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닥 시장이 오늘로 개장 30주년을 맞았다.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풍파를 견뎌낸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514조원, 상장기업 1800여개사로 외형을 키우며 성장주 시장으로 자리 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쏠림으로 코스닥 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승강제 도입과 부실기업 퇴출 강화 등 시장 체질을 근본부터 바꿀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코스피가 상반기에만 약 100% 치솟아 세계 주요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은 보합권에 머물러 'K자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30년 전 1000포인트로 출범한 코스닥 지수는 지금 910포인트대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주요 상장사가 코스피로 떠나며 '2부 리그'라는 오명도 붙었다.
중국판 나스닥을 노리며 2019년 출범한 커촹반(科創板·스타마켓) 상황은 정반대다. 1000포인트로 시작한 스타50 지수는 30일 2207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AI(인공지능) 칩 업체 캠브리콘은 커촹반 상장기업 중 처음으로 시총 1조위안(228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 중인 창신메모리·양쯔메모리도 커촹반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커촹반이 중국 기술굴기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도 기술 기업 육성을 위해 코스닥 활성화가 시급하다. 거래소는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승강제와 상장폐지 강화, 기술특례 확대, 국민성장펀드 투자 등 다양한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승강제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분류해 상장기업과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소통을 두텁게 하고, 이를 발판 삼아 투자자 신뢰를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논의가 한창이지만, 최대한 속도감 있게 도입해야 한다.
7월부터 시행되는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에 대한 퇴출 요건 강화 또한 차질 없이 정착시켜 부실기업을 솎아내야 한다. 코스닥 활성화의 열쇠는 결국 기업에 있다. 리벨리온·퓨리오사AI 같은 차세대 유망주들이 코스닥의 문을 두드리도록 제도적 유인을 촘촘히 마련해야 코스닥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