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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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을 바라는 농부는 벼가 익기도 전에 낫부터 들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비와 바람을 견디며 충분히 자랄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기업도 다르지 않다. 기술을 키우고 시장을 개척하는 시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시간이 쌓여 기업은 성장하고 투자자는 결실을 얻는다. 코스닥시장은 이러한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기술특례상장과 테슬라 요건 역시 현재의 규모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먼저 평가하자는 취지다. 혁신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를 재촉하는 시장이 아니라 성장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시장이다. 현재 코스닥 혁신기업들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준의 적용 시기까지 앞당기면서 기업들의 준비기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상장폐지 제도는 본래 부실기업을 솎아내 시장의 규율을 세우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그 실질적 비용은 책임져야 할 경영진이 아니라, 아무 잘못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일반주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025년 출범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골격은 분명하다.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그리고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한마디로 수요 억제 일변도다. 6·3 지방선거를 전후로 숨을 고르던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정부는 미뤄두었던 보유세 강화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단순한 수요 과열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는 지난해 이후 보합 국면이지만 노원, 강북, 관악 등 실수요 지역과 화성·동탄·평택 반도체 벨트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상승은 투기보다 실거주 수요와 산업 입지가 결합된 구조적 흐름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 이상으로 올리고 세율까지 추가 인상 방안을 검토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 16%, 서울 18. 67% 올라 5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시가격 상승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은 자연 증가하는데 여기에 비율과 세율을 함께 올리면 부담은 한층 가중된다.
최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 8 미만인 상장회사의 대주주가 상속 또는 증여를 할 때 주가가 아니라 회사의 자산가치·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평가액을 산정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세금 계산에 주가를 그대로 쓰지 않겠다는 취지다. 현행 상증세법은 상장주식의 시가를 평가할 때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 동안의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종가)의 평균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상장주식은 실제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그 주식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반영해서다.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객관적인 교환가치로 재산가액을 평가하도록 하는 상증세법의 재산평가 원칙에도 부합한다.
최근 'K-푸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계탕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왜 가장 무더운 날 뜨거운 국물을 먹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 숟갈 맛본 뒤에는 깊고 담백한 풍미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에게 복날 보양식은 단순한 계절 음식이 아니다. 선조들은 초복·중복·말복의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를 실천했고, 기력을 보충하며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음식문화를 이어왔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K-푸드의 대표적인 매력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복날 보양식이라 하면 삼계탕이나 장어구이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염소탕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하절기(6~8월) 닭과 염소의 도축 물량은 다른 계절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염소 포장육과 식육가공품 판매액도 2022년 716억원에서 2025년 3223억원으로 4.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바다와 계곡, 하천을 많이 찾는다. 물놀이는 무더위를 잊게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익숙한 장소라는 안심, 잠깐이면 괜찮겠다는 생각, 기상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사고의 출발점이 되곤 한다. 수난사고는 특정 장소나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수욕장과 하천, 계곡, 강 등 여러 장소에서 발생하며,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사고 유형도 물놀이, 침수, 표류, 급류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3년간 수난사고 구조건수는 2023년 9973건, 2024년 8551건, 지난해 9559건으로 매년 8000건 이상 발생했다. 특히 7월부터 9월까지 사고는 3년간 1만5669건으로 전체의 55. 8%를 차지했다. 휴가철과 집중호우 시기가 겹치는 여름철에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 유형별로는 최근 3년간 침수사고가 7075건으로 가장 많았고, 물놀이 사고도 3151건 발생했다. 표류, 급류 등 사고도 이어지고 있어 수변공간 전반의 위험관리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홍수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하는 홍수는 과거와 다르다. 장마철에 비가 일정하게 내리던 양상은 약해지고,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으로 강한 비가 집중되는 국지성 극한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도심에서는 하천 범람보다 우수관망의 배수 한계, 지하차도와 반지하 주택 침수, 저지대 도로 물고임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기후변화가 홍수위험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최근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가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홍수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재난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나 평균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평년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함께 필요하다. 최근의 홍수는 하천, 도시 배수망, 지하공간, 저류시설, 댐 운영, 조위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발생한다. 따라서 홍수방어는 더 이상 하천 수위만을 보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테슬라길 1번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본사 주소다. 5년 전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갔다. 오스틴은 테슬라뿐 아니라 삼성전자, AMD, 델, 애플을 만나는 도시다. 흔히 실리콘밸리에 빗대 '실리콘힐스(Silicon Hills)'라 불린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오스틴은 오늘의 위상과 거리가 멀었다. 중견 행정·대학도시였다. 지금의 AI(인공지능)·반도체 기업도시로 거듭난 스토리의 첫 단추는 실리콘, 즉 반도체였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D램 공세에 충격을 받았다. '반도체가 더 밀리면, 컴퓨터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MCC(마이크로전자·컴퓨터기술)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다. 미래 반도체 도시로 갈 황금 티켓 'MCC 본부 유치전'에 57개 도시가 뛰어들었고, 최종 승자는 오스틴이었다. 비결은 주정부-상공회의소-텍사스대-지역사회의 팀플레이로 요약된다. '스타트업 실험실'을 표방하며 저가 임대, 저리 대출, 주택 금융 등 파격적인 지원 패키지를 내세웠다.
2024년 전세계 펀드 시장에서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는 패시브 자금이 처음으로 액티브를 넘어섰다. 역전된 흐름은 멈추지 않았고 그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시장을 이기려는 돈'보다 '시장을 그대로 사는 돈'이 주류가 된 것이다. 저비용·분산·편의성을 앞세운 패시브의 부상은 투자자 입장에서 분명한 진보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서 가격을 만드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는다. 패시브 자금은 기업의 '가치'를 묻지 않는다. 지수 안에서의 '비중'과 '가격'만 보고 기계적으로 사고판다. 그래서 패시브가 커질수록 가치가 가격을 만들기보다 수급이 가격을 만드는 구조가 강해진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하루 거래가 장 마감 동시호가로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시장에서는 하루 거래량의 3분의1이 종가에 몰린다.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종가에 맞춰 기계적으로 체결되면서 그 기업이 싼지, 혹은 비싼지와 무관하게 가격이 결정되는 구간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산업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술력 못지않게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으로, 이제 전력은 단순한 기반시설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 역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전력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주요 발전설비는 비수도권 지역에 분산돼 있어 전력계통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전력계통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발전설비 부족이 아니라 송전망의 부족이다. 발전소를 건설하더라도 이를 수요지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송전망이 부족하면 산업 성장 역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성국씨(가명)는 1주택을 보유한 채 직장 문제로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주택 1채를 상속받아 갑자기 2주택자가 됐다. 과세관청은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2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종합부동산세 2000만원을 부과했다. 유성국씨는 "상속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라며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어느 주택에도 거주하지 않았고 상속 주택 특례 적용 신청도 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연 유성국씨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종합부동산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함께 부동산 보유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인별(人別)로 전국의 부동산 가액을 합산해 일정 기준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재산세보다 높은 누진세율로 과세한다.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 다주택자는 9억원을 공제한 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다주택자가 되면 공제액이 적을 뿐만 아니라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그뿐 아니라 최대 80%에 이르는 연령별·보유 기간별 세액공제도 받을 수 없어 부담이 한층 무거워진다.
지난해 가을부터 산업 현장의 화두는 하나로 수렴되고 있다. '생성하는 AI'에서 '행동하는 AI'로의 전환이다. 챗봇이 답을 내놓던 시대를 지나, 이제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호출하며 업무를 완결한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33% 이상이 에이전틱 AI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AI 에이전트 시장이 향후 5~6년간 연평균 45%를 웃도는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변화의 본질을 'LLM(거대언어모델)의 또 다른 진화'로만 읽는다면 절반만 본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제조·금융·보험·유통 등 다양한 산업의 AI 도입 현장을 지켜봐 왔다. 그 경험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에이전틱 AI의 진짜 시험대는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도메인 깊이로의 침투'에 있다는 점이다. 범용 LLM은 잘 만들어진 도구지만 산업 현장 그 자체를 알지는 못한다. 제조 라인의 공정 파라미터,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규칙, 호텔의 객실 운영은 인터넷에 공개된 텍스트로 학습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시대 교통안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사고 발생 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AI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위험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대다. 데이터에 AI가 접목되면서 데이터는 단순히 정보의 집합체가 아닌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교통안전 분야는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안전관리 체계를 요구받고 있다. 도로 위 위험 요소와 운전 행태, 운행 기록, 기상환경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 정책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은 각종 교통분야 데이터를 보유·관리하는 기관으로 머물지 않고 이를 국민 안전을 위한 정책과 공공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집중해 왔다. 대표 사례가 AI 기반 교통사고 위험도 예측모델인'K-Safer'다. 교통사고 건수, 운행기록, 도로환경, 기상정보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사고 위험도를 예측하고 명절처럼 교통량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고위험 구간을 사전에 파악해 선제적 안전관리를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