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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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7538건으로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년 연속 증가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속 강화와 피해 구제를 되풀이해 발표하지만 제도 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논의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그 중심에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이 있다. 대부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취약계층을 겨냥한 고금리 영업과 과거 일부 업체의 강압적 추심이 원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업이 제도권 금융 사각지대를 메우며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완전히 내몰리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해 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이중적 현실을 현행 법체계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대부업법은 성격이 다른 3가지 기능을 한 법안에 욱여넣었다. 대부업자 관리·감독(업법), 불법사금융 처벌(형사), 소비자 보호(이자·추심 규율)가 뒤섞였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도 이 구조 탓이다. 소비자는 등록업체와 불법업체를 구분하기 어렵고, 감독당국은 기능별 대응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 유가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한국 경제와 국민생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에너지 주권의 확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이러한 에너지 위기 상황은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과정에서 에너지 주권의 확보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충격 완화라는 측면 역시 동시에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액화석유가스(LPG)는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 에너지주권과 서민경제를 지키면서도 탄소중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교 에너지'로서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에너지 주권 확보의 핵심은 공급망의 다변화다. 원유와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가 7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는 국내 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반면 국내 도입 LPG의 80% 이상은 미국산 셰일가스 기반으로, 중동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이런 비는 내 평생 처음 봅니다. " 이제는 이런 말이 전혀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시간당 100㎜를 넘는 극한 호우가 2024년 16회, 2025년 15회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가평, 광주, 서산, 산청 등에서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된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바야흐로 이상기후가 뉴노멀이 돼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하천 정비와 배수시설 확충 등 재해예방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러나 단시간에 집중되는 극한 호우 앞에서는 이것만으로 한계가 있다. 집중호우, 산사태, 지하공간 침수와 같은 재난은 수십 분, 짧게는 몇 분 사이 상황이 급변한다. 재난을 예측하기 어려워질수록 미리 대비하고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장의 경험은 이를 보여준다. 2024년 7월 경북 영양군과 안동시에서는 마을 이장과 주민대피지원단, 소방·경찰이 협력해 급류와 침수 위험 속에서도 주민을 신속히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았다. 생명을 지키는 힘은 현장의 신속한 판단과 공동체의 실행력, 기관 간 협력에서 나온다.
병무청장으로 부임 후 필자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각인된 '병역의 가치'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병역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잠시 멈춤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계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게 부여된 병역이 다른 사람의 그것에 비해 결코 부당하지 않다'는 확신, 즉 공정함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의 가치에 민감하다. 기회의 평등을 넘어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병무청은 병무행정의 모든 분야에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적용하고 있다. 먼저, 병역이행의 첫 단계인 병역판정검사의 객관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과거의 병역판정검사는 신체등급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료 전문인력 및 최첨단 의료장비와 정밀 심리검사를 통해 개개인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병역판정의 신뢰성 제고는 물론 우리 청년들의 건강까지 세심히 살피고 있다. 그리고 유명인사 등 사회적으로 관심있는 사람들에 대한 병역 이행 과정을 심층 관리함으로써 부모의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가 병역의 공정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없음을 병역의무자는 물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종부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의 혜택 기준 변경을 통해 '실수요 중심의 과세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더불어 1주택자라 하더라도 기존의 '보유기간'에 대한 혜택을 축소·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장특공을 산정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은 조세정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장특공 기준을 보유보다 거주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개편할 경우 정책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조세중립성' 관점에서 예기치 못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조세중립성이란 세금이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경제적 의사결정을 인위적으로 제약하지 않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상적인 세제는 세금 부담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나 주거 이동이 가로막히는 상황을 지양해야 한다. 장특공은 바로 이러한 조세중립성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다.
식품 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할 때는 그 소중함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방식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변화는 아태지역 전반의 식품안전 체계에 새로운 과제와 요구를 던지고 있다. 식품 규제기관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글로벌 공급망과 비약적인 식품 기술 혁신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진보의 신호이지만, 규제기관에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대응 방식이 요구된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국가라도 신종 위해물질이나 신기술, 그리고 안전과 투명성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기대를 단독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 규제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은 현대 식품 안전의 필수적인 핵심 요건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APFRAS, 이하 아프라스)'는 지역 내 협력을 실현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아프라스는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가치를 더 많은 국가가 인식함에 따라, 참여국이 두 배로 늘어나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9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특별하고 숙연한 행사가 열린다. 대한민국 출신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인 고(故) 이종욱 제6대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 서거 20주기 추모식, 그리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직접 설립했던 '이종욱 전략상황실'의 재개소식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공동 주관하고 WHO가 함께하는 이번 행사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했던 이 전 사무총장의 유산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다. 우리가 고인의 유산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유엔 창설 80주년을 거치며 '글로벌 보건 체계 개혁'을 중점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적개발원조(ODA)가 축소되는 가운데 현지에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건 체계를 마련하자는 치열한 반성이자 혁신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년 전, 세계 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꿰뚫어 본 선구자였다.
1993년 서울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렌털 시장의 선두주자로 성장하며 어엿한 연매출 7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창업주인 고 정휘동 회장의 피와 땀으로 일군 이 회사가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과 매각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매각의 배경은 단순하다. 정 회장이 지난 해 6월 향년 67세로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 3000억원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그런데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는 경우 20%의 할증이 붙어 실효세율은 60%에 달한다. 이는 일본(55%), 프랑스(45%), 영국(40%)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청호나이스 창업주 지분(약 75%)의 평가액만 3600억원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유족이 떠안아야 할 세금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이 사건을 보고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은 세계를 지배했다. 도시바·NEC·히타치가 '반도체 왕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를 읽지 못했다. 투자보다 수익에 집중했다. 주도권이 한국 등으로 넘어갔다. 미래 투자 여부에서 승패가 판가름났다. 반도체 전쟁이 다시 불붙는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에만 6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미국도 70조원 규모 반도체 보조금을 집행 중이다. 중국은 국가 총력전이다. 기업 경쟁을 넘어 국가간 경쟁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연간 영업이익의 15%, 최대 45조원 규모 성과급을 요구한다. 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0%가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45조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R&D(연구개발) 비용 37조7000억원보다 많고, 정기 배당금 9조8000억원의 4배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HBM4, AI(인공지능) 메모리, 첨단 패키징에 대규모 투자 중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지금 반도체 산업은 축배를 들 시기가 아니다. 생존을 걸고 뛰어야 할 시기다.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1. 7%, 전년 동기 대비 3. 6% 증가했다. 회복의 중심에는 수출과 투자가 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5. 1%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늘며 4. 8%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도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3. 9% 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전통적 회복 경로인 '수출 증가--제조업 생산 확대--설비투자 회복'의 고리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은 중요하다. 반도체는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다. 기업 이익, 투자, 고용, 세수,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수출 반등은 이러한 수요 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다만 1분기 성장률이 좋았다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냉정하게 점검할 때이다.
한국의 망 사용료 논쟁은 '열린 인터넷'의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 논쟁이 낡은 이념의 프레임이 아닌 현대 디지털 시장의 작동 원리에 대한 현실적 고찰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논란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CP)과 국가의 인프라 주권 및 발전이라는 우선순위가 충돌하는 과정이며 모든 증거는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가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가리킨다. 인터넷의 본질은 일방적인 공공 서비스가 아닌 양측의 기여로 가치가 완성되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이다. 이는 신문사가 구독자와 광고주 양측에 비용을 청구하며 운영을 지속하는 것과 같은 경제학적 원리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는 일반 이용자에게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며, CP가 그 망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전송해주고, 그 대가를 양측으로부터 받는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처럼 양측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기후와 에너지 위기로 농업은 이제 '날씨'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산업이 됐다. 여기에 온난화 및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까지 더해지면서, 농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중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메탄은 배출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온난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약 28배에 달해, 벼 재배 비중이 큰 우리 농업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동시에 줄일 것인가. " 논에서 메탄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벼 재배 내내 물을 가두는 담수 구조 때문이다. 토양이 물에 잠기면 산소 공급이 차단된 환원 상태로 바뀌고, 이 환경에서 메탄 생성균이 활발해진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저탄소 물관리와 에너지 절감형 재배 기술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경제·산업 전반에서 일고있는 '녹색 전환(GX)'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농촌진흥청의 저탄소 벼 재배 기술 패키지는 이러한 전환을 논에서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