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50 건
"성매매 요구를 한 건가. 그것만 답하면 된다. "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30년 전 사건을 두고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답하고 묻는 국회의원과 취재진 입에서 '성매매'라는 단어가 여과없이 오르내린다. 공방은 국민의힘의 의혹 추가로 확산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과거 폭행 논란에 유흥업소 여종업원과의 외박 요구 의혹이 더해졌다. 야권의 공세는 하루 만에 폭로전 양상으로 번졌다. 피해자 육성 증언까지 공개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상호와 사진까지 등장했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인지, 30년 전 사건의 재심인지 유권자들은 헷갈려 한다.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범여권 후보들 사이에서 진흙탕 싸움이 오간다.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김용남 민주당 후보의 과거 세월호·이태원 참사 발언 등을 문제 삼자 김 후보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선 하정우 민주당 후보의 이른바 '손털기'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낙상 카메라 기자 외면 의혹이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공격 대상이 됐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급등은 물가 압력을 높였고, 2. 5%라는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 7%로 주요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업들의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을 언급한 배경에도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결코 장밋빛으로만 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인 'K자형 양극화' 때문이다. 반도체 등 IT 산업과 비IT 산업 간의 극심한 온도 차는 성장의 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만난 앨버트 박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반도체 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하방 압력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비IT 부문과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이 실물 경제에 전이되는 '2차 파급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돈 번다고 욕 먹던 때가 오히려 나을 정도였죠. "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만난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횡재세' 논란이 불거졌다.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만큼 사회적 부담도 져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정유업계는 곧바로 대규모 적자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앞서 털어놓은 업계의 푸념은 이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월28일 발생한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 4사(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는 올해 1분기 합산 기준으로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놨지만 막상 웃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실적의 상당 부분이 '재고평가이익'이라서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만 봐도 1조2310억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인 6434억원이 재고 관련 이익이었다.
"한 달 사이에 매물 1만개가 증발했네요. 지금 올라와 있는 매물이 사라지면 더 줄어들 것 같아요. "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인의 말이다. 체감 시장을 반영하듯 매물 감소에 대한 불안이 드러난다.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실제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해 시장 유동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강하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부활을 예고하고 4월까지 강남권과 한강벨트에서는 급매 성향이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매물 출회가 멈추고 보유가 강화되며 거래가 위축되는 것이다. 사실상 '잠김'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전세시장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매도 대신 임대 유지가 늘고 기존 세입자와의 재계약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며 전세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요즘 지게차 운전기능사 시험을 알아보고 있어요. 결국 몸으로 일하는 직업이 살아남을 것 같아서요. " 국내 굴지의 IT(정보기술) 대기업 직원의 입에서 나온 한숨 섞인 말이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직군으로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꼽히는 시대다. 어떤 직원은 모임횟수를 늘렸다고 한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관계쌓기'가 더 중요해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기자도 이 불안에서 예외는 아니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가 '고용불안'이다. 기술기업들의 해고현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 fyi'에 따르면 지난해 12만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해고된 인력은 10만1550명에 달한다. 고학력과 고임금 근로자가 AI 대체직군에 그만큼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지식과 학벌로 쌓아올린 중산층 신화가 균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AI 전환(AX)을 서두른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기술)기업 20여곳을 조사한 결과 선언이나 구호가 아닌 실제 성과의 수치로 변화가 나타났다.
"여긴 난장판이군요. "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 언론 브리핑 주인공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었다. 마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적질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더니 쿠바 문제, 교황 레오14세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처럼 굵직한 이슈를 다뤘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은 루비오 장관의 '데뷔'를 보러온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특히 위트 섞인 문답이 돋보였다. 앞다퉈 질문 공세가 쏟아지자 루비오 장관은 "난장판"으로 응수했는데 취재진은 "웰컴 투 화이트하우스"라고 맞받았다. '화이트하우스(백악관)는 원래 그렇다'는 뼈있는 대화였지만 날카롭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리한 질문에 정색, 비난으로 응수하기 일쑤였는데 루비오 장관은 달랐다. 루비오 장관은 유력한 공화당 대선 주자다. 언론에 나서길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 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차기 대선은 JD 밴스 부통령에게 양보하겠다던 그가 이날 브리핑에 나온 것을 두고 더힐은 "대선 경선에 나온 듯하다"며 "정치적 함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비 지원을 받는 '지역형 의사'가 내년부터 본격 양성된다. 지방으로 유입되지 않는 의료인력을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해 키운 뒤, 응급실 뺑뺑이(수용 불능) 등 반복되는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의사전형 신입생은 면허 취득 후 선발 당시 공고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 기간을 채워야 한다. 서울을 제외한 의대 32곳은 2027년 490명, 2028~2031년 연간 613명의 지역의사를 양성하게 된다. 문제는 교육이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2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대규모 증원이 이뤄진 의대 30곳 중 60%(18곳)가 전임교원 확보 미달 상태였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 교원 채용률은 국립대 38%, 사립대 34%에 그치며 지방으로 갈수록 부실한 교육 시스템이 재확인됐다. 정원이 늘어난 의대의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 1구당 평균 실습생 수는 증원 이전 7. 79명에서 이후 8. 12명으로 늘었다. 일부 대학은 2030년 내 보유한 카데바가 소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부 노동조합을 향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하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해온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낸 것은 일부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사회적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45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성과급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구성원과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하다. 한 해 실적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투자와 재무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더 많은 배분만 요구한다면 기업의 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은 노동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시장 수요, 글로벌 경쟁 환경, 협력사 공급망, 연구개발 성과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현대차도 올해 1분기 매출(45조9389억원)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뒷북 평가'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기 하루 전까지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인 BBB+ 등급으로 유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평사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 신평사들의 늑장대응을 문제삼는 것은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가 터지기 전 이미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벨기에 자산 담보대출 약정상 캐시트랩(현금유보) 사유 발생 가능성을 밝혔다. 캐시트랩이란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기준치 이하로 하락하면 임대수입 등을 배당하지 않고 대출 상황에 우선 사용하도록 묶어두는 조치다. 결국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16일 캐시트랩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주가뿐 아니라 채권 가격도 하락했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AAA~BBB-등급)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회생신청 당일인 지난달 27일에서야 무보증사채 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한 후 다시 'C'로 낮췄다.
"몇 곳을 지키더라도 지금 노선대로 가면 끝이죠. "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자리를 어느 정도 지켜낼 경우, 지도부를 중심으로 현재 노선이 옳았다며 쇄신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남에서 보수가 결집하고, 서울의 경제 선거 프레임이 작동하면 야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더라도, 당 개혁의 기준이 '몇 곳을 지켰느냐'에 연동돼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유권자에게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보수 정당이 스스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고 자부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이 두 가치를 모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절윤하고 새 길을 걷는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보완수사' 대책 없이 수사기관 개편을 밀어붙이고 '공소 취소' 모임까지 띄워도 야당의 비판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윤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체제에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는 생각에 많은 유권자가 귀를 닫고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중도'와 '실용'을 내세운다.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의 언어는 세계 질서를 지탱하는 신뢰 자본이다. 여러 동맹들과 결속력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대통령 자신과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들은 권위보다는 당혹감을, 신뢰보다는 피로감을 안긴 게 사실이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 잦은 정책 번복은 대통령 소통 방식의 차원을 넘어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는 리스크 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신뢰는 2기 취임 직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가안보, 펜타닐 문제 등을 이유로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가 이를 다시 유예하며 시장에 혼란을 줬다. 콜롬비아에는 불법 이민자 송환 비협조를 이유로 하루 새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다가 당일에 이를 보류한다고 밝히는 변덕을 보였다. 미국 무역적자를 이유로 세계 각국에 적용한 상호관세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의 변덕은 안보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평화주의자'로 자처했던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관련 종전 협상을 주재하며 합의 가능성을 키우다가도 협상 당사국을 번갈아 가며 비판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퇴근 후 매일 1시간가량 온라인 '바이브코딩'(AI를 활용해 자연어로 코딩하는 것) 수업을 듣는 직장인 A씨는 "AI(인공지능)를 배울수록 오히려 불안감만 커진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AI를 활용해 부수입을 올렸다는 성공사례가 넘쳐나는데 자신은 수업을 따라가기 바쁠 뿐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해서란다. AI 자체보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경쟁자에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자기계발을 멈춰선 안된다는 강박감이 든다는 설명이다. AI가 일상을 파고들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넘어 '포보'(FOBO·Fear of Becoming Obsolete)를 호소하는 이가 급증한다. 새로운 트렌드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칫 나만 도태될 수 있다는 생존의 위협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공포는 기업들이 AX(AI 전환)를 핵심성과지표로 설정하면서 더욱 심화한다. AX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떠오르자 직무가 아닌 개별 팀과 개인에게 AX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성과평가로 직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