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밤. 서울 덕수궁 주변은 마지막 조문을 위해 시민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추도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덕수궁 대한문 앞과 돌담길은 이 같은 인파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좁았다. 분향소 주변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엉켜 혼란스러웠고 좁은 인도 옆으로는 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또 일부 취객들끼리 시비가 붙거나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턱없이 부족한 자원봉사자들만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시민들에게 질서유지를 당부하고 있었다. 불법시위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대기 중이던 전경 한 무리가 현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무심한 듯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하거나 일부 흥분한 조문객들의 과격한 행동이 있었더라면 제한된 공간에서 이를 피하기 위해 수만 인파가 한곳으로 쏠리며 부상자가 속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다수의 조문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덕에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워진 게 사실이다. 경찰은 이 같은 시선이 내심 억울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민들과의 오해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줄을 서야할지 모르는 조문객들을 안내하고 일방통행을 유도해 서로 방향이 다른 시민들이 엉키지 않도록 돕고, 곳곳에 설치된 영상장비나 조명, 촛불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비해 소방 기구를 준비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그랬다면 이에 감격한 시민들로부터 수고한다며 음료수 한병을 건네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날 밤 기자의 눈에 띈 것은 지루한 대기에 지쳐 길에서 잠든 전경들뿐이었다.