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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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 화장품 전시회에 참가하며 K뷰티의 현주소와 앞으로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항구도시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 수십 년 지속된 전시회의 노하우가 어우러져 전시현장은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었다. 참가기업과 바이어의 네트워킹을 유도하는 동선설계, 각종 행사와 세미나 등은 '잘 준비된 전시회'가 가진 저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일본 화장품기업들의 분위기 변화였다. 단순한 제품진열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전략과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중견브랜드들은 고기능성 원료와 다양한 포뮬러를 앞세웠고 오랜기간 구축된 유통망과 드러그스토어 채널은 여전히 탄탄해 보였다. 한동안 K뷰티의 성장에 밀려 조용해 보이던 일본 브랜드들이 다시금 기술력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내부 경쟁력을 다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지 주요 매장에선 한국 화장품의 강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이제는 일본 내에서 하나의 '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과학자의 신에 대한 믿음이 그의 연구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은 언제나 합리적인 증명을 요구한다. 또한 어제의 이론이 오늘 새로운 이론과 증명으로 끊임없이 수정·보완되는 것이 과학이다. 세계적 종교들은 대개 수천 년의 역사를 지녔다. 그 과정에서 전승된 가르침이나 만들어진 경전들은 오류 내지 오독이 없을까. 대부분 종교는 경전의 무오류설을 주장하며 일말의 의심도 용납하지 않는다. 의심 없는 믿음이 영험을 발휘하는 신앙적 측면에선 저런 문제의식 자체를 사탄이나 마군의 속삭임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과 시민들의 의식수준에 종교는 여전히 믿음만 강요한다. 과거와 달리 지적 수준이 높은 현대인들에게 그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불교계에선 몇 해 전부터 윤회설에 대한 다소 떠들썩한 논쟁이 오갔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죽
뮤지컬 '하트셉수트'를 관람했다. 서울 대학로자유극장에서 지난 3월에 개막한 후 관객들의 입소문 속에 매진행렬을 이어가는 창작뮤지컬이다. 인기에 힘입어 오는 6월8일까지 연장공연을 한다는데 창작공연예술산업이 침체한 중에도 대학로를 중심으로 뮤지컬, 연극 등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빛을 밝힌다.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이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던 나희덕 시인의 시 '귀뚜라미'가 떠오른다. 하트셉수트는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다. 그녀의 미라가 발굴됐을 때 신원미상의 여성 미라 한 구가 함께 출토됐다는 고고학적 진실 위에 뮤지컬은 '사랑'의 상상력을 입혀 매혹적인 서사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스토리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빼어난 작품이다. 이날 공연에선 신의정이 파라오 '하트셉수트'를, 최수현이 호위무사 '아문'을 연기해 2인극임에도 무대의 빈 곳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꽉 찬 에너지를 보여줬다.
모바일 혁명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켰다. 모바일 접속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모바일은 국민 모두가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누리고 그 속도를 가속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모바일 접속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이동통신사 서버가 해킹돼 유심(USIM)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디지털 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급증했다. 유심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유심을 교체하려는 '유심런'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정보유출을 넘어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모바일 환경의 신뢰가 흔들릴 때 어떤 혼란이 발생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통신사는 다각적인 대응조치를 취했지만 투명한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더구나 유심칩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모든 사용자 전면 유심교체를 발표함과 함께 온라인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함으로써 불안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골목길 주택의 창문들은 올려다보지 않는 편이 좋다. 불 꺼진 창문이 가끔은 숨은 관찰자의 시선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다. 창의 시선은 양방향으로 투명하지 않다. 나는 볼 수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면 섬뜩하기도 하고 불쾌해진다. '훔쳐보기' 또는 관음증을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 역시 창문으로부터의 시선과 관계한다. 영국이 북유럽 데인인(Dane人)들의 통치를 받던 11세기 즈음 농민들은 가혹한 세금으로 거의 농노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당시 한 지역 영주의 부인 고다이바(Godiva)가 백성들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어 남편에게 세금감면을 요청했다. 영주는 부인을 조롱하며 만일 그녀가 벌거벗은 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돈다면 세금을 탕감해주겠다는 조건을 건다. 고다이바 부인이 알몸으로 말에 올라 마을을 행진하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모두 커튼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을 위해 용기를 낸 그녀를 지켜주기로 한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 전라도 익산역 앞에 짚신장수가 둘 있었다. 아침이면 똑같이 짚신 100켤레를 만들어 나오는데 A장수는 2시반이면 다 팔고 B장수는 막차가 다 끊길 때까지 다 팔지 못한다. 심지어 가격도 똑같다. 오랫동안 짚신을 판 A장수가 죽을 때가 되자 가업을 이어받을 아들이 곁에 앉아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살아생전 어떻게 그렇게 짚신을 많이 파셨는지요. 제게 그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단 세 글자를 말하고 숨이 끊어졌다 "털, 털, 털." 유언과 같은 아버지의 말을 새겨들은 아들은 '털털털'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리하기 시작했고 곧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아 실행에 옮겨 아버지만큼 짚신을 많이 파는 짚신장수가 됐다. '털털털'의 의미는 다름 아닌 짚신에 붙은 '잔털을 털어내라'는 것이었다. 짚신을 만들다 보면 잔털이 많이 붙은 채로 완성되기 마련이다. B장수는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팔았고 A장수는 그 털을 다 다듬고 털어내 깨끗한 짚신을 가져다
"역시 혜화동 우거(寓居)에서 지낼 때였다. 어느 하룻밤 바커스(Bacchus)의 후예들인지, 유령(劉伶)의 직손들인지는 몰라도 주도의 명인들인 공초(오상순), 성재(이관구), 횡보(염상섭) 주 삼선(三仙)이 내방하였다. 설사 주인이 불주객이란대도 이런 경우를 당하여서는 별도리가 없었을 것은 거의 상식 문제인데, 주인이랍시고 나 역시 술 마시기로는 결코 그들에게 낙후되지 않는 처지로 그야말로 불가무일배주(不可無一杯酒)이었다. 허나 딱한 노릇은 네 사람이 주머니를 다 털어도 불과 수삼 원, 그때 수삼 원이면 보통 주객인 경우에는 3, 4인이 해갈(解渴)은 함 즉하였으나 오배 4인에 한하여서는 그런 금액쯤은 유불여무(有不如無)였다." 변영로의 '명정사십년'(酩酊四十年) 중 '백주(白晝)에 소를 타고'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모르는 단어가 몇 개나 될까. 얼마 전부터 문해력 저하를 지적하는 기사를 종종 본다. 대학생조차 불과 100년도 안 된 수필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몇 년 전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역사박물관엔 미국 대통령 전시실이 있다. 이곳엔 900여점의 전시물로 조성된 11개 전시섹션이 있다. 섹션의 주제는 취임식, 대통령의 역할, 대통령 권력의 한계, 암살과 애도, 미디어의 영향, 임기 이후의 삶 등 다양하다. 첫 전시실은 역대 대통령의 이름과 임기 등을 정리한 연표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역대 대통령 인기투표 코너가 있다. 1위는 조지 워싱턴, 2위는 에이브러햄 링컨. 워싱턴의 업적은 미국 독립전쟁 승리, 헌법 초안 제정, 초대 대통령으로서 국가 기반 확립이다. 링컨은 남북전쟁 승리, 노예해방, 미국연방 보존이다. 그런데 이 전시실 중 마음이 숙연해지는 곳이 있다. 대통령 암살 섹션이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 45명 중 4명이 암살자의 총탄에 사망했다. 16대 링컨, 20대 제임스 A 가필드, 25대 윌리엄 매킨리, 35대 존 F 케네디다. 링컨 대통령은 1865년 4월14일 암살당했다. 그날 밤 그는 워싱턴DC 포드극장에서 연극을 보다 머리
전남 구례에 가 열흘살이를 했다. 한달살이 앱으로 예약한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골짜기의 초가지붕을 얹은 황톳집,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 2마리가 정답게 뛰어노는 마당과 뒤란에 벚꽃과 산수유, 철쭉과 매화가 아름다운 옛집이다. 평화롭고 게을리 부지런한 날들이었다. 아침 새소리에 깨 이불을 개고 집 주변을 산책했다. 가까운 사성암이나 조금 멀리 천은사, 화엄사에 다녀오기도 했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 물굽이가 아름다웠다. 경내의 해당화가 하도 환해 그 붉은빛에 뺨이 두근거렸다.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과 홍예교 수홍루를 지나 대숲을 흔드는 초록 바람소리, 물소리가 에워싼 경내에서 오색연등의 빛과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았다. 점심이면 구례읍의 '북문토종흑돼지'나 '목화식당' '동아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옆 동네 곡성에 가 소머리국밥을 먹거나 참게메기탕을 먹기도 했다.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강물에 몸을 담근 채 쏘가리 루어낚시를 했다. 운수 좋은 날에는 하루 저녁에 예닐곱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누구나 아는 익숙한 속담이다. 누군가는 다리를 만지며 기둥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귀를 만진 뒤 부채라고 말한다. 부분만 보고 전체를 아는 듯 착각하는 인간의 한계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속담이다. 이 속담은 최근 화장품 수출을 준비하는 많은 기업이 생각해봐야 하는 점들을 시사한다. 요즘 화장품업계에서 '수출'은 거의 필수과제가 됐다. 특히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미국, 중국,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열기가 뜨겁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단순한 기대와 부분적 정보만으로 수출시장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산업현장에선 '파편적 정보'를 쌓는 데는 능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유기적 그림으로 통합해 해석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각 부서, 각 전문가가 자기 분야에선 정밀한 분석을 내놓지만 그 총합이 곧 '성공을 위한 전략'은 아니다. 예컨대 화장품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 할 때를 보자. R&D
인간은 많은 믿음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 믿음은 자신에 대한 믿음, 사람과 세상에 대한 믿음 등 많고 다양하다. 당장 지구와 우주가 멸망할 것 같지는 않다는 믿음, 학교와 직장 등 소속된 조직에 대한 믿음, 어떤 법칙에 대한 믿음, 신앙적 믿음, 가족과 동료에 대한 믿음, 국가와 사회에 대한 믿음 등 우리가 의식적으로 믿는 것 외에 경험에 의한 암묵적 믿음 등 헤아릴 수 없다. 그 믿음이라는 것이 사소한 것들이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믿음의 규모가 커질 때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 종교에 대한 믿음을 지나치게 강요하다 보니 그 종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에서 어긋나 본말이 전도된 성전(聖戰)까지 벌인다. 과연 어떤 전쟁이 성스러울 수 있나. 여성과 아이들도 죽고 노인과 젊은이도 죽었다. 아랍의 급진적인 테러리스트들이 이른바 '지하드'라는 성전을 한다고 하지만 그 근원은 무슬림이 알라에게 다가가는 성스러운 수행을 지하드라 했고 그것을 전쟁에 끌어다 붙여 불특정 다수를 향해
'챗GPT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이 유행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는 귀여운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지브리'에 열광하는지 궁금해진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랜 반일감정에서 예외적으로 벗어난 자리에 있다. 서사의 흥미와 이미지의 미학성이 뛰어나다는 점만으로는 다 해명되지 않는다.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가족애를 강조하고 자연친화적인 낭만세계를 그려내 한국인들의 정서와 감성에 부합했다. 지브리 작품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웃집 토토로' '반딧불의 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작품들이 보여준 서정적이며 평화로운 세계는 IMF 국가부도 사태 이후 사회적 불안 속에 성장한 젊은 세대에게 심리적 안식처가 돼주었다. 이번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유행 역시 비슷한 집단적 심리의 반영이다. 현실의 불안과 고통 속에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