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머니투데이가 의견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총 312 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7일(현지시간)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을 미국 수출업체가 직면한 '10대 터무니없는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다. USTR은 "한국만 예외적으로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를 호도한 것이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미국 기업에 망 사용료가 부과된 적도 없다. 청와대는 공식입장을 내고 "USTR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통과된 법안도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이 팩트시트를 통해 합의한 '디지털 비차별 원칙'은 변함없이 이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국가의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불필요한 통상 마찰의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미국의 압박 이면에는 자국 빅테크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내 트래픽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 등 미국 빅테크 3사는 망 중립성을 핑계로 비용을 회피하고 있다. 반면 트래픽 비중이 8%대에 불과한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매년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대만 법원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에서 첨단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밀을 빼돌린 전 TSMC 직원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기술 유출에 대해 대만 개정 국가안전법 경제간첩죄를 적용한 첫 판결이다. TSMC 출신 엔지니어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으로 이직한 후, 납품을 노리고 TSMC 엔지니어로부터 2나노 공정 도면을 빼낸 혐의다. 2022년 대만은 국가안전법 개정안에 '국가핵심관건기술 경제간첩죄'를 신설하며 첨단산업 보호를 강화했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국가핵심관건기술을 유출할 경우 5~12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최대 1억대만달러(약 47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다. 대만이 기술 유출에 철퇴로 엄벌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솜방망이다. 지난 주 서울고법은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중국 D램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삼성전자 전 부장 김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 4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사안의 중대성은 한국의 기술 유출이 대만보다 훨씬 크다.
혼다코리아가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주 자동차 판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한국에 진출해 한 때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던 브랜드지만 작년 고작 1951대를 판매해 16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혼다도 전기차 전환 전략 실패로 최근 대규모 손실을 내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혼다는 '기술의 혼다'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며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위상을 떨쳤다. 2017년 단일 브랜드로 글로벌 판매 순위 5위권에 들었고 2018년에는 역대 최대 판매를 달성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심화하면서 최근 수년 동안 판매량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기차 라인업 경쟁력을 앞세워 북미와 인도 시장 등지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와 대조되는 흐름이다. 혼다는 내연기관 명성에 매몰돼 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흡수하지 못했다. 테슬라, 현대차 등에 비춰 전동화 속도가 늦었다. 중국 업체들에게는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뒤졌다. 혼다가 2000년 내놓은 세계 최초의 이족 보행 로봇 아시모는 하드웨어에만 치중한 나머지 AI 학습으로 무장한 로봇들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사상 초유의 메모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은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노트북은 물론 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수요 위축으로 연결돼서다. 1분기에만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50%, 90% 급등하면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최대 10% 이상 역성장할 전망이다. 부품원가에서 20%를 차지하던 메모리 비중이 40%까지 상승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수요 위축은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 감소로 이어져 삼성디스플레이까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세계 노트북·PC 시장도 메모리발 가격 인상으로 작년보다 5% 쪼그라들 전망이다. 스마트폰·가전·TV 등 완제품 사업을 맡은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DX부문은 비용 30% 감축 추진과 더불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종전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면서 에너지 외에도 농축산물 수급과 식량 수송 등 국내 식량 안보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질소 비료는 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생산되는데, 3월 한 달간 LNG 운반선의 통행은 거의 중단됐다. 3월 천연가스 가격은 전월보다 60% 이상 올랐고 비료의 또다른 원료인 요소 가격도 한달 사이 38% 이상 뛰어올랐다. 옥수수, 대두 등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주요 교역 품목인 밀, 대두, 옥수수 가격도 각각 4. 3%, 8. 3%, 3. 4% 상승했다.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 4% 오른데다 2분기에는 6. 4% 상승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는 곡물 자급률이 21. 6%에 불과한데다 배합사료의 핵심인 옥수수와 대두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과 축산물 가격 상승 여파로 밥상물가, 외식물가는 이미 치솟아 국민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주 서울고법이 '삼성그룹 급식 과징금' 사건에서 삼성 계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2349억여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도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취소 판결이 내려진 과징금은 국내 대기업집단 부당지원 사건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부과 때부터 '삼성'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과하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그룹에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형사재판을 받는 이들의 고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판결 말고도 공정위가 무리한 법적용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는 많다. 작년 법원은 △네이버 쇼핑 검색 알고리즘 조작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카카오 멜론 구독취소 방해 건 등에서 공정위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기업이 법원에서 승소했다고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는 지금 극심한 지정학적 변동과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중 경쟁, 에너지 안보, 첨단기술이 뒤엉키는 새 패권 질서를 놓고 이를 돌파할 한국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서울에서 마련됐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이다. 미국 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가 동맹을 배제하는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나일 가디너 헤리티지재단 센터장은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하되, 필요시 군사력도 사용할 준비가 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이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무기는 '제조업 역량의 진화'다. 다행히 미국은 반도체, 자동차 등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춘 한국을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파트너 지위에 만족해선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한국 제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열쇠는 공장 설비와 로봇 등 하드웨어에 고도의 지능을 부여하는 '피지컬 AI'다. 기조연설자인 제이 리 메릴랜드대 석좌교수는 "한국이 미래의 피지컬 AI 리더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산업용 피지컬 AI가 한국의 새로운 생존 무기임을 역설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 7% 성장했다.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 0. 9%를 크게 웃돈다. 이대로라면 연간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 2. 0%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일등공신은 단연 슈퍼사이클에 올라 탄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실적이 코스피 6000 돌파를 넘어 경제성장률까지 견인한 것이다. 1분기 성장률에서 순수출의 기여도는 1. 1%포인트에 달했다.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695억달러로 전체 수출액 1995억달러의 35%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작년 같은 기간 20%에서 15%포인트 상승해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걷어내면 경제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다. CEO스코어가 내놓은 500대기업 실적 분석에 따르면 작년 영업이익은 양사가 61. 6% 증가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은 7.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755%, 405% 증가했지만 다른 상당수 기업들은 중동전쟁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잠정안에서 2040년 연중 최대 전력수요를 138. 2GW(연간소비 694. 1TWh)로 전망했다. 현재(약 100GW 수준)보다 최대 1. 4배 늘어난 규모다. 2년 전 11차 계획의 2038년 전망치보다 10% 이상 상향된 수치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산업 등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 맞물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최소 2배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4~5배라는 전망도 나온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경우 약 15GW(대형 원전 10기)의 전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과 산업·수송·건물 부문의 전기화도 한몫한다.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논의의 핵심은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구축이다. AI와 반도체 산업에는 24시간 끊김 없는 고품질 전력이 필수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재생에너지에 더해 원전을 포함한 기저발전을 중심에 두고 균형 잡힌 조합이 절실하다.
20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슈퍼 사이클로 중형 조선사들이 부활의 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이 발목을 잡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3사에 대한 RG 한도는 560억달러에 달했지만, 중형 3사(HJ중공업·케이조선·대한조선)는 21억달러에 그쳤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계약대로 인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보증하는 제도로 수주에 필수적이다. RG 발급을 담당하는 국책은행과 금융사들은 리스크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10여년 전 시작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STX조선, 성동조선, 대선조선이 퇴출위기에 몰렸고 수출입은행은 수조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중형 조선사들은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조선사는 과거와 다른 구조인데, 금융권은 여전히 옛날 기준으로 본다 △금융기관이 RG 확대에 보수적이면 중소형 선종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논리다. RG 문제 해결 없이는 중형 조선사의 부활도 언감생심이다.
특별하지 않은 특구가 쏟아진다. 1970년대 자유무역(수출자유)지구부터 최근의 메가특구까지 50년 가까이 누적되다보니 전국의 특구수는 2437개까지 불어났다. 17개 광역자치단체(시. 도)와 229개 기초자치단체를 따져보면 시도별로는 143개, 기초단체별로는 10. 6개씩 있는 셈이다. 특구별로 산업개발, 외자유치 등을 목적으로 예외적인 혜택을 준다고 했지만 차별화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이재명정부가 최고수준의 규제특례 등을 내세우며 메가특구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특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이 없으면 또 다른 중복 특구만 양산할 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안산·김해·창원·진주·포항·청주·구미·군산·나주·울주·홍릉(서울)·천안·아산·인천·춘천 등 전국에 걸쳐 14개 강소연구개발특구를 지정했다. 하지만 주변 대학과 병원, 연구소 등이 결합된 홍릉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못하는 것도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학교, 연구시설, 기업 등 배후 기반시설과의 협력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수인 이유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했다. 중동발 공급 충격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와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다. 물가 안정과 성장 지원이라는 상충하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제를 마주했다. 신 총재는 취임사에서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을 천명했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이분법을 넘어 경제와 금융 여건을 살피겠다는 맥락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본령은 물가 안정이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선제적이고 단호한 대처를 주저해선 안 된다.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은 물가에 상방 압력을 더하는 변수다. 신 총재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한 만큼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 등 원화 국제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왜곡을 줄여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임계치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건전성 수단을 일관되게 활용해 부채 증가 속도를 성장률 범위 안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