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
'법과 시장' 칼럼은 각종 송사 현장을 누비는 변호사들의 눈으로 경제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나날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경제 관련 사건에 대해 법률 전문가적인 명쾌한 해석과 분석으로 독자들의 안목을 넓혀줄 것입니다. 또 시장에서 요구되고, 통용되는 법 논리와 경제 논리 간의 충돌점과 접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는 길라잡이 기능도 합니다. '법과 시장' 칼럼은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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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관련된 한국 기업의 거래가 워낙 많다 보니, 중국측 상대방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무역 클레임을 자주 처리하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중국발 클레임도 중국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다들 아다시피, 홍콩에서 중개하는 중국 관련 거래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복잡한 거래가 많은 편이다. 최근 상담을 진행한 산업용‘ LCD’ 수출 관련 분쟁은 그 내용을 파악하고 보니, 제조에서 최종 사용자까지 모두 7 단계의 거래가 개입된 것이었다. 대개 이렇게 여러 당사자들을 거쳐야 하고 복잡한 거래일수록 분쟁이 생기면 해결이 어렵다. 심지어 상품을 매매하고 물품대금까지 지불하였는데, 당사자의 이름이 적힌 선하증권이나 항공화물 운송장조차 입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거래라도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구두 약속보다는 간단한 서면이라도 근거를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견적서나 상업 송장 한 장에 의지하여 거래를 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라면, 그 서류라도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
현행 주택법에는 무주택 서민들이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고, 투기를 방지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에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일정한 분양절차를 밟아 적정한 분양가에 아파트를 분양하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분양자격은 건설교통부령(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으로 정해진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 정책을 시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63년 제정된 공영주택법에서는 가족의 월수입 총액이 주택가격의 약 2% 이하가 돼야 대한주택공사에서 공급하는 공영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1973년부터 시행된 주택건설촉진법에서는 전체 물량의 10% 범위에서 원호대상자, 철거민에게 우선자격을 주었다. 동순위 그룹에서 경쟁자가 있을 때는 영구불임시술자, 해외근로자 순서로 아파트 공급 대상자를 정하기도 했다. 개발시대인 1970년대에는 아파트 재개발로 철거민들이 많았고, 중동건설붐으로 해외근로자들이 애국자로 우대받았기 때문에 이같은 정책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 보면 영구불임시술자
인터넷은 참으로 편리한 존재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을 올릴 수도 있다. 한편으로 인터넷은 참으로 두려운 존재다. 사이버 마녀사냥에 걸리면 누구라도 파멸에 이를 수 있다. 2005년 K군 S양 사건은 사이버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K군과 S양이 사귀다 헤어졌다. S양은 이를 비관해 자살했다. S양의 유족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추모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홈페이지에는 K군에 대한 비난의 글과 K군의 사진, 실명, 직장, 야간대, 전화번호 등이 공개됐다. 분노한 네티즌은 K군에 대한 비난의 글과 그의 인적사항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K군과 S양의 이야기를 일부 기자가 기사화했다. 기사의 내용에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가 있었다. 일부 기사에는 S양의 실명 및 사진이 게재됐다. 일부 포털은 이 기사를 네티즌에게 제공했다. 이 기사를 본 네티즌은 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접속했다. 순식간에 K군의 사진,
최근 자문을 해준 국제거래 분쟁은 러시아에서 진행한 공사대금 미수문제였다. 건설공사를 계약대로 완공했는데, 러시아 쪽에서 공사에 하자가 있다면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건이었다. 건설공사에서 하자문제는 흔히 생긴다. 하지만 러시아 쪽의 주장은 공사대금의 거의 4분의1을 깎겠다는 것이었다. 러시아가 보내온 하자보수 견적서는 건설업계의 관행에 비추어 지나쳤다. 이런 경우는 하자 액수 산정 근거를 놓고 서로 협상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협상에서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위험이 있다. 우리 측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선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자료를 정리하고 이를 제시하면서 협상을 잘 하는 동시에 협상 이외에 다른 해결 수단의 가능성도 같이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 측이 부딪치는 문제는 계약서의 분쟁 해결 조항에 계약을 둘러싼 분쟁 해결에 러시아의 법과 사법절차가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이 사건은
종합부동산세 시행에 따른 세금부담 증가로 소수의 다주택 보유자는 물론이고 많은 서민 역시 고민에 빠졌다. 다주택 보유자들은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주택을 처분하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으로 매도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다수의 서민은 개별 공시지가 급등에 따른 종부세 일괄 적용으로 소득 증가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늘어난 세부담으로 어려워 하고 있다. 어떠한 제도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은 항상 존재한다. 종부세 도입에 따른 여러 문제점도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겠으나 부동산 투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국민들에게 일괄적으로 이를 적용하는 것은 당초 제도 도입의 의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는 것같다. 종부세는 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2005년 시행했다. 제도 도입 당시 세대별 합산,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이중과세의 문제점 등이 지적됐다. 현 시점에서 종부세 시행결과를 평가해보면 긍정·부정 판단 이전에 '위정자(또는 정
보험제도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일으킨다.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보험회사가 돈을 내준다면 보험계약자는 아무래도 자기 물건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는 보험사고에 의해 발생하는 손해 중 적어도 일부만이라도 보험계약자에게 부담하게 함으로써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반면 보험가입자의 도덕성을 진작하는 것으로는 결코 도덕적 해이가 방지될 수 없다. 왜냐하면 도덕적 해이 문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고, 특정 상황에 처한 개인의 합리적 행동방식이기 때문이다.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험제도가 있으면 위험이 크고 또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자가 먼저 보험제도를 이용하려 할 것인 반면에 위험이 작은 자는 보험에 가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화재보험이 있으면 불이 나기 쉬운 목조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가입을 신청할 것이고 위험이 덜한 석조주택 소유자는 보험에 덜 관심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법률시장 개방이 앞당겨진 점은 긍정적이다. 필자는 졸저 '한·미 FTA의 마지노선'에서 법률시장의 조속한 전면 개방을 주장했다. 이미 일본은 1986년, 중국은 1992년 외국 변호사들에게 문을 열었다. 일본에선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외국법 사무 변호사'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변호사를 고용할 수도 있고, 같이 동업할 수도 있다. 자신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국가와 관련된 국제 상사 중재 사건이 일본에서 진행되는 경우 변론을 할 수 있다.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외국 변호사의 명칭도 '외국법 자문사'라고 하여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외국법 자문사의 국내 개업허가 요건도 까다로울 전망이다. 한국 변호사와의 동업도 FTA 발효 후 5년 뒤에야 허용된다. 이는 너무 더디다. 2005년을 기준으로 상하이만 해도 82개 외국 로펌이 법률서
베트남 무역을 하는 분에게서 급한 상담전화가 왔다. 수산물을 수입해서 국내 외식업체에 납품했는데 위생사고가 생겨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위를 파악해보니 수입 수산물이 문제였다. 그래서 베트남 수출자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니 잡아뗀다는 것이다. 오히려 베트남에서는 수출물건을 진공팩 포장을 하고 드라이아이스까지 채워 보냈으니 문제가 없다며, 물건 잔금을 빨리 송금하라고 독촉하고 있단다. 하지만 상담자 입장에서는 잘못된 물품을 받고 배상금까지 지급한 상황에서 물품대금을 내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베트남 수출자가 물건을 실어 보낼 때 잘못했다. 화물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확인해보니 진공포장에 구멍이 있었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역클레임을 외국 수출자에게 통지하는 절차다. 수입물건에 어떠한 하자가 있는지, 그리고 그 하자가 외국의 수출자 때문에 발생했음을 뒷받침할 사진 등의 자료를 확보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 베트남 수산물 사건도 피해액과 물건값을 상
1988년 서울. 한 가족을 인질로 경찰과 대치하다 자살하거나 사살된 탈옥수들은 TV 중계를 요구했다. 그들은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우리 법이 이렇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고도성장의 과실에서 소외돼 박탈감을 느끼던 서민의 강력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된 지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호소력을 가질 기반은 넓어졌다. 성인 경제활동인구의 5분의1인 400만명이 빚 갚는 것을 포기하고 산다. 아직 연체하지는 않았지만 필사적인 투쟁으로 버티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800만명이 될지 1000만명이 될지 모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기 힘겨운 한계기업이 걱정돼 이자를 낮은 수준에 억제한 결과 집값이 앙등해 서민들은 박탈감에 시달리고, 빚을 내서 비싸진 집을 구입하여 가계파산의 위험에 내 몰리고 있다. 직업적으로 청탁을 일삼은 이가 고위직 판사에게 현금과 물건으로 선물을 하며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청탁을 했다.
로펌에서 근무하며 기업의 법률 자문을 주로 하는 필자로서는 해마다 이맘 때면 기업 고객으로부터 정기주주총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자문을 요청받는다. 그리고 몇년 전부터 늘어난 자문 요청 중 하나가 '위임장 대결'에 관한 것이다. 주주총회 결의는 '출석한 주주들의 주식 수' 중 '찬성 결의를 한 주주의 주식수'를 합산해 결의 통과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주총 의안에 대해 서로 반대 의사를 가진 주주들이 있으면 다른 주주들의 표를 서로 자기 입장을 지지하도록 권유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위임장을 받아 대리인 자격으로 표결에 나서기도 한다. 이때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많이 받기 위해 경쟁하고, 받은 위임장으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하는 것을 증권거래법상 용어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라고 하고 쉽게는 '위임장 대결'이라고 한다. 지난해 KT&G 주총에서는 칼 아이칸과 KT&G 경영진을 지지하는 주주간에 위임장 대결이 벌어져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KT&G의 경우에서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있듯 사회에는 사회 구성원들을 규율하는 법규와 제도가 있다. 이러한 법규와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이를 제정하고 개정하는 일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발표는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을 재조정할 뿐 아니라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를 수반한다. 따라서 정치인의 정견 발표와는 본질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 정책의 입안과 실행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와 조정을 통해 완급을 조절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는 최근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1·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참여정부 들어 10번째로 나온 대형 부동산 정책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효과에 대해 일반 국민은 물론 건설업계와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필자는 1·31대책이 참여정부의 마지막 부동산 정책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번 대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보완돼야 할 점을 몇가지 지적한다. 1·31대책은 정책 효과를
'파산'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자산으로 채무를 전액 변제하지 못한다는 사전적 의미의 파산이 있다. 둘째는 '파산상태'를 처리하는 법적 절차를 말한다. 파산절차는 주로 채무자에 대한 권리행사의 범위와 방법을 제한해 질서있는 청산과 재조직, 그리고 개인 채무자의 면책과 새 출발을 이룩하게 해준다. 개인이나 기업이 파산(첫째 의미)하면 채무자는 보호를 받기 위해 파산(둘째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사유재산제도를 기반으로, 분권화된 의사결정을 본질적 요소로 하는 시장경제에서 첫번째 의미의 파산은 잘못된 투자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 생산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을 시장에서 발 붙이지 못하게 해 자원의 낭비를 막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파산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현상이다. 낭비적인 투자를 한 기업이 결국 파산과 퇴출의 형태로 징벌받는 것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