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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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가 오는 건가요?"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마친 이후 서울 여의도 증권업계에선 인사말 마냥 새 금융위원장 인선을 묻고 점쳤다. "그분만큼은 절대로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업계의 중지를 모으게 했던 A부터 "구관이 명관"이라는 B, "지난 정권에서 찬밥 신세였으니 누구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C. 그럴싸한 시나리오가 붙은 '내정설'과 이들을 둘러싼 평판, '지라시'(정보지)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었다. 증권가가 금융당국 수장 후보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업계가 보여준 관심은 온통 청와대에 쏠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금증보다 갈증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해 보인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년 넘게 제대로 일을 못 했다"고 비상한 관심을 갖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말 최순실 정국으로 국정 공백이 시작된 이후 증권업계와 관련한 정책과제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만 초대형 IB(투자은행) 제도, ISA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면이 3개월 이상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주 '한화갤러리아의 제주공항 면세사업 특허권 반납'을 단독 보도했다. 사드 여파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특허 반납 첫 사례라 업계 동요는 컸다. 다수 업계종사자들이 "사드가 올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공감했지만, 정부 특허제도 및 사드 대응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면세기업들도 자문(自問)해봐야 할 부분은 있다. 면세사업에 내재된 특수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감내하면서도 사업을 이어나갈 책임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다. 면세산업은 내수 유통산업과 다른 몇가지 특수성을 갖는다. 호텔롯데 사업보고서를 참고하면 △규모의 경제 △직매입 기반의 MD(상품기획) △특허사업이라는 점과 함께 △출입국객이 고객기반을 형성한다는 점이 있다. 최근 면세업계가 겪는 어려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출입국객을 고객기반으로 하는 특수성에 있다. 한마디로 '들어올 사람이 안들어와버리면' 한해만에도 휘청할 수 있는 사업이 면세사업이다. 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닙니까.” 최근 만난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현재 시행하는 ‘저녹스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의 실효성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운영 방식 때문에 자칫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저녹스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가정용 일반 보일러를 ‘저녹스(NOx·질소산화물) 보일러’로 교체하는 경우 1가구당 1대의 교체 비용 16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크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의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대기환경 개선 및 에너지 절감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지만 현재까지 실적은 신통찮은 모습이다. 여기엔 지원 모델을 콘덴싱보일러로 국한하는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운영 방식이 자리한다. 콘덴싱 보일러는 질소산화물
"어려운 대외적 경제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삼성전자가 2분기 창사 이래 최대치인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하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을 사상 처음으로 제친 바로 다음 날인 8일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이례적으로 삼성전자를 격려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록 구속수감 중이지만, 이른바 '총수 부재'에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상 최고 실적에 따른 여당의 투자·일자리 확대 기대와 달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축포는 고사하고,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4세대 64단 V낸드 양산에 돌입한 4일은 한국 반도체사(史)의 기념비적인 날임에도 보도자료를 한 건만 배포한 것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지금이야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 덕분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중국 정부 차
요즘 펀드업계에 '목표전환형 펀드'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목표전환형 펀드란 주식에 투자해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 자산을 매도하고 이를 채권으로 전환해 만기까지 안정 수익을 유지하는 상품이다. 목표 수익률 달성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 6개월 정도로 단기 투자처를 찾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6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올 들어 출시된 목표전환형 펀드는 40개고, 최근 한 달(6월7일~7월6일) 사이에만 9개의 펀드가 출시됐다. 현재 운용 중인 공모형 목표전환형 펀드 설정액은 3928억원에 달한다. 이 펀드들의 목표 수익률이 5~8% 수준에 그치는데도 자금이 몰리는 것은 무조건 고수익만을 추구했던 이제까지의 펀드 문화와 비교해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지난 몇 년 간 주식형 펀드가 부진했던 탓에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연초 이후 급상승했던 코스피 지수가 조만간 조정을 받을수 있다는 우려는 '안정적 수익률'이라는 문구가 가지는 마법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라북도 군산 지역에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들어와 자리 잡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느냐는 질문에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이같이 답했다. 다양한 선박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협업해 제대로 된 선박을 만들어내는 군산 '조선 생태계' 구축에 필요했던 시간은 2008년 착공돼 2010년 완공된 군산 조선소 건설 기간보다 길었다는 뜻이다. 생태계 구축에 단순히 긴 시간만 투입된 것은 아니었다. 경상남도 창원에 있던 공장 전부를 군산으로 이전했다는 협력사 A중공업 대표는 "설비를 하나하나 해체해 옮기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군산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 기지로 키운다는 현대중공업과 정부의 비전에 모든 것을 걸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사 B테크 대표는 "전 재산을 털었다"며 "세계 1위 조선사의 파트너가 됐다는 자부심이 그만큼 컸었다"고 회상했다. 군산 조선업 생태계는 3년 이상의 시간과 신뢰를 토대로 형성된
"매각이 안 되면 그 이후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죠.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채권단 관계자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치가 길어지면서다. 표면적으로는 상표권 사용요율을 얼마로 결정할 것인가가 쟁점이지만 결국 핵심은 매각하려는 채권단과 매각을 원하지 않는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의 갈등이 상표권을 매개로 드러난 것이란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금호타이어는 모기업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를 받았던 회사다. 문제는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뒤 경영실적이 더 악화됐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와 넥센 등 경쟁사의 실적이 좋아지는 동안 금호타이어의 재무제표는 계속해서 나빠졌다. 영업력이 근본적으로 훼손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진단이다. 채권단의 진단이 맞다면 매각이 불발될 경우 올 하반기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 금호타이어가 자생하기 힘들어지면 채권단이 다시 돈
지난 대선 기간에 대선 후보 중 한명이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이후 “여가부를 없애자”는 여론도 인터넷상에서 확산됐다. 그러나 정작 여가부 분위기는 대수롭지 않다는 거였다. 폐지론이 거론된 게 처음이 아닌 까닭에 여러 번 풍파를 겪어본 탓이다. 2001년 신설된 여성부는 2005년 여성가족부로 기능이 강화된 뒤 2008년 여성부로 환원됐다가 2010년에 지금의 여가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성부를 없애려고 하다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존속으로 결론 났다. 그런데도 다시 폐지론이 불거졌던 건 여가부가 집권자의 눈치를 보며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단적인 예가 위안부 문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가부의 시각과 자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로 180도 달라졌다.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며 만들던 위안부 백서도 결국 “여가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는 해명과 함께 연구보고서 형태로 발간됐다. 이 때문에 여가부는 여성의
“주최 측 이름이 좀 길죠.”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대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재엽 연출은 머쓱한 듯 웃었다. 이날 토론회 주최 측은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이하 블랙타파)와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이하 문화예술대책위)였다. 민간 예술인 주도로 발족한 두 단체명에는 뼈아픈 검열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겼다. 공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넘어갔다. 문체부는 문화예술계와의 시각 차를 좁히기 위해 고전 중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출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사전 의견 수렴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핵심은 진상조사위 구성 방식이다. 문체부 훈령으로 조사위를 구성할 경우 일의 진척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체부나 산하기관으로 조사 대상이 제한된다. 반면 대통령령에 의해 대통령 직속
"우리가 허깨비를 봤나 봐요." 대선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어느 날, 국민의당 한 당직자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한 달 전이던 4월초 상황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가 대세론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지지율 골드크로스를 넘봤던 시점이다. 대선 후 두달. 지금은 정말 그들이 허깨비를 봤나 싶기도 하다. 최근 국민의당을 뒤흔드는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 때문이다. 국민의당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은 대선 4일 전 문씨의 파슨스 동료와 통화했다는 짧은 녹음 파일 2건을 배포했다. 이 녹음 파일이 조작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지지율 하락에 조급했다는 반성, 검증조차 안 했던 것이냐는 자아비판이 나온다. 그래도 유권자를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조작 사건을 고백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난달 26~30일 조사에서 당은 창
수도권 지방법원 판사와의 저녁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대화가 한바퀴 돌자 그는 음주운전 처분 얘기를 꺼냈다. "요새 단속에 걸려 즉결심판에 넘어온 이들 중에 처벌을 높여 징역형을 원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얘기였다.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짓는 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트럭 행상처럼 차량운행이 목숨줄인 하루벌이 자영업자들은 면허취소와 벌금 대신 징역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내달라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을 대할 때면 오죽 다급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고 했다.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올 들어 경기지표상 수출과 생산이 늘면서 불황 탈출 기대감이 부풀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골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창업 후 5년 안에 가게를 접는다. 가게 수입으로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연 지 몇 달 안에 폐업하는 이들도 10명 중 4명에 달한다. 실업률은 구직을 포기한 20·30대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OECD(
“중소기업청이 숙원이던 부(部) 승격을 이뤘으면 그것으로 감사해야지 뭘 더 바라는 거죠?” 한 고위공무원의 발언으로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이 뒤숭숭하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할 일을 다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중소기업 통합업무’를 기대하는 중소기업계의 희망사항과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었다. 중기청의 부 승격 결정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 일부가 넘어오지만 중소기업계는 핵심 업무가 빠졌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수출·신용보증업무 등이 이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늬만 승격’의 또 다른 신호도 있다. 중기부의 살림과 정책을 담당하는 차관이나 실장이 모두 외부에서 온다는 소문이다. 하마평에 기획재정부, 산업부, 미래부 고위공무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중기부가 전통적으로 힘 있는 정부조직의 ‘인사 파티장’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반면 일선 공무원들과 중소기업계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업무를 지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