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이랜드 ‘박성수 리더십’

시험대 오른 이랜드 ‘박성수 리더십’

홍기삼 기자
2007.07.09 11:03

이랜드 사태 악화로 "박회장이 직접 매듭풀어야" 목소리 커져

이랜드가 노조의 점거시위와 경찰의 원천봉쇄로 그룹산하 유통매장 10여개가 한꺼번에 영업이 중단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4월28일 글로벌 유통거인인 한국까르푸를 인수해 유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랜드그룹 박성수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물론 이랜드는 현 사태와 박성수회장을 직접 연관시키는 것 자체를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다. 개별회사 대표들이 책임경영을 맡고 있어 오너의 의사가 현 사태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이랜드 사태가 너무 험악해 보인다. 노조의 월드컵몰 점거사태가 일주일을 훨씬 넘겼지만 사측은 제대로 된 대응책 한번 내놓질 못했다. 엄연히 협상 상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론만 되풀이해 강조하고 있는 현 경영진으로는 사태의 조기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회사의 적절한 위기관리시스템이 사태의 조기진화를 위해 가동되고 있다는 정황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박회장의 리더십을 찾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박성수 회장이 직접 나설 때라는 주장이 이랜드 주변에서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오늘의 이랜드를 있게 한 박회장은 관련 업계에서 신화적 인물로 통한다. 지난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 2평의 옷가게에서 출발한 박회장은 공격적인 외형확장을 통해 이랜드를 27년 만에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박회장은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로 그룹이 부도위기까지 내몰렸을 때 계열사를 대폭 축소시키고 직원을 대량 감원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살려낸 경험도 있다.

특히 박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데코, 뉴코아,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 부문, 삼립개발 하일라콘도,네티션닷컴, 한국까르푸 등 크고 작은 브랜드 20여개를 인수합병해 회사의 몸집을 키워왔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유통과 패션 부문 성장을 통해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박회장이 나서더라도 이번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박회장이 노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잘 알 수 있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노조는 지난 2000년부터 2001년까지 구조조정 반대를 이유로 265일간 장기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노동부는 박회장에게 부동 노동행위와 관련해 수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박회장은 끝내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박회장의 미국 장기외유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 때문에 현재의 사태를 이미 박회장이 직접 관장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박회장이 현 점거농성사태에 대한 상황을 틀어쥐고 노조에 대한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현 사태와 관련해 박성수회장이 특별한 지시나 멘트를 한 적은 없다”며 “국내에 머물며 상황은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회장이 아직까지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결국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그룹 총수인 그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그룹 안팎에서는 사태를 봉합해 노사관계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려면 전문경영인들에게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박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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