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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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경제가 2. 5% 성장할 것으로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전망했다.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 6%포인트 상향했다. 반도체 경기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호조를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1분기 성장률은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를 달렸다. KDI에 앞서 한국금융연구원(2. 1→2. 8%)과 현대경제연구원(1. 9→2. 7%), 씨티(2. 2→2. 9%) 등 국내외 연구기관, 투자은행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높여 잡았다. 생산활동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이 홀로 경제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반도체 분야는 취업유발계수가 전체 산업 평균의 3분의 1에 머무는 등 직간접 고용 창출 여력이 크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자가 16개월 만에 최소폭 증가하는 등 '고용없는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청년 취업자가 19만5000명 감소한 것이 뼈아프다. 청년고용률은 2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업들이 AI(인공지능)를 도입하면서 신입 채용을 줄이기 시작한 게 청년 취업난을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13일 끝내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까지 무산되면서 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태는 이미 기업 내부 갈등의 수준을 넘어섰다. 반도체라는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을 뒤흔드는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관계장관 회의까지 열어 "어떤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파업이 국민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좌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등 강제적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납기를 지키지 못해 고객을 잃을 수 있다. 파업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인식은 곧 구조적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진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HBM 등 차세대 메모리 투자는 '속도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마이크론이나 중국 기업의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의 일부를 국민배당금으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를 12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호조 등으로 초과세수 규모가 최대 7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사용처를 언급한 것이다. 앞서 약 27조원의 예상 초과세수에 기초해 26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안에 따라 유가피해 지원금 지급 절차가 진행되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현금 형태의 지원안이 검토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 노력만의 결과가 아닌 만큼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쓰일 수 있는 분야로는 창업 활성화와 문화 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내 극심한 노사와 노노(반도체-비반도체) 갈등의 원인이 된 성과급 배분 문제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답을 고심한 흔적도 담겨있다. 하지만 3 ~ 4월 추경 편성안 논의 과정에서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또다시 거론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자국 우선주의와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 등 전 세계가 총성 없는 '보조금 전쟁'에 한창이다. 자국 산업을 육성·보호하고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보를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12일 국회 '한국판 IRA' 토론회에서는 세액공제에 치우친 국내 제도를 글로벌 흐름에 맞게 직접 현금을 주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로 태양광·배터리 등 전략 품목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에 비례해 지원한다. 일본도 '전략분야 국내생산 촉진세제'로 반도체·전기차·그린스틸 등에서 생산·판매량과 연동된 장기 인센티브를 설계했다. 반면 한국은 설비투자비에 대한 일회성 세액공제에 머물러 있다. 공장이 실제로 돌아가는 동안 운영비 부담을 덜어 주는 생산연동형 세제는 사실상 없다. 이로 인한 차이는 태양광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 IRA는 셀·모듈·웨이퍼·폴리실리콘 등 밸류체인 전 단계에 세액공제를 부여해 국내 생산을 유도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화재 원인이 비행체에 의한 피격으로 확인됐다. 자폭 드론을 이용한 '더블 탭(연속 타격)'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업의 자산이자 한국인 선원 6명이 탑승한 선박이 공격을 받은 것이다. 우리 민간 선박이 군사적 공격으로 파손된 것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유조선들이 전투기 미사일에 피격된 사건 이후 약 40여년 만이다. 정부는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규탄에 머물 게 아니라 국가 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사태를 규정하고 국민 안전과 주권 수호를 위한 단호한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공격을 자행한 장본인에 대해 정부는 "여러나라의 가능성을 파악 중"이라고 했지만 정황상 유력한 건 이란이다. 폭발 직후 이란 국영 매체는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비행체 잔해와 CCTV 분석을 통해 공격 주체가 명확해지면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된다. 이란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민간 선박 공격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확약을 요구하는 게 기본이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투자가 깜깜이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투자손익을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지만, 국민연금은 투자금액·펀드명만 공개하고 핵심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1610조원의 국민 노후 재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시장안정과 전략적 모호성을 정보 비공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감시의 사각지대가 늘어나면 오히려 정치적 의도 등 불필요한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 연금은 정보 공개에 철저하다.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펀드에 투자해 작년 6월말 기준 내부수익률(IRR) -30%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 펀드에 투자해 미회수된 금액만 공시하고 출자 약정액, 평가액 등 핵심 정보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은 국정감사장에 나와서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와 관련해 4884억원의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공시한 사모투자 종목별 투자현황에서 공시대상 496개 중 129개를 비공개 처리했다.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도심 6만 가구 신속 공급을 공언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사업들은 이해관계 조정과 절차 지연에 막혀 진전이 더디고, 매매와 임대 시장 모두에서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심 핵심 부지는 구조적 제약이 분명해진 모습이다. 1만 가구 이상 공급을 예고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라는 지자체의 목표와 대규모 주택 확충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충돌하면서 업무·주거 비율과 개발 밀도, 기반시설 등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태릉CC 역시 조선왕릉 인접이라는 입지 특성 탓에 문화재와 경관 보존 논의가 재점화되며 과거의 논쟁을 답습하고 있다. 과천 경마장 부지는 이전 비용과 대체 부지, 교통·생활 인프라와 지역 경제까지 얽힌 이해관계에 비해 사전 협의와 설득 과정이 충분했는지 되묻게 한다. 성남 금토2·여수2지구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토지 보상과 교통 대책, 각종 민원 처리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입주는 최소 7~8년 뒤인 2030년대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노사가 오늘과 내일 성과급 재협상을 벌인다. 3월말 협상 중단 이후 한달 반 만에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로 이번 협상은 파업 여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협상은 바이오·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 X%' 성과급 요구로 번진 노사 분쟁에서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올해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으로 계산하면 총 45조원, 1인당 6억~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20%), 기아차(30%), LG유플러스(30%) 등의 노조가 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삼성전자 파업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초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JP모간은 삼성전자 파업이 연간 영업이익에 미칠 영향이 최대 4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주마다 조정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최고가격이 7일 다시 동결됐다.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2200원, 경유 가격은 2800원 선에 달했을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고가격제 시행의 타당성과 추가적인 고유가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서는 이견이 크다. 에너지 위기 땐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억제돼야 하는데 최고가격제가 차량 운행 감소 등 자율조정 기능을 차단하고 있다. 당장 노동절과 연결됐던 지난 주말 고속도로 통행량은 5월1일 605만대, 2일 581만대로 전국 도로 상황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일요일과 이어졌던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교통량이 약 597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량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을 두고서도 업계와 정부의 이견이 크다. 1분기 정유4사는 약 5조원 초반대의 영업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돼 과도한 세금 보전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의 신용시장이 빠르게 '양극단 구조'로 치닫고 있다.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만 남고, 그 사이를 잇는 중신용 구간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만 떨어져도 금리가 두 배로 뛰는 현실은 금융이 더 이상 위험을 제대로 가격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현상이 일시적 왜곡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다. 은행권 금리는 고신용자의 경우 약 5% 수준인 반면, 중신용자는 최대 10%대, 저신용자는 13% 이상으로 단층화돼 있다. 대출 수요는 중저신용층이 더 많지만 이들은 더 비싼 비용을 치르거나 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총량 규제 중심의 감독체계는 은행이 위험이 낮은 고신용자 대출로 쏠리게 만들었고, 그만큼 중저신용자는 배제됐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약속하고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기울며 설립 취지를 훼손했다. 서민금융을 담당해야 할 2금융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비과세 혜택과 규제 완화 속에 급성장했지만, 중저신용자 지원보다 부동산 금융에 치중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6%를 기록하며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은 전년보다 21. 9% 급등해 전체 물가를 0. 84%포인트 끌어 올렸다. 항공료와 해외여행비, 차량 유지비 등 서비스 물가까지 뛰었다. 한국은행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물가 불안은 외부 충격과 국내 경기 구조의 취약성이 겹친 결과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 7% 증가했다. 그러나 내수 소비와 건설투자는 부진해 성장의 온기가 가계와 자영업, 지방경제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겹치면 실질 구매력 저하와 체감 경기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통화당국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 압력이 커진 반면 성장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코스피가 6. 45% 올라 7384로 마감했다. 지난달 15일 6000선을 재돌파하고 불과 13거래일 만에 7000선을 돌파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감이 높아지는 와중에 급등세를 이어간 것은 우리 증시가 지정학적 변수에 내성을 키웠음을 의미한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도 가속화했다. 이미 지난해 이뤄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여유자금 발생 시 주된 운용 방법으로 '저축 및 금융자산 투자'를 꼽은 응답이 56. 3%로, '부동산 구입(20. 4%)'을 압도했다. 다만 지수 급등과 별개로 극소수 기업의 호황을 전체 기업이나 일반경제의 상황으로 오인하는 '착시 현상'이 빚어지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1555조원)은 우선주를 제외하더라도 월마트와 버크셔해서웨이를 제치고 글로벌 1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1141조원) 시가총액을 합하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0%를 넘는다. 코스피 급등 와중에 코스닥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사실은 '삼전닉스'로 투자가 편중됐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