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이 어느날 "아파트를 사려는데 이정도 연봉이면 주택담보대출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20대 후반, 입사 3년차 직장인이라 결혼할 목적으로 집을 알아보는 줄 알았다. 이제 곧 갈비탕 먹는 거냐고 물었더니 "갭투자나 해보려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단한 자본가도,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주변에서 부동산 투자 얘기만 하니 뭐라도 안하면 나만 바보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한 신혼부부는 지난해 신촌의 아파트 분양을 알아보면서 "분양가가 6억~7억원이나 된다"며 주저하다가 "그래도 당첨만 되면 웃돈이 1억원 넘게 붙는다니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또'가 된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 돼 버렸다.
최근 몇년 간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면서 이같은 사례를 많이 봤다. 문재인정부가 '8·2 대책' 발표와 함께 '투기 세력'에 엄중 경고했지만 기자가 만난 투기 세력은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 신혼부부, 주부, 대학생이었다.
무엇이 평범한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만들었을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도 낮고 대출도 잘해주니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정부의 꾸준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지금 같은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2014년 LTV(담보인정비율)는 70%, DTI(총부채상환비율)는 60%로 대폭 완화했다. 2%대 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6년 6월 1.25%까지 떨어트렸다. 청약 1순위 자격과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도 완화했다. 당시 꽁꽁 얼어붙은 경기를 살릴만한 방법으로 부동산 부양책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부동산은 살아났지만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결과도 함께 가져왔다. 전세를 끼고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갭투자나 집단대출을 이용하는 분양권 투자 등은 지속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쓰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냉온탕을 오가는 식의 대책 말고 꾸준한 정책 추진으로 앞으로 실수요자를 투기꾼으로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