은 점주가 부모를 불러 '1000원짜리 과자를 훔쳤으니 10만원을 배상하라'는 등 도 넘은 요구를 하면,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경찰관은 "점주는 CCTV를 돌려본 뒤 신고하면 그만"이라며 "정작 중요한 112 신고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의 치안 서비스인 경찰을 개인 경비처럼 부리려는 일부 몰지각한 무인점포 점주의 행태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이처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나 유럽 배터리 규제가 없었으면 배터리 시장에서의 승부는 이미 끝났을 것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지난달 24일 열린 이차전지 콘퍼런스 KABC를 통해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에서 최근 이같은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배터리 굴기'에 따른 글로벌 시장 석권에 대한 자신감을 가감없이 밝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CATL은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26.9%)에 올랐다. BYD, CALB 등의 기업들도 연간 100%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중국 배터리가 더이상 '안방 호랑이'가 아닌 셈이다. 배터리 업계에서 "중국에는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K-배터리는 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2년 53.7%에서 올해 46%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캐즘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
어린 자녀를 대리 양육자(아이돌보미)에게 맡긴 부모가 가장 곤혹스러운 경우는 언제일까.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돌보미가 갑자기 그만뒀을 때가 아닌가 싶다. 예상치 못한 양육자 교체가 아이의 정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 탓이다. 대개 부모의 심리적 압박감과 아이의 정서적 충격은 대리 양육자가 자녀와 함께 했던 시간과 비례한다. 새 양육자와 낮선 환경에 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아이가 딱해 부모는 죄 지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커리어와 생계를 포기하고 육아를 스스로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와 양육자 사이에 정서적 유대감과 애착이 형성되는 '골든타임'은 만3세 이하 영유아기다. 이 시기에 양육자 교체가 잦거나 주 양육자와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아이에게는 '분리 불안' 등의 정서적·심리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심한 경우 '반응성 애착 장애(Reactive Attachment Disorder·RAD)'로 이어지기도 한다. 양육자의 부재와 무관심, 수시
달리기 인구 '1000만' 시대. 2030세대가 도로 위에 쏟아져 나온다. 10년 전만 해도 마라톤 풀코스 대회에서 마주치는 이들은 대개 40대 이상이었다. 굵직한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 참가 신청 작성을 위한 '클릭 전쟁'이 됐을 정도다. 마라톤 고수에서부터 '런린이(달리기 초보)'까지 유튜브 채널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다. 많은 경우 기록 단축과 올바른 달리기 자세, 러닝화 얘기다. 고수는 지식 나눔 내지 지도, 런린이는 자기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성장을 공유한다. 초보에서부터 서브3(42.195km 풀코스를 3시간 이내 주파하는 달림이.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극강의 고수로 통한다)를 아우르는 얘깃거리가 있다. 바로 미드풋 주법이다. 착지할 때 발바닥 전체가 한 번에 바닥에 닿는 주법이다. 10여년 전부터 달림이들에게 '화두'인데, 뒤꿈치부터 닿는 리어풋을 포함해 '~~풋', 이런 개념조차 없던 대다수 러너들 귀를 솔깃하게 했다. 미드풋 주법은 명실상부 부상
지난주 추석 연휴 기간 가장 빈번히 오간 대화 주제 중 하나는 단연코 날씨였을 것이다. 지금껏 한국에서 겪어 보지 못한 더운 추석이었기 때문이다. '겪어 보지 못했다'는 건 단순한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수치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올해 9월 서울의 열대야(밤최저기온 25 ℃ 이상) 일수는 9일이다. 추석 연휴가 포함된 지난 19일까지 나흘 연속 무더운 밤이 이어졌다. 올해를 빼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로 서울에서 '9월 열대야'는 1914년 하루, 1935년 이틀, 2023년 하루 총 4일이 전부다. 1948년 후 없던 서울의 9월 폭염(일 최고기온 33℃ 이상)도 올해는 6일 발생했다. 올해 열대야(서울 기준 48일)와 폭염이 유달리 지독했지만 변화가 돌연히 온 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날씨는 이미 '이전과 다르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1907년 이후 서울 열대야 일수 연 횟수를 보면, 두번째로 많았던 1994년(36일)을 제외하고
"그렇게 따지면 아예 올릴 수가 없습니다. 대상 연령을 3년 단위로 하든, 5년 단위로 하든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연령대의 보험료율을 한꺼번에 올리면 결국 젊은 세대가 정부안보다 더 많은 돈을 내게 될 텐데요." 최근 연령대별로 보험료율을 차등화하는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두고 세대론이 불거지자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이달 초 내야할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상향 조정하는 대신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20대 가입자는 1년에 0.25%p(포인트), 30대는 0.33%p, 40대는 0.5%p, 50대는 1%p씩 각각 인상하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살 차이로 보험료율이 갈리는게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각 세대별 경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불리하다"며 "월 소득 300만원을 기준으로 136만~152만원의 보험료 격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청약'이 아니라 '로또'라고 불린다. 일단 당첨만 되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차익도 로또 못지않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2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돈에 팔촌까지 너도나도 청약에 뛰어든다. 주거 안정을 위한 청약제도가 전 국민의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진행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667.3대 1을 기록했다. 85가구 모집에 총 5만 6717명이 몰렸다. 올해 강남권에서 공급된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이다. 분양가도 역대급이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7209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 59㎡는 17억 3900만원에서 20억1980만원, 전용 84㎡는 22억9110만원에서 25억220만원선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 중에서도 가장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벌떼처럼 청약자들이 몰린 데는 이
"창피하게 살지는 말자. 이렇게 비양심적으로 살진 말아야지." 최근 한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올해 추석 명절 기간 쿠팡에서 배송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A씨. 그는 게시글과 함께 포장 봉투를 뜯었다가 다시 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있는 반품 택배 3개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가 '비양심'이라고 저격한 소비자는 쿠팡의 무료 반품 서비스를 악용한 '체리피커(본인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의미)'로 보인다. 추석 전날 로켓배송으로 아동 한복을 주문하고, 당일 오전 아이에게 입힌 뒤 오후에 반품을 신청한 것이다. 이 글을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허위 정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동안 이커머스 업계를 취재한 경험에 비춰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매년 명절마다 택배 배송원과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파는 셀러(판매자)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전형적인 사례여서다. 쿠팡 관계자도 "명절 전후로 아동 한복 반품률이 급증하는 건 오래된 일"이라고 했다
"봄이 왔네요."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 후 귀국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의례적인 인사말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회장이 언급한 '봄'을 '반도체의 봄'으로 해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긴 겨울을 지나 완연한 봄을 맞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나란히 좋은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사업부는 1분기 1년 만에 적자를 탈출(영업이익 1조9100억원)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으로 뛰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분기 2조8860억원에서 2분기 5조4685억원으로 급증했다. AI(인공지능) 열풍이 이끈 반도체 업사이클(상승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았다. 4~5년마다 도래해 2년 정도 계속된다는 슈퍼사이클(장기호황)까진 아니라도 당장 다운사이클(하강국면)을 걱정할 필욘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 거품론'이 심심찮게 나왔고, AI 반도체 시장을
추석연휴 둘째 날인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 사는 25주차 임신부는 양수가 터진 뒤 6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사를 만났다.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 인천, 심지어 제주까지 병원 75곳에 이송을 요청한 끝에 한 산부인과에서 겨우 진료받았다. 지난 15일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문틈에 끼어 잘린 50대 남성(광주광역시 광산구)은 광주 시내 응급실 4곳에서 모두 거절당했다가 전북 전주시 병원에서 접합수술을 받았다. 또 지난 16일 창원시 한 건물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척추 손상이 의심된 50대 남성은 경남과 부산, 울산지역 병원 70곳에 이송 여부를 문의했지만 배후진료과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가 사고 발생 2시간27분만에 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런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재이송)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난 2월 이후 8월까지 324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나 늘었다. 심지어 응급실을 3곳 넘게 돌아다닌 경우는 83%나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