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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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첫 출근길에서 1500원대의 원/달러 환율에 대해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유동성 지표들은 상당히 양호하다"며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고환율을 체감하는 경제 주체들의 시선과는 간극이 적지 않다.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꾸준히 달러를 들여오고 있어 달러가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CDS 프리미엄도 30bp 안팎에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 '달러 경색' 징후는 찾기 어렵다. WGBI 편입으로 추가로 들어올 달러까지 감안하면 금융 시스템 불안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환율 급등에 따른 위기감을 공포로만 치부할 수 없다. 한국은 원유와 식량을 해외 수입에 기대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고환율은 기업의 에너지 비용과 국민의 밥상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마진 축소와 그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둔화 등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환율 고유가 상황에서 대규모 '돈뿌리기'가 이뤄진다.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전쟁추경' 얘기다. 정부는 고유가·고물가로 서민층이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며 국민 70%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4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이제 현금성 지원은 선거에 부수되는 이벤트로 간주해도 될 듯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된 것이 시작이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 손실을 이유로 지원금이 풀렸다. 더불어민주당은 2024년 총선 때와 지난해 대선 때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에도 '전쟁'은 돈뿌리기를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것은 받은 돈으로 저축을 하지 말고 소비를 하라는 의미다. 소비가 늘어나면 물가와 환율이 상승한다는 건 상식이다. 이미 유가 쇼크가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7년 만에 1530원선을 넘어섰다. 고유가·고물가 피해를 지원하겠다면서 물가와 환율을 높이는 정책을 쓰겠다는 발상은 모순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도려내는 '적극 감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삭감' 목표를 제시하고, 기초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까지 개편 대상으로 올렸다. 이는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한계에 가까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초연금 개편은 가장 절실한 과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약 600만 명에게 연간 30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현행 복지사업 중 최대다. 현 체제라면 2050년 재정소요는 연간 66조원을 넘어선다. 지금 손대지 않으면 더 급격한 급여 삭감이나 증세로 이어져 취약계층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노인빈곤율이 약 40%로 OECD 최고 수준이므로 단순 삭감보다 국민연금 미가입자와 취약계층에 급여를 집중하는 정교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내국세의 20. 79%를 초중고 교육에 자동 배분하는 구조여서 학령인구가 줄어도 세수가 늘면 교부금이 불어난다.
K콘텐츠 열풍을 타고 한류 소비가 확산되면서 해외에서 K브랜드 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에서 K브랜드를 무단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표가 1만1586건에 달했다. 또 K브랜드 베끼기가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로 확대되면서 K브랜드 복제벨트가 형성되는 점이 우려된다. 최근 5년간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 수가 중국에 이어 2·3위를 기록한 인도네시아(7719건), 베트남(4873건) 등 동남아는 중국계 자본이 K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공략하고 있다. 중국 생활용품 유통사 무무소(MUMUSO)는 동남아, 중동지역에서 간판에 'KR'과 '무궁생활'이란 한글표기를 병행하며 한국회사인 것처럼 '국적세탁'에 나섰다. 문제는 중국계 자본이 K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가짜 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하면 나중에 진출하는 진짜 K브랜드가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저가 중국산 제품으로 인한 K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우려된다. 업종별로는 K상품 수요가 커지는 분야일수록 모방도 증가해 해당 분야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4월 위기설'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원유와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친이란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홍해까지 막히면 병목은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민간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중순에 맞춰 비축유를 방출하고, 나프타 수출을 5개월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인 수급 관리에는 유효하지만, 공급 구조 자체의 제약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산업의 쌀'인 나프타는 원유로 만드는데, 한국은 원유와 나프타를 중동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다. 중동산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통상 3주 안팎이 걸리므로 당장 휴전이 돼도 수급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대체재로 거론되는 러시아산 나프타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품질과 금융 결제, 세컨더리 보이콧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다. 이미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장을 셧다운하거나 가동률을 낮춘 상태고 추가적인 감산 계획도 검토 중이다.
노동계가 AI(인공지능) 기술 도입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노동영향평가'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AI로봇과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서 한국노총 관계자는 AI 도입 이전 단계부터 '노사 공동 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 고용·전환배치, 인력이동시 노동조합과 사전에 협의하고 AI를 활용하는 사항을 노사 공동 위원회에서 검토하자고 했다. 지난 11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도 임금 단체교섭 요구안에 '노동영향평가'를 포함시켰다. 회사가 AI 기술을 도입하기에 앞서 조합원 고용과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노사 합동으로 평가해야 하고 고용보장, 교육훈련, 노동안전, 인권,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현장에 투입하려 하자 노조가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했는데, 앞으로는 모든 사업장에서 AI 도입에 노조 동의를 전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증시발 금융불안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AI(인공지능) 거품론에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2월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만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일시 정지)가 10번 발동됐을 정도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특히 신용융자를 이용한 투자(이른바 빚투)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나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은 1월말 기준으로 증권회사에 예치된 투자자예탁금·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대기성 자금 규모가 209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의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2월 이후로도 급등락이 지속됨에도 증시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한은은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 쏠림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경고한다. 증시 자금이 주로 단기시장성 차입에 의존하는 만큼 향후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지난해 4분기 말 개인의 미국주식 등 해외증권 보유 잔액은 총 2100억달러로 집계돼 2020년 초와 비교하면 6년여 간 7배로 뛰었다.
정부와 증권 당국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하고 상반기 세부 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알짜 사업부나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돼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분할 후 중복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으로 규율한다.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인수하거나 신설한 자회사도 상장을 금지하고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중복상장은 모기업의 가치를 희석시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안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재명 대통령도 중복상장에 대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물적분할을 통해 문어발식 상장을 지속하는 행태는 분명히 근절돼야 한다. 대주주는 지배구조에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소액주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다만 경영을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로 작동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로봇이 춤추고 물건을 옮기는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공장과 가정에서 감당 가능한 가격에 로봇을 자유롭게 들이는 것은 아직 먼 얘기다. 지난 24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피지컬AI시대 토론회에 참석한 산·학 인사들은 제품이 비싸고, 변변한 수요처도 없는 게 국내 로봇산업의 현실임을 토로했다. 수익성이 낮고 충분한 보상을 주지 못해 인력 양성도 안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난해 세계 로봇시장은 346억2800만달러(약 5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현대자동차의 연결 기준 매출액 186조원의 3분의1 미만이다. 이마저도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 점유율 상위 1% 안에 국내 기업은 단 하나도 없고, 전망도 밝지 않다는 국책연구원 관계자의 발언은 뼈아프다. 산업계에서는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로봇 활용을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다. 서류배달같은 분야부터 로봇을 투입하면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 공공기관장이 노조에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로 굳어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에서 잇따른 출근 저지와 그 이후의 '선물 보따리' 합의는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의 거래다. 노조가 내부·외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새 수장을 길들이며 전리품을 챙기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강승준 신보 이사장은 취임 전날 노조 요구 60개 중 34개를 수용했다. 워케이션·재택근무·업무량 총량제에 더해 전임 사장 때 무산된 무급휴직까지 한꺼번에 풀어줬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내부 출신임에도 20일 가까운 출근 저지를 당한 끝에 미지급 수당과 성과급, 주 4. 5일제 검토와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다. 김성식 예보 사장도 출근 저지 이후 노동자 경영 참여와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일부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27일간 출근 저지 끝에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고, 2022년 유재훈 전 예보 사장도 유사한 양보로 갈등을 봉합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차량5부제(요일제)가 공공부문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됐다. 미국이 생산적 대화를 이유로 이란 발전소 공습을 유보했지만 원유 수급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만의 일로 민간부문은 자율적 참여가 우선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의무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전국민의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승용차 5부제 시행 외에도 한시적 출퇴근 시간 조정, 대중교통 이용하기, 적정 실내온도 준수 등이 대표적인 행동 요령이다. 우리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그 99%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이란 전쟁의 위기가 고조돼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이번주 내 유화산업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할 예정이다. 에너지 수요 억제 정책 외에도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으로서 위기에 대한 선대응 시스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유가 폭등에 따른 경제 위기가 역대 정부가 방치해 온 구조적 문제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수 중심이던 중국 공장을 신흥국 대상 '글로벌 수출 허브'로 재정의한 데 이어 파격적 투자로 내수 반등을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수소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가속하고 있다. 2016년 180만 대에 달했던 중국 현지 판매량은 사드 사태와 현지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밀려 급감했다. 2025년 기준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량은 21만 1000대에 그쳤다. 이에 기아는 옌청 공장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했고, 현대차는 베이징·충칭 공장 폐쇄와 매각을 거친 뒤 베이징자동차와 11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향후 5년간 중국 전용 신차 20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미래 기술 협업도 보다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율주행 상업화에서 사실상 세계 선두에 올라섰다며, 제휴와 협력, 아웃소싱을 통해 현대차의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