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에 들려주는 '빛소리' 나눔

소외된 이웃에 들려주는 '빛소리' 나눔

최석환 기자
2008.08.28 11:01

[2008 당당한부자]우광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은 '밥'

지난 7월30일 오후5시.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에 위치한 작은 펜션 '자작나무숲' 야외공연장은 1시간 뒤에 열릴 '다문화 가족 초청 숲속 음악회' 리허설로 이미 후끈 달아 올라 있었다.

한차례 시원한 소나기가 지나간 뒤지만, 악기와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연장에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특히 카우보이 모자에 청바지를 입은 채 '쿵짝짝 쿵짝짝∼∼∼' 공연을 지휘하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흥겨운 음성이 음악회를 보기 위해 하나둘 모여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귀를 확 잡아끈다.

우광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다. 우 교수는 음악봉사단체인 '빛소리 앙상블'을 이끌고 14년째 재활원과 고아원, 소년원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음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빛소리 앙상블'은 뜻을 같이 하는 제자들을 주축으로 구성돼있다.

이날도 다문화 가족 80여명을 초청, 조촐한 음악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장애인들을 초대해 공연을 펼쳤던 곳이다.

우 교수는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나 여성들, 장애인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라며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사회적 약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들에 대한 우 교수의 애정은 각별하다. 음악인인 그가 장애인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서울시립대 강사로 재직하고 있던 1996년 5월부터.

당시 그는 서울의 한 재활원에서 우연히 음악 공연을 가진 후 방학 때면 전국에 있는 재활원을 돌아다니며 장애인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그가 '음악 나눔'을 실천한 곳만 요양원을 겸한 제천 세하의 집, 장애 질환자들이 있는 부천 혜림원, 무연고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상일동 주몽 재활원은 고정적으로 방문했으며, 광명시 사랑의 집, 인사동 라파엘의 집, 암사재활원, 증산동 성 바오로의 집, 고양시 다솜 재활센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처음엔 서울시립대 학생들 6명과 함께 시작했다. 이후 소문이 퍼지면서 제자들과 연극, 무용인 등 50여명이 참여하게 됐고, '빛소리 앙상블'의 전신이 만들어졌다.

공연 초기에는 동요와 가요를 함께 부르고 춤추는 싱얼롱, 여러 가지 악기를 사용하는 기악 연주,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연주, 신기한 악기들을 연주하는 타악기 합주 등 4가지 형태로 음악회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타악기 합주는 생활 주변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악기로 개발, 장애인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종이컵을 맞붙여 그 속에 콩이나 배추씨를 집어넣어 만든 마라카스 연주, 생수통을 묶어서 엎어놓고 채로 치는 물통 연주, 엿장수 가위와 양푼, 화학약품 통에 가죽을 씌워 북으로 치는 연주 등이 그것.

최근에는 알토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거위의 꿈',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사랑의 인사', 오카리나로 연주하는 '여름비', 중국 피리로 연주하는 '첨밀밀', 소금으로 연주하는 '칠갑산' 등과 같이 세계 곳곳의 악기를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는 박람회식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 교수는 "음악을 통해 누군가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면 당연히 경제적·시간적·정신적인 여유는 물론 육체적인 조건조차도 박탈당한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며 "공연을 하면 할수록 음악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장애인이 살고 있는 재활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음악은 주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계속 줘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며 "음악은 쓰면 쓸수록 더 늘기 때문에 남과 나누면서 먹고 살겠단 사람에게 정말 좋다. 그래서 음악하길 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음악을 '밥'으로 비유하는 우 교수의 철학에서도 이 같은 신념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우 교수는 "음악은 밥과 같은 것으로 모든 사람이 먹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미 배부른 사람이 또 한 그릇을 더 먹을 때 밥 한 그릇의 의미와 배고픈 사람이 먹는 밥 한 그릇의 의미는 크게 다르다"고 전제했다.

이어 "비록 기름지지 않더라도 허기진 사람의 고픈 배를 채워주는 밥 한 그릇은 배부른 사람에게 주어진 산해진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에게는 두가지 공연이 있다. 하나는 돈을 버는 무대공연, 다른 하나는 지난 14년간 재활원 등을 대상으로 해온 '음악나눔 공연'이다. 그는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지난 14년 동안 '빛소리 앙상불' 운영비에 쏟아부었다.

모두 얼마인지 계산해본 적도 없다는 우 교수는 "아마 안되도 서울 강남에 제법 큰 아파트 1∼2채 값은 안되겠느냐"며 껄껄 웃는다. 돈 얘기를 살짝 비껴가는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메아리로 들려온다. 그의 음악보다 아름다운 선율이라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우 교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장애 사회'"라며 "장애인들이 장애를 끌어안고도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는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것 보다는 훌륭한 장애인 예술가처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개발하는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 교수의 꿈은 뭘까. 그는 "장애인들이 매우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알게 됐다"며 "음악에서 만큼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약자가 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익이 생기는 공연도 많이 하고 좋은 후원자들도 늘어나 이런저런 걱정 없이 음악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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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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