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구준엽의 아내 쉬시위안(서희원·48)이 일본에서 독감·폐렴으로 사망한 걸 두고 국내에선 '한국에 왔다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란 여론이 형성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대한민국의 병·의원 접근성은 선진국 중에서도 '톱클래스'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2023)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의사에게 진료받는 횟수는 연간 15.7회로, OECD 국가 1위였고 평균의 2.6배에 달했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치료했을 시 생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사망률(회피 가능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142명으로, OECD 평균(239.1명)보다 절반 가까이 낮았다. 이처럼 세계적인 의료환경을 자랑해온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예'가 순식간에 빛바랠 위기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박차고 떠나면서 생긴 의료공백이 무려 1년을 채워가는 데도, 의료계에 난 '구멍'은 어째 더 커지는 형국이다.
의대생 집단 휴학의 여파로 올해 배출된 신규 의사는 지난해의 8%인 269명에 그쳤다. 휴학 의대생 대다수는 올해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의사의 씨는 내년에도 마를 게 뻔하다.
'미래의 전문의'인 전공의마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최근 충남대병원·건양대병원·을지대병원 등 5개 병원에서 100여 명의 사직 전공의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국 211개 수련병원엔 전공의의 91.3%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전공의 지원자 가운데 필수의료 지원율은 처참하다. '환자를 대면하지 않는' 예방의학과가 지난해 꼴찌(16.7%)였는데 올해 돌연 93.3%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반면 △산부인과(5.9%) △마취통증의학과(6.2%) △내과(8%) 등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큰' 필수의료의 전공의 확보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료사고 시 의사가 막대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지, 이런 모습을 지켜본 후배 의사들이 뒷걸음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의대생·전공의가 신규 의사·전문의가 될 예정이던 올해 1년간을 양보했다고 쳐도, 의정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한 의료공백 여파는 앞으로 최소 10년간 이어질 것이란 끔찍한 예언이 현실로 나타날까. 지난해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 예과 1학년생이 한국의 의료 현실에 실망해 끝내 돌아오지 않거나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10년 후' 신규 전문의는 한국에 없다는 건 틀릴 수 없는 예측이다.
당직 설 전공의는 전멸한 지 오래다. 24시간 진료를 구축해야 할 병원에선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지만, 체력적 한계는 이미 달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깊은 한숨이 귓가를 맴돈다. 밤에 갑자기 발생할 지 모를 '중증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을 대비해야 하는데, 당직자 부재로 어느 순간 응급입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제2의 하늘이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의사 집단이 양보 없는 '기 싸움'은 1년간 치닫고 있다. 게다가 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불안정해지면서 의료대란을 논의할 대화 테이블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는 모양새다. 대화가 멈춘 1년간 쌓인 환자와 그 가족들의 절규가 누군가의 귓가에 닿길 바랄 뿐이다.
독자들의 P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