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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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재찬 전 공정위 부위원장(58세)이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공직을 떠나 1년 가까이 쉬었던 탓인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공정위가) 기본에 충실한 시장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힐땐 단호함이 느껴졌다. 23년 가까이 공정위에 근무하면서 하도급국장, 경쟁국장, 카르텔조사단장 등을 역임한 그의 '불공정행위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도 읽을 수 있었다. 정 내정자의 이런 의지를 다음 날 기사에 담자. 공기업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왔다. 대부분 정 내정자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공기업들의 관심이 온통 공정위에 쏠려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음달 공정위가 공기업들의 불공정행위 현황과 개선책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권의 입맛'을 경영원칙으로 세우고 열심히 뛰었다.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강조할땐 '녹색경영'을 화두로 내세웠고, 창조경제를 말하면 '창
"저희는 한국 실정에 맞게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판매가격을 한국에서만 비싸게 받는다는 논란에 대해 이케아코리아가 내놓은 답변이다.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에 한국 1호 매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상품 가격을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게는 2배 이상 비싸게 책정했다. 즉각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이케아가 한국 고객을 '호갱'(어수룩해 이용해먹기 좋은 소비자를 지칭하는 인터넷 조어)으로 본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케아는 즉각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케아의 입장은 한 가지다. 국가별로 가격을 책정하는 원칙이 다르고, 이에 따라 가격차가 난다는 것이다. 한국 판매가격이 더 싼 제품도 있고, 본사가 합당한 원칙에 따라 가격을 결정했는데, 왜 비싼 제품만 갖고 문제를 삼는지 한국 고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미국 로스터리카페 스텀타운의 맷 라운즈베리 부사장은 한국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이 점심 한 끼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에 순간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출산을 한달 앞둔 깜놀이 엄마를 만났다. 결혼 전 "아이는 한참 뒤에"라고 했던 그는 곧 '깜짝 놀랄 소식'과 함께 친구들을 맞았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면서. 아이 키우는 데 그 어느때보다 관심이 많을텐데도 깜놀이 엄마는 미혼인 나보다 '누리과정'을 몰랐다. 깜놀이 엄마에게 누리과정은 "내년부터는 안나온다며?" 하는 정도의 관심사였다. "나오긴 할텐데…". 기자랍시고 영양가 없는 답만 돌려줬다. 연일 신문을 도배하는 누리과정이, 직업을 떠나면, 결혼을 앞둔 나에게도 별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누리과정은 교육기관(유치원)과 보육기관의 통합(유보통합)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본래 '저출산대책'으로 추진됐다. 물심양면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 가운데 하나였다. 2011년 도입 당시 '보육비로 얼마를 주면 아이를 낳을까'하는 연구도 했었다. 결론은 뭔가. '결혼 해 말아? 아이는?' 인생 최대 고민에 빠진 미혼 여성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보
"팬택 스마트폰 사도 괜찮을까요?" 팬택이 지난 21일 내놓은 '베가 팝업노트'를 사려고 생각하는 지인의 물음이다. 법정관리 중인 팬택이 혹시 망해서 AS(사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에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팬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줄었다. 기자 역시 팬택에 잘 가지 않았고 적어도 1주일에 한번식 하던 홍보팀과의 통화도 줄었다. 팬택에 대한 무관심은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관심을 보인 기업들도 팬택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21일 오후 3시에 마감한 팬택 매각은 유찰됐다. 매각 주간사와 법원은 24일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가격 등 인수조건을 보다 완화해 재입찰에 나선다. 법정관리를 결정한 만큼 회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것이 법원의 생각이다. 매각 주간사는 내년 상반기에는 매수자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팬택을 살만한 곳이 있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여전히 팬택은 매력적이다. R&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전체 인구가 이틀에 한 번꼴로 지역 내 처음 들어선 대형마트를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세종점을 문 연 이후 20일까지 8일간 16만7600명이 이곳을 찾았다. 고객수는 10월 말 현재 행복도시 인구 4만4808명이 3.7회 방문한 꼴로, 거주민 전체가 이틀에 한 번 정도 홈플러스를 다녀간 셈이다. 이는 실제 물건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으로, 기타 방문 인원은 제외했다. 특히 실제 구매 인구를 주부 등 성인으로 압축하면 1인당 구매 횟수가 훨씬 높아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행복도시 거주민들이 대형마트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보여주는 통계"라며 "인구 대비 고객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개점 초기 성공을 거두면서 다음달 16일 개점 예정인 이마트에도 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홈플러스와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 가격 할인품목과 할인폭이 커질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솔
"무슨 돈으로 신혼부부에 집 한 채씩 주자는 얘기인가? 돈도 없을 뿐더러 저소득층과 소외층 차별 논란만 심화될 수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신혼부부 집 한 채'에 대한 한 고위 공무원의 반응이다. 이 공무원 말대로 정부는 돈이 별로 없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행복주택 공급도 예상 외로 비용이 많이 드는 판에 '신혼부부 전용 공공임대'는 '사치'에 가깝다는 반응도 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논란이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여당이 '신혼부부에게 집을 공짜로 주자는 말이냐'며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은 공짜가 아닌 '임대'라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기본 취지였던 출산 장려는 관심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신혼부부의 주거비용을 줄여주면 출산·육아비용이 그만큼 절감된다는 게 이 집의 원래 목적이다. 물론 주거비용 절감이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나 통계는 없다. 어떤 면에선 난임과 불임에 시달리는 신혼부부 앞에서 주거비용 절감은 둘째 문제다. 사실 '신혼부부 집 한 채'라는 아이
"이러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중소기업 홈쇼핑을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최근 만난 중기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 설립 예정인 중소기업 공영 TV홈쇼핑(제7홈쇼핑)과 관련해 불만을 쏟아냈다. 이달 말 정부의 홈쇼핑 승인신청 공고를 앞두고 지난 정권에 이어 주주 구성을 놓고 신경전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물론 산하 공공기관, 협·단체, 기업 등이 주주로 참여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7일 정부의 공청회에서 시작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자리에서 제7홈쇼핑 신설 방안에 대해 1개 컨소시엄 형태의 비영리법인(재단법인) 또는 공공기관만 참여하는 영리법인 형태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인성격을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공공기관과 공익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 각종 협·단체, 기업 등이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관련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
168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일으킨 선원 15명의 죄값을 모두 더한 숫자다.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그날의 비극은 이준석 선장(69)이 선원들 중 가장 높은 형량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재판이 진행된 155일 간의 여정에서 드러난 건, 무리한 선박 개조와 화물과적으로 복원성이 약화된 세월호의 상태를 눈감아 준 청해진해운의 안일함과 선원들의 무책임함이었다. 어떻게든 경비를 줄이려는 조직적인 부조리와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이 수백명을 사지로 내몬 것이다. 청해진해운의 구조적인 비리와 더불어 선박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지 않은 안전점검기관들의 안일함도 사고의 한 축이었다. 이는 재판부가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선원들에게 돌리지 못한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선원들에게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최고 형을 선고했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선고가 끝난 후 방청석에 있던 몇몇 유족들은 "우리 애가 죽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판결에 불만을 품기도
최근 글로벌 IB(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투자시장의 '슈퍼갑'인 국민연금의 대체투자팀이 회사를 방문한 것. 국민연금의 전격적인 방문은 KT렌탈의 매각 일정과 유력 인수 후보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CS는 KT렌탈의 매각 자문사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직접 CS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한참 화제가 됐다. 국민연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찾아오는 투자자들만으로도 투자 정보가 넘쳤다. 투자정보를 위해 직접 움직일 일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 커피숍에서 4000원짜리 커피를 시키는 사람 중 절반은 4000억원 이상을 굴리는 글로벌 IB 전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달라진 투자환경에 '엉덩이 무거운 코끼리'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저금리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벌써 몇년째 4~5%대를 맴돌고 있다. 한푼이라도 더 우량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압박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죠. 생계가 힘들어 밖으로 뛰쳐나온건데, 왜 그렇게 싸늘하게 바라보는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매물 몇 개 보여주고 계약서 작성하는데 건당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씩 챙겨가는 건 좀 과하죠." 지난 7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부동산중개보수 개악반대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한 개업공인중개사와 현장을 지나던 시민의 각기 다른 반응이다. 정부가 매매 6억~9억원, 임대차 3억~6억원의 부동산 중개보수(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개보수 감소로 인한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현재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약 20%가 폐업했고 주택 거래량도 지난 1년간 43.7% 정도 감소함에 따라 생존권 위협에 시달린다고 주장한다. 이달 말부터는 동맹휴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15년 전 개정된 중개보수요율체계에 정부가 메스를 댐으로써 공인중개사들의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작년엔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더니 올해도 출제 오류라뇨. 정말 이 정도 무능이면 평가원도 해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평소 기자와 가깝게 지내온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올해도 반복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능 문항 출제오류를 두고 '기가 막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60만명이 넘는 학생이 일제히 치르는 수능에서 '%(퍼센트)'와 '%p(퍼센트포인트)'라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혼동된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의 이의신청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문항을 비롯해 출제오류를 제기한 민원이 17일 오후 2시 현재 무려 1000건이 넘어선다. 이 같은 건수는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 사태'로 추락한 평가원의 위상이나 공신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채점은 수능 정답이 오는 24일 최종 확정된 이후 들어가기 때문에 점수 재산정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올해 이의 신청은 "검토 과정을 강화하고
"올해 스타트업을 다니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개발자가 많이 늘었습니다. 저희 회사도 개발자보다는 오프라인 마케팅·영업 경험이 있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만난 유력 스타트업 IT업체, A대표의 걱정이다. A대표는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대규모 인력 채용 보다는 소수 단위의 회사가 많아져, 일자리 창출의 첨병이었던 IT산업의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까 걱정 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한 게임사의 관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IT업계에 변화가 계속되면서 자존심 셌던 개발자들이 많이 겸손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업계가 불황이라는 뜻이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지난해 말 "2014년은 도태되는 스타트업과 살아남는 스타트업이 갈리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얼마 전 최 교수는 "이제는 모바일만 바라보고 나아갈 시대가 지났다"며 "IT관련 모든 기업들이 새로운 마케팅, 새로운 아이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 2~3년 동안 불붙었던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