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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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이 일을 수행하던 작업자들은 근골격계에 통증을 호소하곤 했습니다. " 최근 찾은 HD현대일렉트릭 청주배전캠퍼스에서 만난 한 작업자의 말이다. 그가 가리킨 것은 차단기 부품 중 하나인 진공인터럽터(VI)의 진공 상태를 점검하는 로봇이었다. 일정한 압력을 반복적으로 가해야 하는 작업 특성상 사람 손으로 장시간 일을 할 경우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컸다고 한다. 지금은 해당 작업을 로봇이 하고 있다. 어떤 산업 현장의 위험은 '무리'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수천 ㎏의 철판이 오가고 용접 불꽃이 튀는 조선소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고위험 작업 현장도 용접 로봇이 도입하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HD현대삼호에서 용접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류상훈 상무가 기자와 만나 로봇 개발 배경을 설명하며 "그 어려운 데를 사람이 올라가게 해야겠느냐"고 반문한 것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층 빌딩 높이의 선체 외벽에서, 그마저도 바다 위에 매달려 진행해야 하는 용접 작업을 더 이상 사람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도심의 한 호텔을 찾았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수영장과 공원,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조식 서비스까지 모든 편의가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됐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호텔 시설은 화려했다. 비용은 적지 않았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비일상적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다. 이 같은 호텔적 요소가 주택시장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호텔급' 커뮤니티와 서비스가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휴양지 리조트를 연상시키는 외관과 거대한 문주, 스카이라운지, 실내 수영장, 스파, 컨시어지, 발렛파킹 조식 제공, 세탁·청소 대행 등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과 서비스를 앞세워 조합원들의 표심을 녹이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호텔식 설계와 운영 구조는 높은 공사비와 유지비를 전제로 한다. 이는 결국 원주민과 조합원, 일반 수분양자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프리미엄'을 내세워 합의됐던 설계가 공사비 상승 국면에서 분담금 부담으로 되돌아오며 조합 내부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적 사회주의자(DSA)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은 동아프리카 우간다 태생이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가 이끄는 DSA는 민주당에서 급진 좌파 취급을 받는 비주류다. 그런 그가 '백악관 입성'을 입에 올렸다. 맘다니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DSA는 지난주 뉴욕 민주당 하원의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맘다니가 지지한 후보 셋이 기성 후보들을 누르고 승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DSA는 기존 민주당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보다 부자 증세·의료보험 확대·최저임금 인상 등 현실 정책을 중시한다. DSA의 약진은 먹고 사는 문제를 등한시한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는 오랜 교훈을 되새겨준다. 반대편 공화당도 요동친다. 얼마전 트럼프 지지 세력 '마가'(MAGA)의 구심점이었던 터커 칼슨이 공화당 이탈을 선언했다. 칼슨은 "미국보다 외국 이익을 우선하는 정당에 투표할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 편을 들며 일으킨 이란 전쟁 때문에 미국 국민들은 고유가·고물가 직격탄을 맞았다.
"진단명을 알면 그때부터 더 고역이죠. 치료비가 천문학적이니까…. " 저인산효소증은 국내 환자 수 10명 내외로 추산되는 극희귀질환이다. 별다른 외상 없이 뼈가 자꾸 부러지거나 갑자기 치아가 빠지는 것 정도가 주된 증상으로, 정확한 진단까지 수십년이 걸려 '진단 방랑'이라는 말이 붙는다. 신약의 건강보험(건보) 급여화가 이뤄졌지만 소아기 발병 환자 대상인데다 기준이 까다로워 지원이 제한적이다. 취재 중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가 내는 치료비가 주당 1000만원이 넘는다"며 "비교적 형편이 넉넉한 환자도 치료 시작 후 비용 문제로 치료 횟수를 줄이겠다고 한다. 어렵게 진단명을 알게 돼도 그 이후가 더 고역"이라고 말했다. 치료가 어려운 병을 앓는 이들에게는 약이 있는 게 외려 희망고문일 만큼 지원이 미진하다. 비급여 약제는 비용 부담이 크고, 보험이 적용돼도 급여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한 희귀질환자는 기자에게 "가족 회사 의료복지 혜택으로 치료비를 지원받았는데 얼마 전 연간 한도액이 소진됐다"며 "남은 올해는 어떻게 치료를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보안 담당자에게 가장 쉬운 답은 "안 됩니다"일지 모른다. 외부 사이트 접속도 안 되고, 클라우드도 안 되고, 생성형 AI(인공지능)도 안 된다고 하면 당장은 위험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막으면 새어나갈 일도 없고, 연결하지 않으면 뚫릴 일도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기업·공공기관의 업무방식은 이미 바뀌었다. 직원들은 보고서 초안을 쓰고 코드를 짜고 자료를 요약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쓴다. 기관과 기업도 AI와 클라우드를 활용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막는다고 안 쓸까. 개인 계정을 쓰거나 통제되지 않는 외부 서비스에 내부 자료를 올리는 식의 '더 위험한'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 '허용'보다 '음성화'가 보안 측면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 회사가 공식 계정·관리체계를 제공하지 않으면 직원은 각자 편한 도구를 찾는다. 이때 어떤 자료를 입력했는지, 어떤 답을 받았는지,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영업기밀이 오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금지는 표면적 통제를 만들지만 실제 위험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다.
"매일 싸우지만 '리더십'에 대한 중지는 모으지 못한다. " 6·3 지방선거 후 국민의힘에 대한 정치권 관계자의 평이다. 장동혁 대표 등 당권파는 선거 선방론을 바탕으로 당권 사수에 나섰다. '대통령 탄핵' 약 1년 뒤 치른 2018년 지선과 비교하면 이번에 전체 당선인이 500명 이상 많으니 당 대표에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비당권파는 지도부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패배했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한다. 후보가 지도부를 피해 다니는 상황을 바꾸지 않고서는 총선과 대선을 치러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비당권파 내에서도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두고 또한번 의견이 갈린다. 친한계나 이른바 쇄신파에서는 한 의원의 복당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중진 위주의 구주류는 한 의원의 복귀에 찬성하지 않는다. 친한계 중심의 시스템, 인적 재편에 대한 경계심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세갈래로 쪼개지면서 쇄신은 더 늦어지는 모양새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합니다.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나오게 된 것을 반성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환율 대책의 일환으로 서학개미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고 시인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자기반성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규모는 상장 이후 한 달 만에 14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92%로 압도적이다. 거래대금은 약 140조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23%를 차지한다. 이에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은 강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반도체 소부장 ETF, 반도체 레버리지 ETF, 타업종 ETF 등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코스피200변동성지수) 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평균 80.
안동 하회마을의 정취에 취해 골목길을 걷다 보면 뜻밖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고택 사진을 찍다가 '사생활 침해'라는 성난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무심코 발길을 옮겼다 개인 사유지라며 제지당하기도 한다.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관광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개인 사유지다. 문화재의 공공성과 주민의 사적 권리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다. 서울 강동구의 A아파트 단지를 보면 문득 하회마을이 떠올랐다. 이 아파트는 최근 단지 입구마다 '입주민 전용공간'이라는 안내판을 배치했다. 공공보행통로에서 단지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출입문도 설치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역과 인근 거주지를 잇는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공보행통로 이용자가 늘면서 소음과 쓰레기가 발생하고 단지 내 시설을 무단으로 드나드는 외부인도 증가했다. 이에 입주민 사이에선 "과태료를 내더라도 공공보행통로를 막아버리자"란 말이 나왔다. 지역 주민들은 "인허가 혜택만 받고 입주가 끝나자 약속을 뒤집는 셈"이라고 비판하지만 입주민들이 말하는 '안전한 주거권'도 이기적 생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솔직히 누구 하나 떨어져 나가길 바라고 있는 곳도 꽤 있을 거예요. " 요즘 항공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종종 비슷한 소리의 하소연을 듣는다. 고유가에 고환율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항공업계의 상황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지난해에도 '치킨게임'이다 뭐다 하며 항공업계에 안 좋은 소리만 가득했는데 올해는 중동 전쟁까지 터지며 첩첩산중이 됐다. 사실상 전쟁이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에서는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경쟁사의 이탈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마저 드러난다. 비상경영 상황에서도 버틸 체력을 갖춘 대한항공과 달리 자금력도 후방 지원도 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말 그대로 가뭄에 목이 타는 처지다. 문제는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운임을 마음껏 올릴 수도 없다는 점이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곧바로 다른 항공사나 다른 여행지를 찾는다. 항공사 입장에서 유류비 부담이 커졌는데도 특가 항공권을 접기 어려운 이유다. 팔면 팔수록 남는 게 적지만 안 팔면 좌석이 빈다. 특히 중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린 항공사들의 고민은 더 깊다.
23일(현지시간)은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 '브렉시트'를 선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16년 영국 유권자들은 "주권을 되찾자"며 찬성 51. 9%, 반대 48. 1%로 EU로부터의 독립을 선택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영국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주권 회복' 목소리가 울려 퍼졌던 광장의 열기가 식은 자리에 물가상승·무역위축 등 성장 둔화와 분열이라는 상처가 남았다. 브렉시트는 '주권 회복'을 내세운 결과지만 지난 10년간 그보다는 경제·통상·노동·정치를 동시에 흔든 사건으로 평가되면서 영국 내부에선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1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브렉시트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봤고, 65%는 EU와 더 가까운 관계를 원한다고 답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브레그릿(Bregret)' 현상이 이제 영국 사회의 주요 정서로 자리 잡았다"라고 전했다. EU 재가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다양한 실험과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제도는 여전히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최근 만난 한 사회적기업 대표는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연대경제 현장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다. 지역에서 돌봄과 주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법안의 내용보다도 "언제 통과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올 정도다. 이 법안은 2014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이후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매번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상황이 달라지는 듯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번번이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내용보다 정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법사위 표결 처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본회의에 상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결국 당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 오는 8월 신임 당대표 선출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1인1표제' 정책을 둘러싼 당내 논쟁을 두고 한 말이다. 당을 걱정하는 의견조차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치부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이번 전당대회 구도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대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결로 굳어지는 상황에서다. 1인1표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등가성을 회복해 당원 주권을 강화한다. 의원들 의사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대의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당심에 더 다가갈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중앙위원회에서 찬성 60. 58%·반대 39. 42%로 대의원의 표 가치가 권리당원보다 최대 20배 높았던 규정을 삭제했다. 새 제도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전국정당화를 추진 중이지만 1인1표제는 일부 의견이 인구수 대비 과다 대표될 가능성을 내재한다. 2023년 민주당 혁신안에 따르면 호남(광주·전남·전북) 권리당원은 전체 33. 3%인 반면 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는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