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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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국의 한 화장품 회사는 파운데이션(쿠션)을 출시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흑인 뷰티 인플루언서가 이 회사의 쿠션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은 것이 발단이었다. 가장 어두운 색을 사용했음에도 지나치게 밝았고, 이를 본 구독자들이 인종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불만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끝이 아니었다. 이 회사가 추가 색상을 출시하자 또 한번 소개영상을 찍었다. 이번엔 구두약처럼 까만색이었다. 이 인플루언서는 백인이 흑인 흉내를 내는 '19세기 코미디쇼'에서나 사용하는 색이라며 "역겹고 무례하다"고 혹평했다. 검증의 화살은 국내 브랜드로도 향했다. 또 다른 흑인 뷰티 인플루언서가 '한국 파운데이션 중 가장 어두운 색'이란 제목으로 쇼츠 영상을 올렸는데 미국 화장품처럼 피부보다 지나치게 밝아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180도 달랐다. 이 인플루언서는 얼마 뒤 국내 화장품업체 '티르티르'가 20가지 색상의 제품을 보내왔다며 추가
# 지난 5월 서울 강남의 한 프리미엄 쇼핑몰 한복판. 대형 TV 몇 대가 놓였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제품이 아니었다. 중국 최대 TV기업 TCL이 지난 6월까지 한달 간 팝업스토어를 열고 115인치, 98인치 미니 LED TV를 전시했던 것이다. 115인치는 현재 양산 중인 TV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다. 미니 LED TV는 백라이트에 LED를 사용한 LCD TV다. OLED TV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된다. '저가', '가성비'를 앞세웠던 TCL이 달라진 면모를 삼성·LG의 안방에서 드러내려 한 것이다. 세계 최대 크기의 프리미엄 TV 신제품을 가지고,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여기엔 '중·저가 시장 뿐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도 우리가 차지하겠다'는 도발적 메시지가 담겼다. 글로벌 TV시장에서 '투 톱'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힘은 강력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시장에서 매출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45.4%에 달했다
"로펌 변호사 급여의 3분의 1만 받고 누가 판사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판사가 더이상 지망 1순위가 아니라는 얘기에 나온 현직 판사의 씁쓸한 토로였다. 그를 탓할 건 못 됐다. 20년 넘게 사명감으로 법정을 지켜온 성품을 알기에 그 말이 더없이 현실적이라는 걸 모두가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와의 식사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법관의 보수 문제는 법조계 누구라도 선뜻 꺼내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돈 문제라는 게 그렇다. 더구나 유구한 전통의 유교 국가에서 손꼽히는 엘리트 집단이 '호구지책'을 직접 거론하는 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법조계를 잠시라도 들여다본 이라면 누구나 법관의 보수 얘기가 오롯이 판사 개인의 배를 불리겠다는얘기가 아니라는 건 안다. 1순위에서 밀려난 법원의 지위가 재판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 지연이 단적인 사례다. 어느 정
"취소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신용카드사 고객센터로 연락해 취소요청을 부탁드립니다." 정산대금 미지급 후폭풍으로 소비자 환불 요청이 절정에 달한 지난달 28일, 티몬과 위메프는 자사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혼신을 다해 사태수습을 해도 모자랄 판에 카드사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청하라는 무책임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티메프 사태 본질과 상관없는 금융이 독박을 뒤집어 쓴 시작점이었다. 이후 8개 카드사에 접수된 카드취소 이의신청 건수는 나흘만에 8만건을 돌파했다. 물품을 전달 받지 못한 소비자, 한 달 뒤 여행 스케줄을 잡고 여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온라인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성난 민원이 빗발쳤다. 카드사 민원 담당자가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았다. 환불로 인한 실질적인 부담은 티메프가 아닌 11개 PG사(카드사 결제대행 업무업체) 몫이었다. '소비자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여신금융업법 19조가 발목을 잡았다. PG사 대부분은 자본력이 열악하다. 예기치 못한 사태를
며칠 전 회사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머니투데이가 작성한 과거 한 기사 속 주인공이라고 했다. 그는 해당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사는 그가 등장했던 '고딩엄빠'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다룬 것이었다. 아내와 이혼했으니 방송과 뉴스에 '부부'로서 인연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싶다는 거였다. 이 프로그램은 대개 철없던 어린 시절 결혼해 아이를 낳거나 혼전 임신, 출산 이후 결혼을 한 이들이 등장한다. 열이면 열 생활고는 부제처럼 따라붙는다. 남자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 개인 신상과 가족 간 갈등의 민낯을 방송에 드러내면서까지 가정을 지키고 경제난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안간힘, 고요 속 아우성을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점점 느는 추세다. 서장훈, 이수근이 진행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 오은영 박사의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보다 자극적 요소를 더한 가상 이혼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프로그램 속 등장인
"기업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공시 시점을 고정하지 않는 겁니다. 경제단체가 기업들의 사정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관성적으로 '늦추는 게 좋은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 분야에서 십 수년 일한 한 전문가는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시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답답해 했다. 그는 "언제 시작된다는 게 명시가 돼야 예산 계획을 세워 준비를 한다"며 "(공시 의무화) 1차 대상이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기업이지 중소기업이 아닌데, 마냥 연기하는 게 실제 대기업들의 필요를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유사한 이야기는 기업 실무진들로부터도 들을 수 있다. A 대기업의 ESG 부문 책임자는 "2027년이든 2028년이든 타임라인이 정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언제부터 할 지 정하는 게 기업에도 유리하다"고 했다. B 대기업의 ESG 실무자는 "지난해 공시 시점이 연기된 뒤 경영진의 위기의식이 약화됐다"며
"현재로썬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두려워요." 지난 8일 각 교과서·학습지 업체들이 첨단 교육기술을 선보이는 미래교육박람회에서 만난 한 중학교 선생님의 말이다. 내년은 교육현장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는 AI디지털교과서고, 또 다른 하나는 고교학점제다. AI디지털교과서는 보조교과서로,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수학·영어·정보 과목과 중학교 1학년 수학·영어, 고등학교 공통 수학·영어 과목에 적용된다. 이후 학년과 과목별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대학생처럼 본인의 관심사에 맞게 수업을 선택해 듣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AI디지털교과서는 당장 내년 3월부터 학교에서 수업해야 하지만 올해 11월 말께야 최종 선정돼 선생님과 학부모들에게 공개된다. 본래 이달까지 선정하려고 했지만 차츰차츰 일정이 미뤄진 탓이다. 선생님들이 실물을 보고 교과서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가르칠 시간이 2개월에 불과하다. 한반에 30명 가까이 되는 과밀학급은 디지털 디
정부가 또 한 번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9·26 대책'부터 올해 '1·10 대책'에 이어 '8·8대책'까지 벌써 1년 새 세 번째 주택공급대책이다. 연이은 주택공급대책에도 최근 집값 상승세는 심상찮다. 공급 절벽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내일은 더 비싸진다'는 불안이 꺼지지 않는 전기차 화재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번 8.8 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서울과 수도권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다.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내년까지 총 8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서울 내 그린벨트를 풀어 조성하는 신규 택지는 1만가구 규모다. 현재 서울 그린벨트는 6개구(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제외한 19개 구의 외곽 지역에 총 149.09㎢ 규모로 지정됐다. 서울 행정구역 면적 대비 약 24.6%에 해당한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첫 도입 이후 166.8㎢까지 커졌다가 조금씩 줄었다. 역대 정부마다 주택
"지금 되돌아보면 잘못된 판단이었다. 상품권 의존도가 너무 컸다는 게 문제였다. 빨리 벗어나야 했는데..."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국회에 출석해 진땀을 뺐던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이틀 뒤인 이달 1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재무 상태가 부실한 회사를 인수해 무리하게 운영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구 대표는 "티몬이 위메프보다 (인수 전부터) 모든 부분이 나빴다"고 시인했다. 양사 재무 현황을 봐도 티몬은 인수 전 자본잠식 상태였던 위메프보다 위험했다. 애초에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큐텐이 티몬을 인수하기 직전 3개년 매출은 4564억원인데, 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회사가 들인 각종 비용을 비롯한 매출원가는 6969억원으로 매출의 1.5배에 달했다. 구 대표는 "우리가 들어가서(인수해서) 효율화시키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큐텐 인수 이후 티몬의 재무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 2022년 티몬의 매출은
'미래의 전문의'가 사라졌다. 전국 전공의의 90%(1만여 명)가 병원을 떠난 건데, 세계적 의료강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내년이면 의대 정원이 기존(3058명)보다 1509명 더 늘지만, 의사 국시 포기자가 속출하면서 의사면허를 따는 '신규 의사' 수는 많아야 364명(의사 국시 응시인원 100% 합격 시)으로 예고된다. 예년(3000여 명)의 12% 수준이다. 의정 갈등이 벌써 반년 가까이 이어졌지만, 개선은 커녕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정부는 '증원은 유지하되 조건 없는 대화'를, 의사들은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서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피해는 환자와 병원이 떠안았다. 지난달 18일 교통사고로 발목이 잘린 70대 남성은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응급실을 돌고 돌다 끝내 사망했다. 전공의가 빠진 국립대병원도 자금난에 휘청거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국립대병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개 국립대병원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발표 후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이 내린 평가는 냉정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실력'보단 '시장 흐름' 덕분이란 사실을 강조했다. DS 사업부 직원들로선 다소 서운할 만하다. 2분기 DS 사업부는 6조45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10조4439억원)을 견인했다. 전 부회장은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었다"고 격려했지만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에 무게를 뒀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 모델에 대해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남긴 메시지는 결연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최 회장은 메시지 초점을 성과 치하보다 쇄신에 맞췄다. SK하이닉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존재의 위기'가 도래했다. 이유는 정쟁이다. 어쩌면 16년 전 조직의 출발부터 내재했던 불안요소다.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공식 출범했지만, 노무현 정부 이전부터 기술 발전상을 고려해 △방송·통신을 아우르는 행정체계 구축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의 밑그림을 그렸다. 여야 모두 방통 융합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5명 위원'의 구성을 두고 힘겨루기했다. 2007년 1월 방통위원 3명을 대통령이, 2명을 유관단체 추천을 받도록 했던 안에 보수야당이 반발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독립성이 의심된다면 이번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에서 구성해도 된다"고 설득했다. 이듬해 3월 2명을 대통령이, 3명을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선임하는 안이 나오자 정권을 내준 진보야권에선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위 출범 당시 몸담았던 한 전직 관료는 "합의제 기구라고 했지만 여야 3대2 구도가 뚜렷했고, 정무적으로 이견이 첨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