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총 4,075 건
최근 리터당 수백 원씩 오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먼 나라의 총성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직접 위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주유소에서 느끼는 이 당혹감이 조만간 우리 집과 회사, 공장 등 삶의 터전까지 옮겨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흔히 주유소 기름값과 전기요금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의 94%를 수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만드는 주된 원료인 유류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고공행진은 곧바로 전력 생산비용을 수직 상승시킨다. 실제로 전국적인 비로 태양광 발전이 부진해 LNG 발전이 늘어났던 지난 4월 9일 전력도매가격(SMP)은 kWh(킬로와트시)당 132. 58원을 기록하며 지난 12월 90. 43원과 비교해 불과 4개월 만에 47% 가까이 폭등했다. 문제는 이 수치조차 본격적인 위기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SMP는 전쟁 발발 전의 낮은 연료 가격이 반영된 결과다. 비싸게 확보한 LNG 물량이 발전기에 투입되는 5월 이후에는, 전력 도매가격이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폭등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성공이 곧 이별의 신호'가 되는 구조다. 코스닥에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코스피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과 안정적인 수급 기반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방향도 명확하다. 코스닥에 남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시장 환경을 재설계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확대는 그래서 긍정적이다. 연기금 기금운용평가에도 코스닥 관련 지수가 반영되면서 우량 코스닥기업을 장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선 규제 환경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역할이 다른 시장인 만큼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상장 이후에도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재난은 복합적이다. 재난의 스펙트럼이 자연재해에서 산업재해, 사회문제, 디지털 위협까지 전방위로 확장된다. 독일 최대 재보험사 뮤닉리는 2024년 자연재난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규모를 약 460조원으로 발표했고 연평균 5~7% 증가 추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도 2024년 한 해 34회 재난으로 약 9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기존 빠른 사후복구로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에 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예측하고 차단하는 사전대응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를 통해 AI 기반 홍수·산불 예측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이고 미국 해양대기청은 40년 동안의 기상데이터를 학습, 1925년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를 활용해 태풍의 경로를 단 40분 만에 예측하는 AI 모델을 도입했다. 영국 보건안전청 역시 과거 사고기록과 실시간 작업현장 데이터로 추락사고를 예측한다. 정부는 '제1차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을 통해 범부처 R&D(연구·개발)를 발굴·추진해왔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도시공간 사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업무시설 수요는 줄어들고 비대면 소비의 보편화로 상업시설의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 과거 성장과 밀집의 상징이었던 도심의 오피스와 상가가 점차 공실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도심 내 주거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불균형은 '일하는 공간'과 '사는 공간'을 구분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유휴공간을 주거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노후 상가와 중소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실이 누적되면서 도시 활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전국적으로 약 40%가 공실이고 수도권만 놓고 보면 평균 50%에 육박한다. 사무공간 없이 금융기관 운영이 가능한 시대가 됐으며 전통적인 대형 금융기관도 점진적으로 사무공간 처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다. 정부가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LH는 비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을 매입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주거시설로 전환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월세 전환은 가속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달 빠져나가는 주거비가 서민 가계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은커녕 '내 방 유지' 조차 버거운 현실이 일상이 됐다. 공공주택이 더 필요하지만 서울에는 남은 빈 땅이 많지 않다. 이 딜레마 한가운데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이 놓여 있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의 근본적 발상은 명쾌하다. 역세권이라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땅을 수직으로 활용하되 용적률 상향이라는 공적 혜택의 대가로 개발이익의 절반 이상을 장기전세주택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2007년 주택 패러다임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 아래 2008년 첫 삽을 떴다. 입주자는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전세보증금을 내면서 연 5%의 인상률을 넘지 않는 조건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월세로 내몰리는 시대에 전세라는 형태 자체가 자산 형성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지를 넘어 '주거 사다리'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에너지를 너무 익숙하게 사용한다. 전등이 켜지고, 자동차가 움직이고, 공장이 돌아가는 일은 너무나 당연해서 마치 그 모든 것이 대가 없이 주어진 자연의 질서인 것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그 비용은 가볍지 않다. 사실 에너지는 국가가 가장 큰 비용을 치르는 영역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석유·가스 수입액은 1397억 달러(약 200조 원)에 달했다. 국가 전체 수입액의 22%, GDP(국내총생산)의 약 8%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비용의 무게를 충분히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와 가스 같은 주요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그 의존 구조에서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같은 산업이 움직인다. 한마디로 우리는 에너지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하면서도 에너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나라다. 이 불균형은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 정세가 흔들리고 공급망에 충격이 닥치는 순간, 취약성은 매우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약을 한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병원 여러 곳을 돌면서 수면제나 다이어트약,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람, 클럽이나 술자리에서 마약류가 든 음료를 모르고 마신 사례라면 어떨까.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마약은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 집중단속을 통해 총 6648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1244명을 구속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온라인 마약 사범은 1년 전보다 43% 급증했다. 수사도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 마약 유통시장에 맞서 전담 수사인력을 확대하고, 전문 수사체제를 구축했다. 또 온라인전담수사팀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설치하고, 주요 5개 시도경찰청에는 가상자산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마약 유통망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클럽 등 유흥가와 의료용 마약에 대한 집중 단속도 추진함은 물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예방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해운시장은 전례 없는 격변을 겪었다. 부산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운임은 20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에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했던 선사들은 이 같은 급등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묵묵히 이행했다. 눈앞의 초과 이익을 포기하고 약속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초대형 유조선 운임이 세 배 이상 상승한 상황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장기 계약을 체결한 선사들은 급등한 보험료와 연료비 일부만을 보전받은 채 기존 운임을 유지하며 원유 수송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이런 모습은 부동산이나 일반 무역 거래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매도인은 위약금을 감수하고 계약을 파기하려 하고, 수출입 거래에서도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계약 취소 시도가 빈번하다. 그런데 왜 해운업에서는 이런 일이 상대적으로 드물까.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기술은 이제 세계가 먼저 찾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진정한 원자력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까지 책임지는 '원자력 전 주기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발전에서 시작해 관리와 최종 처분으로 이어지는 책임의 시대를 완성하는 중심에 바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가 있다. 현재 세계 주요국은 고준위 방폐물의 임시저장을 넘어 영구적인 '종결'을 향한 기술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핀란드는 세계 최초의 심층처분시설인 '온칼로(ONKALO)'의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스웨덴은 처분시설의 착공, 프랑스는 건설 허가단계로 진입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는 이제 이론의 영역을 벗어나 정교한 공학적 실증과 실행의 단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출발선에 서 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기본 원칙과 절차, 부지 선정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구조의 거대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단순한 고령화를 넘어 국가의 존립과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초고령사회'에 직면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출산율 하락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맞물리며, 2024년 12월 23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의 급증은 사회적 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도전을 던지고 있다. 요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전통적인 가족 돌봄 기능은 해체되고 1인 고령 가구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 치매 환자의 경우 본인의 자산이 있음에도 이를 요양비나 생활비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자산동결 문제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인에 의한 금융 범죄나 착취에도 취약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이렇게 관리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고령자의 자산 이른바 '치매머니'는 2023년 154조원에서 2050년에는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평생 일군 자산이 정작 본인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쓰이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잠식되거나 사장되는 현실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다.
중동에서 이어지는 분쟁은 전장을 넘어 빠르게 인도주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란과 레바논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면서 난민과 강제실향 문제가 급속히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란에서는 분쟁 격화로 대규모 국내실향이 발생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피난하는 것을 '국내실향', 이렇게 피난한 사람들을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ople, IDP)'으로 칭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약 60만~100만 가구가 안전을 찾아 일시적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인구조사 기준 평균 가구원 수 3. 2명을 적용하면 이란 내 국내실향민은 약 190만~320만 명 규모다. 이들은 테헤란 등 주요 도시를 떠나 북부와 농촌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전황이 장기화될 경우 이동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레바논의 상황도 심각하다. 인구 약 580만 명인 레바논에서는 3월 16일 기준 100만 명 이상이 정부의 온라인 실향 등록 시스템에 등록했다.
도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역사 보존과 개발이 충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어느 한쪽의 선택으로만 접근하는 순간 갈등은 되풀이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이를 '보존 대 개발'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공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하며 해법을 모색해 왔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대표적 사례다. 유리 피라미드 건설 당시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공론화와 설계 경쟁을 통해 역사성과 현대성이 결합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은 철거 대신 보존을 택해 상업성과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확보했고,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폐철도를 공원으로 재생해 도시 경쟁력을 높였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해관계자 참여, 보존의 자산화, 그리고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기준이다. 개발 가능 범위와 규제가 명확했기에 갈등은 관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최근 논란이 되는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런 흐름과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