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에너지 시장 핵심 변수, 안보와 AI

[우보세]에너지 시장 핵심 변수, 안보와 AI

권다희 기자
2025.02.20 06:0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유럽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요?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말 만난 유럽 에너지 투자사의 한 고위 임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유럽의 재생에너지 시장 분위기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유럽은 이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큰 흐름은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에게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 대응 못지 않게 안보 차원의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차단되자 역내 생산이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해야 할 EU 각국의 정치적 동력이 폭발했다. 단기적 굴곡은 있지만 방향은 뚜렷하다.

EU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EU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전기, 운송, 냉난방)의 24.5%가 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됐다. 2022년보다 1.5%포인트 확대됐고, 2004년(9.6%) 보다는 약 2.5배 더 큰 비중이다. 전기 소비만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한층 확연하다. 2023년 재생에너지원은 EU 전기 총 소비량의 45.3%로 전년(41.2%) 보다 확대됐다.

안보와 함께 AI(인공지능)도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동인이 됐다. AI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다. 역설적이지만 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인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의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핵심 주체다. 딜로이트가 지난해 12월 낸 '2025년 재생에너지 산업전망'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을 위해 계약된 태양광과 풍력 용량은 지난해까지 약 34GW(기가와트)로 늘어났는데, 이는 미국 기업이 계약한 총 재생에너지의 절반에 가깝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린데 따른 것이다.

재생에너지 개발사 EDP리뉴어블은 지난주 미국 일리노이주와 텍사스주에 총 약 40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PPA(재생에너지공급계약) 등을 통해 구매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애플, 알파벳, 메타 등 다른 미국의 빅테크들도 미국 내 재생에너지 큰손이 된 지 오래다. 딜로이트는 미국 데이터센터를 위한 태양광·풍력 용량이 2030년 41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신규 해상풍력발전 개발과 공유지에서의 풍력발전소 건설을 어렵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재생에너지의 한축인 풍력발전의 '감속'이 전망되나 방향을 바꾸긴 어려울 거란 시각도 상당하다. 공화당 우세주인 텍사스, 아이오와, 오클라호마 등이 미국 풍력발전을 주도하는 주들인데, 정치적 역풍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가스터빈과 재생에너지 사업을 모두 하는 독일 에너지 대기업 지멘스에너지의 조 케저 감독위원회 의장이 지난달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기화 시대가 막 시작됐다"며 남긴 말은 에너지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명쾌한 기준을 준다. "결국 고객이 결정한다. 과소평가해서 안 될 한 가지는 백악관은 많이 사지 않지만, 고객이 많이 산다는 것이다."

권다희 산업1부 차장
권다희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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