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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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주택공급을 위해선 신도시 개발보다 정비사업이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여러 정부에서 신도시 개발을 더 선호했던 이유는 정비사업보다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택 정비사업들은 제안부터 입주까지 20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5년 정도가 소요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조합 방식에 있다. 1983년 합동 재개발 도입으로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된 조합은 토지 등 소유자인 조합원들이 모여 시행자가 된다. 수용 방식은 기존 토지 소유자나 주민들이 보상비만 받고 떠나야 하지만 조합은 토지 소유자가 직접 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빠른 주택공급과 도시화를 가능하게 한 공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조합 방식은 조합원들의 수익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와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조합원들은 더 크게, 더 높이 지어 수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한다. 지자체는 부정적
최근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R&D(연구개발) 투자 통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들은 기술혁신을 위한 국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국가 총연구개발비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6.1% 대비 약 2배인 11% 수준으로, 미국의 기술 견제, 경제 저성장 등 복잡한 경제 환경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국가 R&D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으로 불리는 이스라엘도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R&D 예산만큼은 증액하는 등 지원을 꾸준히 확대해 2023년 이후 10개의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코로나 시절 모더나가 평균 5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을 단 11개월 만에 성공한 사례는 미국 정부의 신속한 R&D 집중 지원이 있었기 때문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국가 R&D 분야이다. 올해보다 19%가 증가한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성장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어우러지며 한국 문화의 힘과 가능성이 더 넓게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해외에 사는 한국인은 700만명, 국내에 사는 해외 출신 이주민은 300만명에 이른다. 정작 이주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통계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사회적 관심의 바깥에 머물러 있다. 이주민은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수많은 심리적 어려움에 부딪힌다. 단순한 '이주의 스트레스' 만이 아니다. 우울과 불안, 가족 갈등 등 보편적 문제들이 겹쳐 나타난다. 그러나 상담이나 치료 접근은 쉽지 않다.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가 크고, 의료진도 이주민 진료 경험이나 문화적 이해가 부족하다. 이주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국 사회의 배타성과 획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결혼이주 여성은 시댁 간섭과 자녀 갈등, 전처의 흔적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다만 한국어를 배우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삶의 자리를 찾아간다. 다문화
'K-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금, 남산은 단순한 명소를 넘어 K-컬처 심장부로 떠올랐다. 수많은 글로벌 팬들은 스크린 속 서울의 풍경을 직접 체험하고자 남산타워를 '성지'처럼 찾는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단순히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실제 공간을 경험하고 체감하는 주류 글로벌 문화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가장 부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산 일대다. 지난 시절 겪은 훼손과 단절로 멀게 느껴졌던 남산은 서울의 안산으로 그 잠재력이 높다. 서울의 핵심 상업 중심지인 명동과 맞닿아, 세계 최고 도시들이 추구하는 높은 삶의 질과 경쟁력을 갖춘 환경을 만들어낼 최적의 입지다. 도심 자연이 과거와 현재, 글로벌과 로컬을 잇는 생생한 현장이 된다. 하지만 이런 기회에도 불구하고 남산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방문 수요와 서울 전역에서 잘 보이는 시인성에 비해 실제로는 주위로부터 접근이 어렵고 걷기에 불편하며, 생태환경도 취약하다. 더구나
AI(인공지능) 패권을 두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2026년도 R&D(연구개발) 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35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AI 분야는 전년 대비 106% 증가한 2조3000억원이 책정돼 '진짜성장'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과감한 투자는 대한민국 경제를 침체의 위험에서 성장가도로 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AI·ICT 분야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첫 R&D 예산 배분·조정 과정에서 효율화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의사 결정에 기여했다는 것은 산업계에 종사한 필자에게는 특히 의미가 크다. 내년 AI 분야 정부 R&D 예산 편성 결과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특징이 있다. 민간이 필요로 하는 생태계의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인프라-인재의 세 축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반영해 컴퓨팅 자원, 데이터, 클라우드 등 인프라, 인재, 스타트업 육성까지 균형 잡힌 결정이 이뤄졌다. 범용AI(AGI)와 경량
대형마트는 오랫동안 '유통 공룡'으로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정작 그 공간에서 일하는 수만 명 노동자의 목소리는 정책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는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고용과 지역경제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다. 청년층의 첫 직장, 여성과 중장년층의 재취업 기회, 노년층의 생활형 근무까지 아우르는 지역사회의 '고용 안전망'이다. 매장 안에는 판매직뿐 아니라 물류와 청소, 시설 관리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하고, 한 점포가 운영되는 동안 수백 명의 고용이 유지된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대한 일률적 규제는 실제로는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의무휴업 등으로 매출이 줄면 고용 불안이 커지고, 협력 업체와 입점 상인도 타격을 입는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실증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연구가 반복되어 왔다. 결국 '규제의 비용'은 대기업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430여 년 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남해의 거친 바다에서 써 내려간 난중일기를 읽고 있으면 오늘날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트럼프 1기와 2기에 한국이 마주한 국제통상의 세계가 임진년과 정유년의 그 험난했을 바다와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관세조치의 풍랑이 '수출한국호(號)'를 위협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관세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에도 지난달까지 우리 수출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점증하는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미래를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 기업은 단일국가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입시장인 미국에서 국가별로 서로 다른 관세를 적용받는 주요 국가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일방적인 관세부과와 보호무역 조치라는 '암초'가 곳곳에 숨어있는 통상의 바다에서 우리 기업들이 순항하려면 출항 전 본진에서의 충분한 보급, 철저한 유지보수, 그리고 유사시 지원체계도 촘촘히 갖춰져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바다는
국가핵심기술·국가핵심인력의 해외 유출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는 특정 기술, 특정 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안보 위기, 국가경쟁력 약화와도 직결된다. 정부와 기업 모두 관련 제도 개편 및 내부 시스템 정비, 위반자에 대한 강한 제재 등을 통해 잘 대응해 왔고 나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가 있다. 바로 자산의 해외 이전이다. 몇 년 전부터 미국 투자 이민, 싱가포르 투자 이민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자산의 해외 이전은 이미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정착했다. 자산의 해외 이전이 많아진 원인이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최대 50%에 이르는 상증세율이다. 한마디로 상증세율 50%라는 것은 개인 자산가 소유의 고가 건물의 반절이 국가 소유라는 뜻이다. 이는 한 세대의 이전에 한정되는 의미다. 만약 두 세대를 거쳐 부모 자식 간에 자산의 이전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현재 자산의 3분의
우리 사회가 식품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오랫동안 '제조업'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었다. 맛있고 안전한 식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달라지고 있다. 푸드테크, 로컬 기반 산업혁신, 식품의 문화상품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식품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도약하려면 지금이 바로 대전환의 기회다. 그래서 3가지 방향의 구체적 해법이 필요하다. 첫째, 식품산업의 푸드테크 혁신을 촉발하고 지식산업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식품저작권 도입이 필요하다. 음악과 영화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음식에는 없다. 한국의 요리 아이디어나 레시피가 해외에서 그대로 모방·상업화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제는 식품 아이디어에도 권리를 부여해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 '식품저작권' 제도가 마련된다면, 창의적인 청년 창업자들이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푸드테크가 많이 창출되어 산업화로 연결되는 고
"나에게 설 수 있는 지점만 주면 지구도 들어 올리겠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지렛대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충분히 긴 지렛대와 그 지렛대를 받쳐줄 튼튼한 받침점만 있다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인공지능( AI)을 향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지난 60년보다 알파고 등장 이후 6년,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등장 후 16개월의 변화가 더욱 크다"고 할 정도로 AI는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저비용·고효율 AI와 추론형 AI가 연이어 등장함에 따라 차기 AI 산업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시작되고 있기도 하다. 세계는 AI가 곧 국가 경쟁력과 동일시되는 대전환기에 접어들었고 국가와 기업은 AI 산업의 중심추를 들어 올리기 위한 'AI의 지렛대'를 만들고자 기술개발에 온 힘을 쏟는 중이다. 하지만 치열한 기술경쟁에 가려 상대적으로 기술에 대응되는 지식재산 경쟁력 확보가 간과되고 있
중국의 첨단기술 자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딥시크, 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기업의 약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러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강력한 정부 정책이 있다. 중국은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10년 주기의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한다. 2015년 발표된 14차 5개년 계획에서는 '중국제조2025'와 '인터넷 플러스' 정책이 제시돼 제조업 발전과 플랫폼 비즈니스 확산을 이끌었다. 10년이 지난 올해 10월 열리는 4중전회에서는 15차 5개년 계획 초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이번 산업 정책의 핵심은 '중국제조 2035'와 'AI(인공지능)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제조 2025가 10대 전략산업을 폭넓게 육성하는 '씨앗 뿌리기'였다면, 중국제조2035는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AI 플러스 정책은 지난달 26일 국무원이 액션플랜을 통해 구체적인 목표를 공개했다.
WTO 체제가 출범한 1995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각국은 다시금 자국의 핵심 산업을 자국 내에서 보호하고, 에너지 및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보호무역주의가 재차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무역 적자 해소를 명시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종전의 다자간 협정 방식이 아닌 양자 협상 방식으로 상호관세·보편관세·품목 관세 등 대규모의 각종 관세라는 강력하고도 예측이 어려운 수단을 무기 삼는다. 관세, 환율 등의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투자 확대, 방위비 증액, 대중 견제 등 각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까지 폭넓게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에서 종전의 보호무역주의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단순히 자국의 산업 보호를 넘어 힘의 논리로 철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