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금만 알았던 일본인이 투자를 시작한 이유

[기자수첩]예금만 알았던 일본인이 투자를 시작한 이유

한은정 기자
2017.08.03 14:49

정부가 서민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혜택을 종전의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일반형은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납입 원금 내에서 자유롭게 중도 인출도 허용된다.

비과세 한도가 높아지고 5년간 자금이 묶여야 했던 부담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당초 ISA 도입 취지인 '국민 재산 늘리기'를 이룰 수 있는 근본 해결 방안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반론이 많다.

우리보다 앞서 2014년 ISA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일본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의 ISA는 우리와 달리 예·적금을 제외하고 주식, 펀드 등 투자 상품만을 계좌에 담을 수 있게 했다. 일본 정부가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이라는 자산관리의 패러다임 변화에 목표를 뒀기 때문이다.

일본 ISA는 2년 만에 1000만 계좌를 돌파하면서 일본 증시 상승에도 일조했다. 주식과 펀드를 집중적으로 편입한 투자자도 수익을 얻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ISA 도입 1년 반이 지났지만 계좌 수는 223만여 개에 그쳤다. 계좌 수가 최고였던 지난해 11월 대비로는 약 17만 계좌가 줄어드는 등 가입자는 감소 추세다. 여기에 ISA 가입자의 90% 이상은 은행에 쏠려있고 가입금액의 80% 이상은 예금을 위주로 한 신탁형 ISA에 집중됐다.

올 들어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며 일임형 ISA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지만 수혜를 누린 투자자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일임형 ISA 1년 수익률은 6.2%로 1년 예금금리(1.5%)의 4배 수준이었다.

물론 일본은 주식 매매차익이 비과세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식 투자수익도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비과세가 되는 ISA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ISA는 예금에 최적화된 상품이라는 등 애초에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의 비과세 한도(200만원)는 5년간 ISA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 1억원(연간 2000만원 한도)을 연 1~2% 금리 예금에 넣었을 때 나오는 이자 200만원에 최적화된 수준이다.

주식 매매차익이 일찌감치 비과세라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했을 때 좀 더 강력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정 부분은 주식 등 투자상품에 넣도록 자산을 배분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일본인들은 ISA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짜고 위험을 경험하고 수익을 얻는 과정을 통해 사회 전반의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ISA 활성화에 대한 좀 더 전향적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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